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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y 09.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85

4장 1일째 저녁


85.

 “정부는 이쪽 방면의 부서를 따로 설립하여 감시 체재에 돌입하게 되었습니다. 이유는 더 잘 알고 계시겠지만 오용과 남용에 있다고 보시면 되겠소. 정부를 거대한 멍청이로 보는 이들이 많겠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정부에는 꽤 유능한 인재가 많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로 똘똘 뭉쳐있는 곳이 정부입니다. 정부에서는 무능한 식충이보다 유능한 능력자를 확보해야 그 이후의 일들이 착착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곧 나라와 국민을 위하는 길입니다. 어디서든 그 법칙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스미스 요원은 마동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다시 말을 이어갔다.


 “국회에서는 당분파가 일어나서 사람들을 선동하는 것이 진정 그들의 우발적인 행동일 것 같습니까? 전혀 아닙니다. 그들은 바보들이 아니오. 모든 상황은 원칙과 규칙, 계획에 의해서 짜 맞추어져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잘 볼 수 있도록 미디어를 통해서 흘려보내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사람들은 우왕좌왕하게 되는 것이오. 그러는 동안 정부는 다른 곳에 눈을 돌려 빨리 일을 처리하는 것입니다.” 스미스 요원은 케이 요원을 한 번 쳐다보았다.


 “어떻게 보이십니까?” 스미스 요원은 손바닥으로 케이 요원을 가리키며 마동에게 물었다. 하지만 마동의 대답은 들을 필요가 없다는 듯 스미스 요원은 자신의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마동은 이제 대답 따위는 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전혀.


 “견고한 벽 같지 않습니까. 바늘도 들어가지 못할 모습처럼 말입니다. 이런 모습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싫어합니다. 가까이 다가오지 않죠. 반대로 이쪽에서 다가가면 꼬리 내린 강아지처럼 슬금슬금 피하거나 두려워합니다. 인간이 두려움을 느끼면 질문에 올바른 대답이 나오는 것입니다. 우리 같은 사람이 청바지를 입고 인간적인 모습으로 이곳에 왔다고 해 봅시다. 본인이(마동을 가리키며) 지금 우리를 보며 가졌던 생각은 들지 않겠지요. 아 저들은 정부부처 사람들 치곤 인간적이군. 꽤 인상이 좋아. 하는 생각을 가지겠죠. 인간은 그런 생각을 가지면 지금처럼 질문에 이런저런 말을 많이 하게 됩니다. 서로서로 시간을 오래 끌게 되오. 급기야는 인간적이기 때문에 인간적으로 기어 올라오죠. 사람들은 정부가 하는 일은 일반인들이 추구하는 세계에 부합되는 역할을 못한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난 아니야, 난 달라,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인간이란 그런 존재입니다.” 스미스 요원은 넥타이를 조금 풀었다. 이로써 케이 요원보다 한층 풀어진 모습처럼 보이려는 찰나 다시 넥타이를 타이트하게 올렸다.


 “정부는 미디어라는 꽤 정통한 눈을 가지고 있지. 이 미디어로 구석구석 모든 부분을 봅니다. 꾸준하게 체크하고 간섭하고 관심을 갖고 감시를 합니다. 로비 윌리엄스가 주연한 영화 ‘스토커’가 있소. 극 중에서 시모펠리스로 나오지. 그는 아주 순박해. 착한 사람의 전형이야. 25년 된 대형마트의 사진현상소에서 20년이 넘도록 착실하게 일하는 아주 정직한 직원이오. 하지만 그는 리나 가족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고 있소. 리나의 습관, 행동, 동선, 그녀의 집 내부의 가구 배치까지 말이오. 정부는 시모펠리스처럼 모든 걸 보고 있소. 정직하게 말하면 시모펠리스는 법을 어기고 있지만 진실은 리나를 보호하고 싶은 거지. 이미 다른 곳의 당신 회사와 비슷한 사업채가 사라지고 나면 대부분 어두운 곳에서 불법적인 뇌파의 채취를 무분별하게 하고 있소. 아시겠지만.”


 “그런데 이런 불법 사업체를 우리가 어떻게 찾아내서 단속을 했을 것 같소? 지금 합법적이지 못한 작업이 전깃줄처럼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쯤 정부는 낱낱이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전부 단속을 하지 않을까요.”


 잠시 틈을 두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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