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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y 31. 2024

56. 전투태세 -6

소설


6.


 #

 전자인간 337은 훈이의 장례식에 참석한 이후 슈트를 벗어던지고 평범한 인간을 돌아가 연금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전자인간 337은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의 슈퍼영웅들과 팝그룹의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러한 계획 때문에 전자인간 337은 모든 것을 털어 버리고 뉴저지에서 중년의 칼엘과 아쿠아맨과 함께 토론 중이었다.


 그들은 영국의 오아시스를 능가하는 팝그룹을 만들 계획에 매일 연습을 하며 제2의 삶을 여유를 가지고 보내고 있었다. 기분이 묘했다. 평온한 삶이 가져다주는 느긋함이 있었지만 그 속에는 어쩐지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이 빠져 있다는 허무도 함께 있었다.


 “이봐 칼엘, 자네가 보컬을 맡지?”라고 아쿠아맨이 말했다.


 “무슨 소리야, 목소리는 337이 제일 좋은데.”


 그들의 가장 큰 고민은 베이시스트를 구하는 일이었다. 그들은 베이시스트로 캣우먼이 어떨까 하며 이야기를 했다. 그들은 삶을 즐기려 하고 있었다. 그때 전자인간 337의 휴대전화기로 모르는 번호가 떴다. 국가도 알 수 없는 번호였고 이상했다. 전자인간 337의 번호를 알고 있는 사람은 손꼽는 인원밖에 없었다. 그는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남발하는 일도 없었다. 대부분 전자인간 337의 번호를 알고 있는 사람은 미국의 슈퍼영웅들이었다. 이렇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울리는 일은 없었다.


 “헬로?”라고 전자인간 337이 말했다.


 “대한민국 NSS국장 또치입니다. 지금 대통령께서 전자인간 337을 긴급히 찾으십니다. 이 나라에 위기가 닥쳤습니다.”


 전자인간 337은 옛 생각을 하며 의자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대통령의 부름에 한달음 달려가고 싶지만 자신은 예전의 전자인간 337이 아니었다. 한창일 당시 전자인간 337의 몸은 39억이 넘는 자본이 투입되었다. 전자인간 337의 귀는 오만입방미터의 소리를 전부 들을 수 있었고 태권도를 구사했고 일격에 삼만 마력의 힘으로 현역시절에는 많은 활약을 했다.


 파란 해골과 더불어 투명인간과의 대결은 대단한 결투였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전자인간 337이 마루치가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전자인간 337의 검은 망토도 이젠 세월의 흔적 속에 색이 바랬고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가슴의 버클인 숫자 7도 이젠 위용이 떨어졌다.


 30억이 넘는 몸을 가지고 있지만 지금은 좋은 스포츠카도 10억 하는 시대다. 일격에 삼만 마력을 뿜어낸다지만, 아스트로 보이 아톰은 태어날 때 이미 십만 마력의 힘을 지니고 태어났다. 아톰은 악당들과의 전투 속에서 십만 마력으로는 충분하지 못해 죽음을 각오하고 백만 마력의 힘으로 업그레이드가 되었다. 그것에 비한다면 전자인간 337은 초라하기만 했다.


 전자인간 337의 주제가를 입이 닳도록 부르던 아이들은 훌쩍 커버려 모두 아이들의 아빠가 되었다. 그런 주제가가 있었나? 할 정도였고 그들은 주택융자를 끼고 대출금을 갚느라 하루하루가 빠듯하고 숨 가쁘게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허리둘레는 점점 늘어가고 웃음은 잃어버린 채 하루를 견디고 있었다. 역시 머릿속에 전자인간 337이라는 자신의 우상이 있었던가? 했다. 찾지 않으면 기억에서마저 소멸되어 갔다. 전자인간 337을 기억하는 이들은 아주 드물었고 요즘 아이들은 다른 나라의 슈퍼영웅을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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