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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pr 28.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74

4장 1일째 저녁


74.

 회사에서 업무시간이 끝나고도 바로 퇴근을 하지 않고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지속적인 공명과 함께 눈을 감으면 꿈처럼 무서운 장면이 펼쳐졌다. 사람들이 검은 연기를 내며 불이 붙어서 타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사람들은 너무 고통스러워서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불이 붙어서 말려 타들어가는 얇은 여름옷과 다리와 가슴에 불이 옮겨 붙어 살을 태워버리자 사람들은 마치 악마에게 강간을 당하는 듯 몸을 비틀었다. 마지막으로 손가락에 옮겨 붙은 화마는 뼈를 남기고 손가락을 태웠다.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가 바닥으로 떨어졌는데 그을음으로 바닥에 닿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소리가 나지 않는 절규를 마지막으로 사람들은 재로 변했다. 죽어가면서 사람들의 눈은 마동을 쳐다보았다. 무서웠다. 겁이 났다. 눈동자가 끓는 물속에서 녹아 없어지듯 거품을 내다가 퍽, 하며 눈동자의 형체가 터져버렸다.


 마동은 몸을 떨었다. 시시때때로 이러한 환상이 보였다. 눈을 뜨고 있어도 나타났다가 없어지곤 했다. 마동은 머리가 다시 아파왔다. 약을 먹어서 괜찮아졌지만 공명과 함께 무서운 환상은 마동을 사무실에서 일어나지 못하게 만들었다. 최원해가 괄태충의 등껍질처럼 마동의 옆에서 오늘 저녁부터 같이 조깅을 할 요량이었지만 마동의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먼지 퇴근을 했다. 마동은 태양의 열기가 조금 누그러졌을 때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들어오니 우동이나 칼국수 같은 면식이 떠올랐다. 집으로 오는 동안 힘이 더 빠져서 칼국수 재료를 구입하지 못하고 곧바로 집으로 들어와 버렸다. 할 수 없이 집에서 배달을 시켜 먹으려다가 근처의 배달음식은 레토르트 식품을 그냥 데워서 배달해준다는 것을 알기에 대형마트에서 간단하게 조리를 해 먹을 수 있게 재료를 직접 구입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어서 집을 나섰다.


 몸이 무거웠다. 아직 해가 떨어지지 않아서 밖은 생생하게 밝고 뜨거웠다. 저녁 8시 정도가 되어야 여름의 해는 그 의미가 사라진다. 마동은 진정 따뜻한 우동이 먹고 싶었다. 마트에서 탱글탱글한 면을 판매하는 부스로 가서 직접 만든 생면으로 된 우동 면을 구입했다. 두 묶음을 바구니에 담았다. 채소코너에서 쑥갓과 신선한 채소 몇 종류도 장바구니에 담았다. 재료를 선별해서 바구니에 담은 마동의 움직임에 망설임이나 고민은 없다. 다년간 혼자서 생활하며 습득해온 방법으로 몸은 이미 프로그램화되어있었다. 이것저것 비교하며 고민하는 모습은 마동에게 제외되어 있었고 동선도 항상 비슷했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부스는 육류를 판매하는 코너, 그중에서도 소고기를 세일할 때이다. 모여든 사람들은 좀 더 근내지방이 많이 낀 소고기를 장바구니에 저렴하게 담는 것을 행운이라 여겼다. 부드러운 고기가 신선하다는 육류가 균형이라고 인식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마동은 육류코너를 지나쳤다. 오늘은 더욱 정신을 집중해서 마트에서 장을 봐야 한다.


 감기 기운 때문에 몸이 무거웠으며 귀안으로 산만한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고 주위의 안 좋은 냄새가 자꾸 올라왔다. 사람이 자아내는 숨 냄새, 움직일 때마다 살과 살이 접히는 부분에서 나는 체취, 두피에서 나는 머리 냄새, 음식 찌꺼기가 입 안에서 세균화 되어서 나는 비린 냄새 그리고 이 모든 냄새를 덮기 위해 뿌린 향수 냄새가 뒤섞여 머리가 더욱 어지러웠다. 육류를 즐기지 않는 마동은 육류코너를 피해 사람들의 발걸음을 잘 보며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고 마트 안을 이동했다. 마동의 머릿속에는 마트에 들어가기 직전에 구입품목의 리스트 정리가 끝난 상태이고, 구입하고자 하는 물품이 다 팔려나갔을 때는 제2 품목까지 입력된 상태였다. 만약 구입하려는 물품이 없다면 곤란하고 난처했다. 미리 대처 물품을 생각해놓지 않으면 아무것이나 집어 오게 된다. 그러면 언제나 후회가 되고 돈을 낭비하게 되는 꼴이 된다. 마트에서 마동의 손놀림은 물건을 고르는데 망설임이 없고 정확하게 손을 뻗는다. 우동을 끓이면서 샤부샤부처럼 온갖 채소를 집어넣으면 국물 맛이 시원하다. 식재료가 지니고 있는 맛을 전부 느낄 수 있는 국물을 맛볼 수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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