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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n 15. 2024

하루키 오마주 소설 2 -1

제목미정

2-1


https://brunch.co.kr/@drillmasteer/3996


나는 숙소를 나와서 마을을 둘러보았다. 마을은 아주 작은 동네였다. 그렇다고 해도 초등학교도 있고 농협도 있고 교회는 두 곳이나 있었다. 마을은 도로를 사이로 두고 양 옆으로 주택이 늘어서 있었다. 주택은 오래된 가옥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한옥 같은 집은 보이지 않고 90년대 분위기가 나는 주택으로 대부분 바뀌었다. 정확한 건축 양식이 존재하지 않는 주택들이었다.


대문이 있는 집은 보이지 않았다. 담벼락도 없고 마당이 있고 그 안에 주택이 있었다. 어떤 집 마당에는 경운기가 있었고, 어떤 집은 민박을 받아서 주차를 할 수 있게 마당을 만들었다. 민박을 받는 집은 깨끗했다. 오래된 집인데 오래된 집 같지 않았다. 그 깨끗함에는 설명할 수 없는 기묘함이 있었다. 차려놓은 음식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채 두 시간이 지나도 김이 멈추지 않는 것처럼.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하며 마을을 둘러보았다. 그 이유는 마을에 젊은 사람과 개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농협을 돌아서 골목으로 들어가니 작은 다방이 나타났고 그 옆에는 가축병원이 있었다. 동물병원이라 표기하지 않고 가축병원이라고 해 놓은 것이 인상 깊었다. 도시 속 동물병원과는 달리 이 마을의 동물병원의 주 고객은 소들이었다. 가축병원은 그리 크지 않았다. 아주 작은 장소였다. 그 앞에는 비료 같은 것들이 몇 포대 쌓여있었다. 동네는 한적했고 고요했으며 평온했다. 그 농도가 짙어서 몸이 무거워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마을을 더 둘러보았다. 초등학교 입구까지 올라갔다. 대문 바로 옆에는 거대한 고목나무가 한 그루 서있었다. 마치 문지기처럼 보였다. 자정이 넘으면 나무는 쿵쾅쿵쾅 하며 움직일 것만 같았다. 학교의 정문은 열려 있었다. 나는 운동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벤치에 앉았다. 조금만 더 가면 이란이가 묻힌 곳이 있다. 나는 벤치에 앉아서 지금까지의 일들을 생각했다. 딱히 무엇을 생각하는지, 어떠한 것을 떠올리는지 나조차도 알 수 없었다. 이란이를 생각하다가 점점 불국사 근처의 카페 여주인이 떠올랐다. 그 풍만한 모습에 나는 편안함을 느끼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러고 보니 그녀가 나에게 도착하면 메시지를 한통 넣어달라고 했다.


[저는 목적지에 잘 도착했습니다]


간단하게 메시지를 넣었다. 그리고 나는 폰 화면을 들여다봤다. 그러나 그녀에게 연락이 오지는 않았다. 나는 왜 그녀가 바로 답장을 해줄 거라고 생각했을까. 이란이가 죽고 난 후 나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은 없었다. 그 정도로 나는 도심지 속 사람들 속에서 고독했다. 그렇다고 그 점을 불쾌하게 생각하거나 우울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간섭이 사라져서 비관적이지 않았다.


분명 나는 그동안 사람들의 관심도 간섭으로 여겼다.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는 것이 나에게는 부담이었다. 전화 통화를 하는 것 역시 나는 어색했다. 해야 하는 말만 하고 끊는 것이 좋았다. 휴대전화가 등장하고 나는 마음 한편으로 안심이 되어갔다. 메시지가 내게는 편했기 때문이다. 즉흥적으로 말을 해야 할 필요가 없었다. 약간이라도 생각을 한 다음 메시지를 보낼 수 있었다. 이란이와 메시지를 이용해서 하고 싶은 말을 풍부하게 할 수 있었다. 이란이 역시 사람들 속에 섞여 말을 많이 하는 것을 힘들어했다. 결국 우리는 어떤 면으로 군중 속에서 고독해야만 하는 족속들이었다.


하지만 이란이가 있을 때에는 상관이 없었다. 와이파이가 터지는 곳에서는 마음껏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란이가 없는 지금은 전혀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이 없다. 당연한 것인데 그 당연함을 나는 조금씩 받아들이는 것을 힘들어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마을로 들어오면서 어린이들을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사람들 자체가 없었지만 젊은 사람도, 어린이도 보지 못했다. 초등학교가 있다는 건 어린이들이 마을에 살고 있다는 말이고, 교회가 두 곳이나 된다는 건 그만큼 수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일 텐데. 그러나 내가 그런 것에 신경 쓸 문제는 아니었다.


초등학교는 그리 작지 않았다. 소규모 동네의 작은 초등학교라고 하기에는 건축물 자체는 꽤 길쭉하고 4층까지 있었다. 적어도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다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과학실이니 음악실이라는 라벨도 창문에 붙어 있었다. 무용실도 보이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교실이 존재했다. 근래에는 지방으로 갈수록 초등학생들이 줄어 들어서 정책방침으로 아이들을 위해 승마도 배울 수 있고, 각종 레저도 수도권에 살고 있는 어린이보다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수월하게 프로그램을 해놓았다고 한다. 무엇보다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도서관이나 차량용 도서관을 잘 마련해 놓았다. 그럼에도 지방의 어린이들은 점점 줄어간다. 이 역시 이미 정해진 일일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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