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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r 20. 2024

51. 죽음에 대해서

소설


 기철이가 교지에 실은 죽음에 관한 시를 보고 있으면 그 거대한 세계에 압도당했다. 기철이는 우리 집 마당에서 태어난 깜순이 새끼들을 보면서 시를 적었다.    


 기철이는 생명의 탄생에서 죽음을 보았다. 그리고 그것을 시로 표현해 냈다. 어둠의 이면에 빛이 있다는 바슐라르의 말을 알았던 것일까. 고등학생 놈 주제에 기철이는 죽음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진실을 말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야. 마찬가지로 글로 진실을 표현하는 것 또한 거의 가능하지 않아. 사람들이 그 글이 진실이라고 알아주려면 강산이 두 번 정도 변해야 해. 그래서 소설이 필요한 거라구.”

          

 그래서였을까, 나는 기철이의 죽음에 관한 글을 접하고 사진부 선생님이 사진을 촬영해 오라고 하면 대체로 그림자를 찍어갔다. 그리고 쓸데없는 사진을 찍어오는데 필름을 허비했다고 학교로 자주 왔던 졸업한 선배들에게 핀잔을 들었다.         

 

 나는 눈으로 보이는 그림자를 필름으로 담아서 인화지에 인화를 하면 인간의 어떤 이면을 보는 것 같았다. 스티글리츠의 이퀴벌런트처럼 그림자의 형상도 시시각각이다. 그리고 곧 그림자는 삶 그 속에 존속되어 있는 죽음과 비슷했다.  

        

 슈바빙의 주인 누나가 마가렛 버크 화이트의 사진집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슈바빙에는 나탈리 콜의 노래가 흐르고 있었다. 평소에 나는 마가렛 버크 화이트의 사진을 무척이나 보고 싶었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전시회를 볼 수 없었고 서점에도 사진집이 없었다. 그 고민을 듣고 슈바빙 주인 누나가 독일에 있는 외국 친구에게 마가렛 버크 화이트의 사진집을 받아서 나에게 보여주었다.   

  

 마가렛 버크 화이트, 그녀의 사진 속에는 죽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그녀는 사진으로 전 세계에 죽음이 아무렇지 않게 만행되고 있는 사실을 알리려고 했다.    

      

 아우슈비츠에서 최초로 그곳에 갇힌 유태인들의 참상을 세계에 알렸다. 쓰레기처럼 쌓여있는 시체들, 남아프리카 아이들의 참상, 그리고 한국전쟁의 처절한 모습도 담았다. 그녀가 한국전쟁을 찍은 사진 중에는 공비의 머리만 잘라 들고 있는 한국군을 담은 사진도 있었다. 머리가 몸에서 떨어져 나간 사진은 하나의 처참한 물질처럼 보였다. 인간의 일부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개구리는 보다가 일어나서 화장실로 갔다. 끔찍하고 처참했다. 하지만 고개를 돌릴 수만은 없었다. 그것은 죽음이었다. 죽음 속에는 자연스럽게 흙으로 돌아가는 죽음도 있지만 죽음을 당하는 죽임도 있었다. 그렇지만 마가렛 버크 화이트의 사진 중에는 물레를 돌리는 간디의 모습도 있었다.     

     

 “이 사진을 찍고 몇 시간 뒤에 간디는 암살당했어.” 슈바빙 주인 누나의 말에 우리는 입을 다물고 그 사진을 오랫동안 봤다.     

     

 “김동인의 1920년대 단편소설 중에 ‘k 박사의 연구‘라는 소설이 있어. 그 소설에는 미래의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식량을 연구하는 케이 박사가 나와, 케이 박사가 연구에 몰두한 자원은 똥이었어. 드디어 연구가 다 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똥으로 만든 음식을 먹으려는데 사람들이 다 싫어해서 케이 박사는 독자적 노선을 걷는다며 나오고 말아. 그때 길거리에서 똥개가 똥을 먹는 모습을 보고 케이 박사는 헛구역질을 하며 이야기가 끝이 나.” 그리고 이어서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남의 것을 부러워하지 말고"라고 기철이는 조용하게 말했다.


Bob Dylan & Joan Baez - It Ain't Me Babe https://youtu.be/wh6yOC3rFes?si=0ChAVqTQey2xO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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