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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n 04. 2024

56. 전투태세 -10

소설


10.


 “실례지만 똘이장군이신가요?”


 “그렇소만 누구신지요?”


 “여기는 대한민국 청와대 방위사령부 대통령 마이콜입니다. 이곳 임시작전본부가 차려진 청와대 지하대참호로 오시길 부탁드립니다. 지금 나라가 위험합니다. 부탁드리오, 똘이장군.”


 “대통령님, 전 이제 중년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제가 도울 일이 있겠습니까?”


 “똘이장군, 당신의 능력이 필요하오. 한국에 남아있는 동물들이 우리를 도와줄 수 있을 것이오. 그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대뿐입니다. 부탁드립니다. 똘이장군.”


 똘이장군은 전봇대에 매달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사라졌던 제비 한 쌍이 활공했다. 위험에 처했다는 나라에 비해 하늘은 평화롭게 아름다웠다. 곧 이런 하늘이 먹구름이 될 것이라는 대통령의 말이 떠올랐다. 똘이 장군은 휴대폰의 폴더를 올리고 단축키 1번을 눌렀다.


 “당신, 애들하고 한 달 정도 나 없이 생활해야겠소. 한 달 정도 출장이 잡혔거든.




#

 태권도장에서는 기합소리가 한창이다.


 “몸통 지르기! 하나!”


 “얍!”


 구령에 맞게 선풍기만 한 아이들이 몸통 지르기를 따라 했다. 아이들 앞에 서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사람은 아라치였다.  오늘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하늘에서 비만 떨어지면 마루치는 아이들을 가르치다 말고 사라져 버렸다. 아라치는 마루치가 해야 할 일까지 도맡아서 하고 있었다.


 태권도장에서는 이제 태권도만 가르쳐서는 먹고살 수가 없었다. 프로그램을 늘 만들어야 했다. 여름이면 하절기 수련회를 가야 했고 아이들의 간식과 미술도 같이 겸하는 프로그램도 넣어야 했다. 가장 우선시되는 것이 아이들의 안전이었다. 이 모든 것이 만만찮은 일이었다.


 매일 반복되는 일이 안정되게 흘러가게 하는 것이 얼마나 노력을 해야 가능한 것인지 마루치는 알게 되었다. 아이들이 운동을 마치면 운행도 가야 하는데 비만 내리면 마루치는 태권도장에서 사라지고 만다. 분명 어딘가에 숨어서 추억에 젖어 있을 것이다.


 “자! 다시! 하나!”


 “얍!”


 태권도장에서 오 분 여 떨어진 거리에 또 다른 건물의 지하창고는 마루치의 보물섬과 같은 곳이다. 지하의 10평 정도 되는 공간에는 책들이 빼곡히 쌓여 있었다. 그곳을 비추는 약한 전등불빛, 한 사람 정도가 눕거나 앉아서 책을 보는 공간을 제외하고는 전부 책이 쌓여있었고 그 책들은 전부 만화책이었다.


 마루치는 표준전과를 베고 누워서 오래된 소년중앙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자신이 오래전에 자주 읽었던 만화책들이었다. 이제 단종되어서 이런 만화책은 세상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소년중앙에는 자신의 이야기인 ‘태권동자 마루치’라는 타이틀로 그 일화가 소개되었다.


 비가 오는 날, 보물창고에서의 마루치는 소년중앙을 펼 쳐들며 오래전 감흥에 젖었다. 책을 읽으며 삼양라면을 끓이지 않고 그대로 와그작 씹어 먹고 있었다. 마루치는 사람들이 오래전에 불렀던 자신의 주제가를 흥얼거려 보았다.


 -달려라 마루치 날아라 아라치 마루치아라치 마루치아라치 야압

 태 권 동 자 마루치 정의의 주먹에 파란 해골 13호 납작코가 되었네-


 마루티는 콧노래를 부르며 키득키득거렸다.


 2절.

 -원수를 찾아서 하늘을 날으는 마루치아라치 마루치아라치 야압

 우 리 들 의 아라치 날리는 주먹에 파란 해골 13호 납작코가 되었네-


 노래를 흥얼거리며 마루치는 아라치와 함께 양사범 님이 운영하는 도장에서 청소하던 기억에서부터 파란 해골 13호와의 결투를 생각했다.


 세계태권도대회에서 파란 해골의 반칙공격으로 마루치는 부상을 당했는데 그때 입은 부상의 후유증에 지금에서야 나타나고 있었다. 파란 해골의 눈에서 나오는 방사능에 오염되어 있었던 것이다. 빙산기지사령관이 해룡들을 이끌고 공격할 때 마루치는 그것을 막으려다 정신을 잃었고 유리가 구해 주었다.


 '인어인 유리는 지금껏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남태평양 근해에서 간간히 발각되기도 한다는데 고래들과 함께 잘 살아갈 것이다. 아라치 앞에서 유리 이야기를 했다가는 그날 밥은 굶어야 한다. 아니다, 일주일은 굶어야 한다.


 바다의 오염이 나날이 심각해지는 것도 마루치는 걱정되었다. 이런 예전의 생각을 하면서 누워 있었다. 그때, 이곳을 모르는 아라치가 문을 쾅 열며 들어왔다. 마루치의 눈이 커지며 ‘난 이제 죽었다’라고 생각하는데, 아라치가 대통령에게 연락이 왔다며 빨리 도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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