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관 Apr 24.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70

3장 당일


70.

 모기인지 벌레인지 무엇인가에 물린 목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따끔함이 조금씩 더해갔다. 이상하게도 마동의 페니스는 긴 시간 동안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섹스가 전해주는 쾌감은 통상적으로 인간의 오감에서 느껴지는 쾌감과는 분명 다른 무엇인가가 있다. 그것은 돈을 주웠다거나 상사에게 칭찬을 들었다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거나 누군가에게 칭찬을 들었다거나 옷이나 구두를 선물로 받았거나 하는 쾌감과는 질이 다른 것이었다. 누군가는 구름 위에 떠있는 기분이라고 할 것이고, 또 어떤 이는 황홀하다고 할 것이다. 좋다, 더 좋다, 아주 좋다, 라는 말처럼 간단하지만 그 이상의 말은 떠오르지 않을지도 모르고 글을 잘 쓰는 소설가는 그 이상의 전달력이 좋은 말로 글을 쓸지도 모른다. 마동은 섹스가 전해주는 기분을, 사라 발렌샤 얀시엔과 지금 이 순간의 섹스를 어떠한 언어나 활자로 제대로 표현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이 아찔해지기도 했다. 그건 마치 데드 포인트를 기분 좋게 넘어갈 정도의 것이었다. 마동은 사라 발렌샤 얀시엔과 하는 섹스는 쾌감의 끝에 다다를 수 있는 동적이자 정적의 끝맺음 같은 것이라고 느꼈다. 그 끝에는 무엇인가가 어떠한 형태를 확고하게 이루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형태를 궁극적인 관념이 그 형태를 대신하고 자신을 받아들인다고 마동은 생각했다.


 그래, 야외에서의 섹스가 아닌가.


 야외에서는 갇힌 공간에서 하는 섹스와는 별개의 흥분과 정념이, 섹스를 하는 마동과 사라 발렌샤 얀시엔을 아우르고 있었다. 마동은 누군가 지나치면서 볼까 봐 조마조마해야 했지만 일단 시작되고 나자 닿을 수 없는 여자, 사라 발렌샤 얀시엔과 밤의 중간에서 이루어지는 야외 섹스를 멈출 수가 없었다. 으음, 으음,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신음소리는 마동을 더욱 흥분시켰다. 작은 틈 속으로 많은 양의 물줄기가 빠져나오는 소리 같기도 했다. 축축한 그녀의 양손이 딱딱하고 마르고 굳은 마동의 손을 꽉 움켜잡았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은 마동을 놓칠 수 없다는 듯 조르기도 했고 힘 있게 잡아 주기도 했고 느슨하게 풀어주기도 했다.


 “내 몸에서 나온 땀과 비가 당신을 더럽혀요.”


 마동의 몸에서는 땀 냄새와 비 냄새가 섞여서 알 수 없는 냄새가 풍겼다. 마동은 그 냄새를 후각적으로 느끼지 못했지만 분명 시큼하고 곰삭은 냄새가 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 거 따위 상관없어요. 전 냄새를 맡지 않을 수 있어요. ‘브로드웨이를 쏴라'라는 영화를 알아요?”


 마동은 자신이 본 영화들을 섹스를 하면서 머릿속에서 죽 펼쳤다. 근간에 본 영화에 ‘브로드웨이를 쏴라’가 있었다. 그래 봤자 이미 일 년 전에 본 영화였다. 우디 알렌의 영화이고 극작가의 이야기를 다뤘고 오래된 영화이고 영화로 나오고 뮤지컬로도 재탄생되었다. 그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우디 알렌은 다작하는 감독이죠. 하아, 그가 이렇게 많은 영화를 만들어 낸 건 자신은 천재가 아니기 때문에 많은 영화를 쏟아내면 그중에 하나 얻어걸리는 영화가 있을게 아닌가,라고 한 말을 ‘브로드웨이를 쏴라’를 보면서 들었던 것 같아요.” 마동은 신음소리를 중간에 섞어 가며 몸을 움직여 사라 발렌샤 얀시엔에게 말했다.


 “맞아요, 우디 알렌에 대해서 잘 아시는군요. 그는 자신이 천재가 아니라고 했지만 관객을 생각해서 꾸준하게 창조를 해내는 예술가들이 천재에 가까운 사람들이고 생각해요. 저도 우디 알렌과 작업을 해봐서 조금은 알 수 있어요”


 마동은 사라 발렌샤 얀시엔이 우디 알렌과 영화를 같이 작업했다는 말에 그녀의 가슴에서 얼굴을 빼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비가 떨어지지만 비에 젖지 않는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계속]

작가의 이전글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6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