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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pr 12. 2024

샌드위치에 굴

기묘한 조합


봄에는 사람이 이상해지니까 될 수 있는 한 밖으로 나가지 말아야 해. 그래서 최대한 봄을 덜 느껴야 한다고. 봄을 마구마구 느끼게 되면 자꾸만 알 수 없는 구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들어.


구멍 하니까 영화 [존 앤드 더 홀]이 생각나네, 좀 남 다른? 아들이 엄마와 아빠, 그리고 누나를 음식에 수면제를 타서 잠들어서 깨지 못하는 틈을 타서 집 근처 산에 있는 벙커에 넣어두고 지켜보는 이야기 말이야. 얼핏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영화였지. 감독은 파스쿠아 시스토라는 감독인데 요르고스의 분위기를 약간 맛본 듯한 기분이 들어.


나는 정말 흥미롭게 봤거든. 기생수는 흥미 없게 보고 이런 기묘한 이야기는 또 흥미 있게 봤네. 이 영화에 배우들은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는다. 주로 한 가족이 전부인데 유명한 배우들이 나와. 아빠로는 너무 재미있게 전 시리즈를 봤던 덱스터의 마이클 C 홀, 엄마 역의 제니퍼 엘은 여러 영화에 나왔지만 하정우가 나왔던 우리나라 영화 더 벙커(여기도 벙커네)에 나왔고, 누나로 나오는 배우는 아주 유명한 타이사 파미가야. 타이사 파미가는 사실 언니가 더 유명하지 베라 파미가로 베라 파미가는 역시 하정우와 꽁냥꽁냥 하는 영화 [두 번째 사랑]에도 나왔지. 그때의 베라 파미가의 미모는 하늘을 뚫고 나갈 것 같았어.


베라 파미가 하면 여러 수많은 히트 친 영화에 나왔지만 역시 총괄 제작자이자 주인공으로 나왔던 [베이츠 모텔] 시리즈가 최고였다. 노먼 베이츠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싸이코]의 주인공 이름이며 거기에 나온 모텔의 또 다른 이야긴데 싸이코의 장면을 오마주한 장면들이 많았지. 시리즈 전체가 이토록 재미있을 줄은 몰랐어.


[존 앤드 더 홀]에서 존은 좀 남달라. 질문이 아주 많은데 연결되는 질문을 하는 게 아니라 무작위 마구잡이로 질문을 하는 이상한 아이지. 벙커 속에서 깨어난 가족이 벙커 위에서 쳐다보는 존에게 꺼내 달라고 하지만 그저 무표정으로 계속 보기만 하는 존. 그리고 먹을 걸 던져줘. 그때 가족은 아들이 자신들을 벙커에 집어넣었다는 걸 알아. 그러면서 존은 혼자 집에서 자유롭게 지내. 엄마가 없다고, 아빠가 없다고 전혀 슬퍼하거나 불편해하지 않아. 하루에 한 번 정도 먹을 걸 던져주던 존이 가족에게 먹을 걸 던져주는 걸 잊어버리게 돼. 그러면 가족은 이틀이고 그냥 굶는 거야. 존은 왜 그러는 것일까. 아주 위태롭고 엉망처럼 보이지만 느긋하고 아무렇지 않은 존. 존은 엄마아빠를 찾아오는 엄마친구에게도 기괴한 질문을 해. 이 영화가 재미있다고 할 수는 없는데 아주 흥미로워. 도대체 13살짜리 소년이 마음을 먹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뭐든지는 테러블 쪽으로 말이야. 아이가 무서워지면 정말 무서운 거 같아.


아무튼 봄날에 봄냄새를 맡으면 그런 이상한 구멍으로 빠져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이상한 구멍으로 말이지.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서 토끼가 들어가는 그런 구멍이 아니야. 아주 호러블 하고 이상한 구멍이지. 봄날에 밖에 나가기만 하면 그런 기분에 휩싸이는 풍경에 들어갔거든. 그나마 다행인 건 봄이면 늘 다니면서 봄을 느끼던 곳들이 전부 바뀌어서 아파트단지가 되었다는 거지. 그래서 이전에 비해서 봄을 덜 느끼게 되는 거야. 예전의 봄날에 담아 놓은 사진들을 보면 매년 같은 곳을 찾아서 사진으로 담았는데 이제는 그런 곳들이 대부분 사라졌어.


내가 그렇게 느끼는 건지 모르겠지만 요즘은 사람들이 빛과 어둠으로만 나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빛과 어둠 사이에는 그늘도 있고, 흐린 부분도 있고, 덜 밝은 부분, 짙은 어둠도 있잖아. 빛과 어둠 사이에도 다양한 빛이 존재하는데 지금 사람들은 빛과 어둠으로만 나누려고 하는 것 같아. 양극으로만 나뉘는 거지. 그래서 그 사이에 있는 사람들은 그저 숨죽이며 지내야 하고 극과 극으로 나뉜 사람들은 내 편이 아니면 공격을 하고 말아. 강도가 높아.


영화 속처럼 만나서 치고받으면 괜찮을지 모르겠는데 댓글이나 sns를 통해서 공격을 하니까 그 수위는 더 높고 언제까지나 남아. 파란색과 빨간색이 대립을 해서 지금 세상에는 그 두 컬러만 있는 것 같지만 그 사이에는 수많은 색이 존재하잖아. 하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아.


나 말이야 굴을 좀 샀는데 이리 먹고 저리 먹어도 좀 남아서 샌드위치에 올려서도 먹었거든. 근대 색이 너무 예쁘지 않아? 보기 좋은 색이 먹기도 좋다고 말이야 이토록 색이 좋을 수 있을까. 굴을 올리니 더 멋진 컬러 같아. 굴은 생으로 먹는 것도 맛있지만 물에 살짝, 아주 살짝 데쳐서 먹으면 더 맛있는 것 같아. 라면을 먹을 때에도 넣어서 먹고, 밥을 안칠 때에 넣으면 밥맛도 좋아. 사실 밥이라는 게 맛이 늘 좋아. 밥맛이 좀 덜 좋아야 하는데 왜 모든 음식이 맛있을까.


어릴 때는 편식도 많이 하고, 쳐다보지도 않았던 음식들까지 왜 맛있을까. 왜! 왜! 왜! 그래서 샌드위에 굴을 올려 먹어도 맛있다는 말이지.



오늘은 로이킴의 [봄이 와도]를 듣자 https://youtu.be/-Xl6tTxBCts?si=vf92Eq0OYVCT4A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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