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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r 24. 2024

52. 콜라

소설


 국어시간에 시를 적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사실 인문계 남고에서 국어시간을 이렇게 보내지는 않는다. 국어가 아무래도 부부싸움을 하고 온 모양이었다. 그것도 심하게. 담배를 입에 달고 살며 매일 술을 마시고 콜라를 지독히도 싫어하는 국어가 시 한 편을 써내라고 해서 써냈다.          


 적막한 먹빛의 콜라는 오늘도 마신다

 타인의 눈치는 이상도 하여라

 콜라만 마시는 나를 보면 그들은 인상을 쓰지

 몹쓸 것을 체내에 넣는다는 그 일그러진 표정들          

 콜라는 초원의 빛이며 바다의 표상이야

 콜라는 이끼긴 돌이며 하늘의 구름이야

 콜라는 여자며 짜릿한 그녀의 가슴이야   


 오늘도 물 대신 콜라를 마시는 나에게 사람들은 말하지

 에속스의 차골이 되어간다고 말이야

 콜라를 마시면 열패감이 든다고 느끼나 봐

 도저한 인간들의 방증에 의해서 콜라는 에볼라 취급을 받아          

 하지만 말이야

 메릴린 먼로도 콜라를 마셨어

 대통령도 콜라를 마시고 마이클 잭슨도 콜라를 마셨지

 빌 게이츠도 눈을 뜨면 콜라를 찾아

 부시맨도 콜라병을 좋아했고 홈리스도 콜라를 마셔

 엔디 워홀은 콜라를 사랑했지

 뵈브 클리코 퐁사르당 라 그랑담 하고는 달리

 이만 원 하는 콜라는 없어

 콜라는 평등하지          

 콜라는 콜라로서 존재하는 거야          

 그 어떤 음식과도 콜라는 잘 어울려

 매운 요리와도, 라면에도 비빔밥에도

 심지어 회에도 콜라는 잘 어울리지

 세상을 통해 가는 길은 바로 콜라로 향하는 길이야          

 콜라를 마시고 죽은 사람은 없어

 네가 마시는 술이 문제겠지

 네가 먹는 음식이 문제고

 네가 피우는 담배가 문제지          

 콜라를 욕하지 마라

 연탄재와 마찬가지로

 너 역시 콜라처럼 누군가의 갈증을 풀어준 적이 있는

 시원한 사람이 아니었다면 말이야   


 이젠 국어에게까지 불려 가서 한 소리를 들었다. 그저 시는 시일뿐인데 자신한테 하는 말인 줄 알고 있었다.




Michael Jackson - In the Closet https://youtu.be/4qLY0vbrT8Q?si=jCbRdeR8PE_idcQ_          

Michael Jack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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