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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pr 22.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68

3장 당일


68.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거역할 수 없었고 그러기도 싫었다. 마동의 손목을 잡은 그녀의 손의 감촉은 부드럽고 냉기가 흘렀다. 차가운 그녀의 손은 마동에게 괜찮으니까 걱정 말고 따라와요,라고 말했고 마동은 그녀가 이끄는 대로 따라갔다. 마동과 그녀가 달려가니 비가 사선으로 다시 떨어져 얼굴에 튀었다. 마동이 고개를 슬며시 돌려서 본 그녀의 얼굴은 비에 젖지 않았다. 분명 비는 하늘에서 떨어져 그녀의 얼굴에 닿았지만 닿지 않았다. 비는 마치 땅에서 쏘아 올린 불꽃이 하늘로 아성을 지르며 올라가서 빛의 포자로 분해가 되어 사라지듯 그녀의 얼굴 가까이에서 소멸해버렸다. 비는 그야말로 그녀의 얼굴에서 무화되었다. 그녀의 얼굴뿐 아니라 그녀의 옷 역시 비에 젖지 않았다. 그럼에도 마동은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이상하지 않았다. 페니스는 트레이닝 앞섶을 보기 흉하게 만들었지만 이상하지 않았다. 그저 그렇게 흘러가는 것처럼 당연하게 생각되었다. 어쩌면 이런 상황을 언제나 꿈꾸고 있었는지 모른다. 손목을 통해 전해져 오는 그녀의 느낌은 그녀 역시 약간의 긴장과 두려움, 옅은 비애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그녀를 통해서 전해지는 건 욕정의 감정이었다. 그것은 불같았고 거센 파도 같은 것이었다. 마동은 손목이 잡힌 채 그녀가 이끄는 대로 조깅코스의 바닥을 벗어나 대나무 숲 쪽으로 달려갔다. 야외의 잡음은 들리지 않았다. 웅웅……. 하는 공명만 귀전에서 맴돌았고 얼굴에 치누크가 몰고 온 빗방울의 시원한 감촉이 있을 뿐이었다. 손목을 잡은 그녀의 손은 깊은 질문을 수없이 담고 있었다. 그 질문에는 대답할 수 있는 질문도 있고 대답하지 못하는 질문도 있었지만 대체로 대답할 수 없는 종류의 질문을 그녀의 손은 지니고 있었다. 마동은 잡힌 손목으로 그녀의 부드럽고 차가운 감촉을 느끼며 무언의 언어를 듣고 마음의 무중력을 느꼈다. 몸이 공중 부유의 상태가 되는 느낌이 들었다. 물에 의해서 몸이 떠 유영하는 것처럼 마동은 지구 안에서 또 다르게 느껴지는 중력의 힘에 놀랐지만 잠시 뿐이었다. 그녀는 빨리 걷는 듯 보였고 마동은 손목을 잡힌 채 빠른 속력으로 그녀가 이끄는 대로 달려서 따라갔다. 마동은 전력질주하듯 달렸다. 서서히 구름에 의해서 희미한 달빛의 혼탁함마저 사라졌다. 세계는 완벽에 가까운 내밀한 어둠을 만들었고 마동은 그녀와 함께 어둠 속을 달렸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이 상황에 대해서 생각하려고 했지만 머릿속 뇌는 사고의 운동성을 잃어버리고 있었다. 강아지가 자신의 발바닥을 자연스럽게 핥듯 마동은 그녀의 손에 이끌려 강변의 외지에 있는 대나무 숲으로 들어갔다. 비가 좀 더 세차게 우두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마동의 사고가 제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을 때 그녀의 입술이 마동의 입술에 닿았다. 그녀의 입술은 촉촉했지만 다정하지는 않았다. 마동의 몸은 불같이 달아오르고 페니스는 터질 듯 팽창해있었지만 그녀의 입술은 냉기를 머금은 듯 시리도록 차가웠다. 마동은 그녀의 숨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의 입술은 작은 어촌의 겨울 밤바다처럼 아주 차가웠고 고요했다. 비가 세차게 내리는데 달이 구름 속에서 어설프게 나와 빛을 전해주었고 미미한 빛을 받은 그녀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눈을 감고 있는, 그녀는 잘 다듬어진 조각품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마가 반듯했고 코가 오뚝했다. 몸에서인지 얼굴에서인지 짜릿한 향이 났다. 체취 같은 냄새였다. 향은 마동의 사고를 한 단계 떨어트리는 역할을 했다. 마동의 사고는 더 이상 단계를 나아가지 못했고 페니스는 곧 터져버릴 것처럼 부풀어 올라있었다. 끈적끈적하고 기분 나쁜 액체가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모래 괴물처럼 땀은 계속 흘렀고 비를 맞아서 60년대 누벨바그 영화 속에 나오는 존재감 없는 엑스트라처럼 보였다.


 그것과는 상관없이 그녀는 마동의 입술을 원하고 있었다. 마동은 그녀의 가슴을 만졌다. 그녀의 가슴은 풍족했고 유두 역시 힘이 들어가 있었다. 마동은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녀의 입에서 작고 뚜렷한 신음 소리가 한차례 흘러나와 비 오는 허공을 갈랐다. 대나무 숲의 가장자리 벤치에서 마동은 그녀를 껴안고 입을 맞췄다. 그녀는 마동의 무릎 위에 올라앉았다. 그녀는 마동을 위해 치마를 걷어 올려주었다. 속옷이 없었다. 그녀의 몸은 비에 젖지 않았지만 그곳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마동의 몸은 비에 젖었지만 페니스만은 젖지 않았다. 마동은 그녀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그렇지만 그녀의 끝에는 닿을 수 없었다. 그녀의 세계에서 밝은 어둠이 손짓하며 마동을 불러들였다. 축축한 그녀는 마동을 꼭 감싸 쥐었고 마동은 돈으로 외국의 처녀를 아내로 맞이한 늙은 농부가 첫날밤에 힘없이 쓰러지듯 힘이 빠져나갔다. 마동은 창피했다. 그녀가 차가운 손으로 마동의 얼굴을 만졌다. 마동의 시선은 그녀의 가슴골로 옮겨갔다. 곧 생각났다는 듯 마동의 페니스는 고개를 들었다. 더욱 딱딱하고 크게 일어섰다. 그녀의 가슴골은 깊고도 훌륭했다. 마동은 얼굴을 숙여 그녀의 가슴골에 묻었다. 알 수 없는 야릇한 충동의 아름다운 향이 났다. 뇌에 벌침을 맞은 기분이 들었다. 공간이 엷어지고 탁해졌다. 술에 취한 기분이 들었다. 가슴골에서 올라오는 향을 맡으니 시간이 뒤바뀌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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