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관 Jun 16. 2024

하루키 오마주 소설 2 -2

제목미정

2-2


https://brunch.co.kr/@drillmasteer/3996


벤치에서 일어나려는데 메시지 울림소리가 들렸다. 보니 카페의 여주인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그것이 입에서 다 나오기 전에 일각수의 머리뼈를 10번 두드리세요. 세 번씩 끊어서, 마지막에 한 번은 앞의 세 번 보다 강하게 두드리세요]


잘 도착했느냐 같은 인사 같은 말은 없었다. 그저 이렇게 메시지가 들어왔다. 그녀가 일각수의 머리뼈를 알고 있다. 그녀의 할아버지가 골상학 박사라서 그런지, 아니면 손녀인 그녀 역시 어떠한 재능이 있어서인지 보여주지도 말하지도 않았던 가방 속의 일각수의 머리뼈를 알고 있었다. 그녀도 리틀피플에 대해서 알고 있을까. 메시지로 물어보고 싶었다. 당신은 리틀피플에 대해서 알고 있습니까?라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만두었다.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그녀가 그러라고 하면 그렇게 해야만 한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렸다. 나카타 씨와 함께 밥을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금방 소화가 되었나 보다. 마을에 식당이라도 있으면 간단하게 요기를 때우고 싶었다. 어차피 숙소에는 음식을 팔지 않을 테니까.


초등학교를 나와서 왼쪽으로 돌았다. 오래된 담벼락이 죽 나타났다. 담벼락이 끝나자 가옥들이 붙어 있는데 역시 마당이 바로 보이는 주택들이었다. 저 앞에 식당이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식당이라고 하기에는 몹시 작은 공간이었다. 선술집 같았고 그 안에서 마을의 주민처럼 보이는 나이가 든 남성 두 명이 소리를 높여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가까이 갔을 때 맛있는 냄새가 확 풍기기에 나도 모르게 그 안으로 들어갔다. 실내는 마치 60년대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에 나올 법한 식당의 분위기였다. 왜 그런지 실내의 벽지나 테이블 모두 색채가 옅어져 보였다. 테이블은 딱 세 테이블이 있었다. 나는 두 노인이 앉아서 먹는 테이블 뒤에 앉았다. 이곳에 앉으니 창문으로 밖이 보였다. 개울 소리가 들렸다. 주방에서 드르륵 하며 문이 열리더니 주인으로 보이는 할머니가 나왔다. 나는 먼저 맥주를 주문했다.


주인 할머니는 주방에서 맥주 한 병과 컵을 들고 왔다. 나는 쑥갓이 들어온 가락국수와 열목이 구이 두 마리를 주문했다. 맥주는 크라운 맥주 라벨이 붙은 맥주였는데 요즘은 볼 수 없는 맥주였다. 한 모금 마셨는데 목 넘김이 너무 시원하고 콱 자극을 주는 것이 좋았다. 요즘 맥주 같지 않았다. 낯설지 않은데 새로운 맛처럼 느껴졌다.


아름다움 죽음과 가까운 것이다. 느닷없이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맥주를 마시고 든 생각이었다. 아름다움이란 죽음이었다. 죽음이 아름답지 않다면 이 세상은 지옥이 될 것이다. 죽음이 아름답기에 이 세계는 균형을 이뤄간다. 맥주에 무슨 약을 탔나. 그건 정말 새로운 맛이었고 마실 때마다 세상의 아름다움이 떠올랐고 더불어 죽음도 동시에 따라붙었다. 이란이는 지옥으로 간 것이 아니었다. 지옥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맥주가 목을 긁으며 위장으로 떨어질 때마다 격렬하게 알게 되었다.


주인 할머니가 열목어 구이 두 마리를 들고 왔다. 나는 맥주를 한 병 더 달라고 했다. 주인 할머니는 예, 라든가, 알겠습니다,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문득 할머니를 보니 나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 열목어 구이는 아주 맛있었다. 레몬이라든가, 양념 같은 것도 없었는데 젓가락으로 발라 먹으니 과일 맛이 나면서 촉촉하고 부드러웠다. 이런 구이를 그동안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다. 그리고 맥주를 마셨다. 나는 노인들의 테이블을 보았다. 그들 역시 이렇게 맛있는 맥주와 맛있는 안주를 먹고 있었다. 이런 음식을 매일 먹을 수 있다면 너무나 고요한 이 마을도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너무나 고요하고 적요하면 울진시내로 나가면 된다. 조용하게 혼자서 할 일을 찾기만 한다면 이 마을에서 정착하고픈 생각이 들었다. 순전히 맥주와 열목어 구이 때문이다. 그리고 주인 할머니는 쑥갓이 들어간 가락국수를 들고 왔다.


노인은 말했다. 어떤 사람에게는 과거만 있다. 노인은 나에게 과거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그 마을은 민간인들 밖에 없었다. 군인들은 이미 전쟁으로 인해 마음과 몸이 피폐할 대로 피폐해져 있었다. 매일 옆에서 사람이 죽어가고 팔다리가 떨어져 나가는 모습을 봐야 했다. 병원에만 가면 치료할 수 있는 상처도 의무병과 보급이 이뤄지지 않아 살이 썩어 들어가서 곪아서 죽는 모습도 봐야 했다. 전쟁은 적군이라 불리는 상대방과의 전투로 죽는 경우보다 이동을 하거나 행군을 하며 벗지 못한 군화 때문에 발이 썩어 문드러져 그 균이 뇌에까지 침범해서 죽는 모습이 더욱 끔찍했다. 마치 악마의 씐 것 같았다. 고통이 허덕이다 자신의 머리에 총구를 대고 방아쇠를 당기는 군인도 있었다. 이미 군인들은 짐승처럼 변해있었다.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 하루키 오마주 소설 2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