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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y 30. 2024

56. 전투태세 -5

소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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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바지를 입고 중년의 길로 접어든, 둔하게 보이는 몸집에 덥수룩한 머리를 한 머털이가 누더기도사에게 고개를 숙인 채 혼이 나고 있었다. 누더기도사는 수염으로 땅을 받치고 공중 부유한 상태로 머털이의 머리를 지팡이로 때리고 있었다.


 언젠가부터 묘선이가 자신에게 마음을 돌리지 않게 되자 머털이는 묘선이에게 다가가려고 많은 노력을 했지만 헛수고였다. 묘선이도 세월이 흐르면서 멋있고 자신에게 마음을 다 바치는 남자가 마음에 들었다.


 머털이는 먹는 것을 너무 좋아했고 퍼지기만 했다. 머털이는 여자 마음을 잘 알아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아니, 여자마음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 심성이 착한 것을 제외하고는 남자로서의 매력이 거의 없었다. 묘선이에게만 착하게 대해주면 좋겠는데 머털이는 모두에게 다 친절했다. 묘선이는 모두에게 친절한 남자는 필요가 없었다.


 머털이는 술을 마셨다. 묘선이의 마음을 돌리는 것이 요괴를 물리치는 것보다 훨씬 어려웠다. 여자는 화가 나면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머털이는 도통 알 수 없었다. 화가 나는 일이 있어서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화가 나서 화를 내는 여자의 심리에 대해서 머털이는 전혀 다가가지 못했다. 한 번은 묘선이가 이런 말을 했다.


 “난 말이야, 그 누군가의 무엇이 되고 싶지 않아. 자유롭게 생활하고 싶어.”


 하지만 머털이는 그 누군가가 자신을 향해 있는 말인지는 알아듣지 못했다. 하루는 술을 너무 마셨다. 도사님이 들어가지 말라던 선인요괴의 동굴까지 기어 들어갔다. 그 속에서 그만 가물가물한 정신으로 머털이는 봉인이 되어있던 갈락파토스 상자를 열어버린 것이다. 갈락파토스는 봉인이 깨지면서 상자에서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갈락파토스는 산성비를 맞고 짙녹색의 괴수로 변해갔다.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질소는 갈락파토스의 개체수를 늘려갔고 괴수의 부피도 점점 거대해지고 커져갔다. 갈락파토스는 미끄덩거리는 몸을 가지고 있었으며 눈과 코는 없고 몸에 가득한 수십만 개의 촉수와 큰 아가리에서는 짙고 더러운 녹색의 액체가 흘러내리거나 뿜어져 나왔다. 녹색의 액에 닿는 모든 것은 부식되거나 사라지거나 했다. 순식간에 영역을 넓혀가며 갈락파토스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은 한순간에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히에로니무스 보쉬의 지옥이 있다면 이런 광경일 것이다. 대통령 마이콜은 일본에서 건담부대를 파견토록 하는 방안을 정중히 거절했다. 마이콜은 대한민국의 힘으로 갈락파토스를 물리칠 수 있다고 믿고 있었고 그 힘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 싶었다.


 통신부장관인 도우너에게 홍길동을 찾아오라는 긴급명령을 내렸다. 홍길동은 제3은하계에서 휴가 중이었는데 별나라 삼총사의 은하호를 타고 하루 만에 올 수 있다는 전보를 받았다. 마이콜은 비밀조직인 NSS국장인 또치에게도 전자인간 337의 행방을 알아보라고 했다. 우리에겐 그 누구보다 전자인간 337이 필요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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