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관 Mar 15. 2024

너와 나

그렇게 나는 너를 사랑했었다


친구란 무엇일까. 친구란 나에게 도대체 어떤 존재일까. 친구도 나와 같은 생각일까. 친구는 내가 친구를 끔찍이도 사랑한다는 걸, 알까. 나는 친구 없이는 안 되는데 친구도 나 없이도 잘 되는 걸까.


친구와 함께 하고픈데 친구의 마음이 내 마음과 다르면 이상하지만 질투와 미움, 원망이 먼지 든다. 그러다 보면 미묘한 감정이 서로 어긋나서 감정을 다르게 표현하고 서로 자기 힘든 것을 알아달라고 다투다 격하게 된다.


왜 다른 사람하고 있을 때는 신나고 즐거우면서 어째서 나와 있을 땐 늘 힘들어 보이는지. 같이 있는데 왜 꼭 먼데 있는 사람처럼 느껴질까. 그럴 땐 그런 친구의 모습이 너무 싫어.


그게 너무 좋아서 너무 싫은 거야. 조금만 좋아하면 되는데 엄마아빠보다, 나보다 더 좋아하니까, 너무 좋아하니까 다른 애들과 있을 때 더 즐거우면 나는 짜증이 난단 말이야. 내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은 너를 향해 있는데 너는 왜 다른 사람과 있을 때 그렇게 행복해 보이냐고.


세미에게 하연은 친구 그 이상이었다. 그 관계를 입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세미만 그런 게 아니었다. 하연도 그랬다. 둘의 표현방식이 조금 달랐을 뿐.


여고생들은 친구가 세상에서 나보다 더 지켜주고픈 존재니까. 그런 친구가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고 돌아오지 못했다. 때는 따뜻한 봄날. 바다 밑으로 가라앉은 후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 나의 모든 날들이 오늘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되었다.


한 발 떨어져 생각하면 너무 아무 일도 아닌데 그때는 왜 그렇게 그 티끌 같은 일에 안간힘을 쓰고 덤비고 달려들고 울고불고했을까. 꿈까지 같이 꿀 수 있는 나의 사랑 나의 친구. 어쩌다가 그런 친구에게 나만 알아달라고 그랬던 걸까. 왜 친구의 마음을 제대로 받아주지 못했을까.


누군가는 마치 원래 없었던 것처럼 사라지기도 한다. 그 누군가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게 시간이 지나도 흉터로 남아 있는 거지.


우리가 같이 놀던 너의 방. 우리 아지트 카페. 동네 놀이터 이 모든 게 그대로인데 네가 없으니 그저 부드러운 빵 같아서 건드리면 그대로 부드럽게 녹아 없어질 것 같아.


이와이 슌지의 하나와 엘리스가 떠오르는 여상미가 돋보이는 영화다. 사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의 이야기는 은유와 메타포로 곳곳에 숨겨 놨다. 숨은 메타포를 찾아가며 세미와 하연을 따라가면 이 영화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게 된다.


[너와 나]는 영화 [다음 소희]의 김시은과 박혜수는 정말 여고생 같다. 여고생들이 하는 그 말투를 그대로 하고 있다. 찐따로 카메오 출연한 박정민은 정말 찐따 같았다. 보고 나면 눈앞이 영화 영상 같아 보이는 영화 [너와 나]였다.  https://youtu.be/CT68pb1ptuY?si=ydHfKoFtoV32L6hn

너와 나


감독은 연기도 잘하는 배우 조현철이 메가폰을 잡았다. 그의 첫 영화다. 조현철은 디피에서도, 구경이에서도 좋은 연기였지만 2013년의 독립영화 [9월이 지나면]에서 아주 인상적이었다.  https://youtu.be/-D8kLEieEFI?si=3B-vpDooK2yRDLLQ

이렇게나 오래 덕질할생각은없었는데

제목이 뭐예요?

9월이 지나면 깨워주세요. 내 인생의 노래야.  

왜요? 9월에 무슨 일 있었어요?

그냥 9월은 항상 좀 힘들더라고.

지금도요?

지금은 그냥 그래.


덤덤하다. 그리고 그 덤덤함 속에 덤덤함을 벌리고 다른 감정의 무엇인가가 고개를 들려고 한다. 그게 9월이다. 9월은 그래서 힘들다. 큰 소리로 힘들어! 가 아니라 그냥 좀 그래. 조현철은 그런 마음을 표현했다. 무엇보다 영화 속에는 내가 좋아하는 건축가들이 나와서 좋다. 특히 안도 다다오.      


9월이 지나면 영화는 청춘의 그 순수한 아름다움을 말하고 있다. 그 속을 벌리면 알 수 없는 아픔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조현철이 기타를 들고 그린데이의 ‘9월이 지나면 나를 깨워주세요’를 부른다. 그때 눈을 감고 노래를 듣던 지연이가 천천히 눈을 뜨며 승조를 바라보는 그 장면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상 속 영화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