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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y 08.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84

4장 1일째 저녁


84.

 정부의 저들은 어째서 저토록 눈에 띄는 복장에 기분 나쁜 분위기를 풍기면서 다닐까.


 이런 생각을 잠시 했지만 개더 룸에서 다른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뇌파를 채취할 때는 모든 신경을 한곳에 집중해야 한다. 자칫 엉뚱한 뇌파를 건져 올리면 낭패에 낭패인 것이다. 시냅스 사이에 물질을 넣어서 잘 통과시켜야 한다. 다른 신호의 뇌파를 건드리면 큰일이다. 그렇게 되면 심각한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 집중을 해야 한다. 남들보다 탁월한 능력으로 수월하게 뇌파 채취의 자격을 거머쥐었다고들 하지만 마동 자신은 어렵게 암약하며 습득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두 사람의 보이지 않는 시선은 꽤 거슬렸다. 마네킹처럼 전혀 꼼짝도 하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고 서 있어서 그들이 자아내는 분위기는 더욱 우울했다. 마동은 힘겹게 클라이언트의 뇌파 채집을 끝냈고 정부의 두 사람은 마동에게 어떠한 말도 건네지 않고 채집이 끝난 파일을 받아서 자신들의 가방에서 뇌파를 읽는 부스터를 꺼내 파일을 꽂아서 채취가 끝난 꿈의 뇌파에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서 체크에 들어갔다.


 마동은 작업이 끝나자 긴장이 풀리면서 힘이 쭉 빠져나갔다. 낮에 마동의 몸 상태는 그야말로 엉망이었다. 힘이 들어 채집 연구실에서 나가려고 했지만 스미스 요원을 닮은 사내가 “잠시 계셔주시오. 오너에게는 이미 전달했소”라며 마동을 그 자리에 앉아있게 했다. 케이 요원처럼 생긴 사내는 스미스 요원의 사내가 뇌파의 파일을 점검하는 동안 가방을 들고 마동을 감시하듯 꼿꼿하게 앞에 서 있었다. 역시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고 움직임도 없었다. 그저 가방을 들고 묵묵히 서있을 뿐이었다. 이 사람들은 아무리 봐도 정부의 사람들처럼 보이지 않았다.


 어딘지 모르게 잘 다듬어진 폭력단 조직의 사람들처럼 보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


 그렇지만 눈에 보이는 저들은 제대로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다. 조직폭력배의 말단 직원들처럼 주먹구구식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분명 아니었다. 정부는 이미 오래전에 문민정부라는 슬로건 아래 대통령이 여러 번 바뀌었지만 겉으로는 평화를 지향하고 벽을 허문다는 정치를 내세워 정부의 허물을 벗어던졌고 국민들에게 정부 부서의 견학을 허락했다. 반면에 정부 역시 중견기업에 간섭하기 시작했고 정부의 사람들은 하나의 절차라고 딱 잘라 말했다. 비록 그것이 허울뿐이고 수박 겉핥기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합법적인 사업채에 이런 강압적인 복장으로 들어와서 마음대로 하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동은 하지만 기운이 없고 몸이 좋지 않아 그대로 의자에 등을 파묻고 앉아 있었다. 눈을 감고 정신을 차리려고 애썼다. 두 사내가 하는, 채취한 뇌파의 재검사 역시 꽤 시간을 할애해서 이루어졌다. 대략 3, 40분 정도가 지났다. 마동은 여전히 약간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고 손을 이마에 대고 있었다.


 “이제 끝났습니다”라는 스미스 요원의 소리가 들렸다. 목소리 톤이 이미 정부의 사람이었다. 마동은 그래도 눈을 바로 뜨지 않았다.


 “조금 무례하게 보일 수도 있으나 이해를 바랍니다. 윗선에서 직접 전달을 받은 우리로서는 그대로 움직여야 합니다. 우리가 임의로 선택을 할 수는 없습니다”라며 스미스 요원은 선글라스를 벗었다. 케이 요원은 선글라스를 낀 채로 가방을 들고 버드나무처럼 서 있었다. 마동은 눈을 뜨고 스미스 요원을 바라보았다. 눈썹이 짙었고 선글라스를 벗으니 처진 눈매 덕분에 얼굴이 선하게 보였다. 대략 50 전후의 나이로 보였지만 40대로도 60대로도 보이는 묘한 얼굴이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타인에게 표정을 읽혀서는 안 됩니다. 행동하기 전에 그 행동에 대한 책임감을 지녀야 합니다. 불필요한 행동은 아주 좋지 못하다고 입사하면서부터 교육을 받아왔소. 당신들이 하는 일은 비록 합법적이기는 하지만 꽤 위험을 동반하는 작업입니다. 정부에서는 아주 유심히 주시하고 있습니다. 아시고 계시겠지만 말이죠.”


 “저보다는 저희 오너와 이야기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마동은 말했지만 스미스 요원은 마동의 말을 무시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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