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관 Apr 23.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69

3장 당일


69.

 “당신의 이름이라도 알고 싶군요.” 마동은 거친 숨을 내쉬며 그녀에게 이름을 물었다. 그녀는 빨려 들어갈 눈빛으로 마동을 보며 “사라 발렌샤 얀시엔”라고 말했다. 이상한 이름이었다.


 이곳 사람이 아니다. 마동은 생각했다.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그녀는 마동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마동을 더욱 껴안았다. 마동은 입이 벌어지고 신음이 목에서부터 올라왔다. 소리를 내고 싶지 않았지만 생각처럼 되지 않는 일은 세상 도처에 널려있었다. 그녀의 얼굴 피부는 투명했고 매끈했다. 결점을 찾을 수 없는 피부였고 마동은 그녀의 얼굴에 자신의 뺨을 비볐다. 차갑지만 매끄러운 피부가 닿는 느낌은 사람의 피부와 동질적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녀는 흥분을 자아냈고 그녀에게서 벗어나기 싫었다. 자세하게 보이는 그녀의 얼굴은 미국의 한 모델과 비슷한 얼굴이었는데 누구인지 떠오르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언뜻 봤을 때 안젤라 카사모안을 닮았다고 생각했지만 가까이서 보는 얼굴은 전혀 아니었다. 분명 누군가 정확하게 닮은 사람이 있었지만 확실하게 다가가려 하면 실체가 희미해져 버렸다. 닮은 사람이 모델이 아닐 수도 있다. 많이 본 얼굴의 모습이었지만 자신이 없었다. 이상하지만 언뜻언뜻 스치는 얼굴이 있었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 이라는 여자가 누구와 닮았다는 것을 떠올리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그때, 목이 따끔거렸다. 강변이라서 모기가 많은 것을 간과했다. 평소에 모기에 물린 것에 비해 몇 배의 따끔함이 느껴졌다. 마동과 그녀는 벤치에서 서로 포갠 모습이었고 마동은 한 손으로 그녀를 끌어안고 목 부분을 다른 손으로 탁 쳤다. 그리고 양손으로 사라 발렌샤 얀시엔을 꽉 끌어안았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 사라 발렌샤 얀시엔, 사라 발렌샤 얀시엔, 사라, 사라, 사라.


 마동은 숨이 타올랐다. 더불어 흥분의 강도도 크게 다가왔다. 마동의 몸은 불덩어리처럼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몸은 얼음 같았다. 차가움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지닌 그녀는 약간 입을 벌리고 눈을 감고 마동에게 몸을 맡기고 있었다. 차가움과 뜨거움이 조화를 이루었다. 마동은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윗도리를 내리려고 했다. 옷이 잘 벗겨지지 않았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이 입고 있는 원피스는 그녀의 육체에 착 달라붙어있는 하나의 주체처럼 보였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은 자신의 긴 손가락으로 윗옷을 능수능란하게 밑으로 내렸다. 가슴골을 만들어냈던 그녀의 가슴이 드러났다. 가슴은 아름다웠다. 그녀의 가슴은 수술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자연적인 가슴이지만 커다랗고 물을 집어넣은 풍선처럼 탱탱했다. 비가 떨어져 그녀의 가슴을 적셔야 했지만 빗방울은 그대로 가슴 부근에서 소멸하거나 닿지 않고 밑으로 떨어졌다. 그녀에게서 젖은 곳이라고는 오직 축축한 그곳뿐이었다. 빗속으로 희미한 달빛이 내려와서 그녀의 가슴을 비췄다. 달빛은 받은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가슴은 옥빛처럼 반들거렸고 마동은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차갑고 보들보들한 감촉이 마동의 손으로 전해져 왔다.


 어떤 불온함도, 어떤 사상도 그녀의 가슴에서는 느낄 수 없었다. 단지 손목을 잡았던 손으로 전해지는 약간의 두려움을 그녀의 가슴을 통해서 조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아주 희미하게 전달되었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유두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으며 마동은 그 유두를 빨았다. 혀에 힘을 주었다. 마동은 사라 발렌샤 얀시엔을 안고 그녀의 뭄을 움직였다. 크고 탱탱한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젖가슴이 아래위로 흔들렸다. 세상에서 유일한 나비의 움직임처럼 그녀의 가슴이 마동이 움직일 때마다 위아래로 춤을 추었다. 나비는 오직 날갯짓을 하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우아한 날개의 움직임인 동시에 생존의 움직임이었다. 마동은 조금 세게 몸을 흔들었다. 그러고 싶었다. 그녀는 긴 머리를 늘어트리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약간 벌어진 입으로 그녀의 목젖이 보였다. 선명하게 보이는 목젖은 마동이 태어나서 처음 보는 광경으로 아련하고 신비스럽게 보였다. 머릿속에 생각하고 있던, 그동안 알고 있던 목젖과는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마동은 그런 것 따위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계속]




작가의 이전글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6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