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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y 07.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83

4장 1일째 저녁


83.

 점심시간 직후 갑작스레 세미나실에 개더 룸 팀장, 꿈 디자인 총괄과장과 법무 팀과 오너가 모이게 되었다. 마동도 그 속에 있었다. 클라이언트의 꿈을 브리핑받고 그의 뇌파를 채취하는 작업에 마동이 투입이 되었다. 마동은 고민이었다. 몸 상태가 좋지 못했다. 무기에 관련된 꿈의 리모델링은 정부의 허가가 떨어져야 한다. 정부는 혹시라도 무기 제조 연구에 일익을 했던 클라이언트의 연구가 밀서 형식으로 해외의 테러집단에게 흘러들어 가는 행위를 막아야 했다. 자칫 그렇게 된다면 상상을 넘어서는 일이 터질지도 모른다. 군수 과학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 해온 클라이언트는 그곳을 퇴직하고 자신의 꿈을 리모델링해서 누군가에게 되팔려하지는 않았다. 자신의 잃어버린 꿈이 다시 한번 살아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할 뿐이었다. 그는 정부 산하기관에 긴 시간 몸담고 있어서인지 그의 꿈 리모델링을 정부에서도 막지 않았다.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었다.


 마동이 생각하기에 그 이면에 정부는 클라이언트의 완성된 리모델링의 꿈이 국가의 이익에 끼워지리라는 계획을 품고 있는 것이 아닌가 했다. 그리하여 클라이언트의 리모델링 제의가 들어왔을 때 정부 쪽에서도 까다로운 절차 없이 회사에서 일을 진행하게 해 주었다. 지금의 정부는 평화를 지향한다. 하지만 그것은 후피 동물의 객혈 같은 것이다. 어디까지나 겉으로 드러나는 정부의 단면이었다. 정부는 평화를 위해서 평화를 깨트렸다. 경찰국가의 모습을 보이며 억압을 동원해서 다른 곳의 평화를 밟음으로써 정부가 원하는 평화의 틀에 그것을 끼워 맞췄었다. 그런 자들이 잔뜩 모여있는 곳이 정부다. 정부는 개개인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국가를 믿고 있지만 그것은 허상에 불과하다. 빅브라더 같은 독재자는 어느 시대나 존재했다. 다른 이름과 다른 얼굴을 지닐 뿐이다. 언제나 사람들을 감시하고 통제했다. 어느 순간 빅브라더는 정부라는 이름과 모습으로 활동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헤테로피아를 꿈꾸며 정부에 반하는 인간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사라진 천연기념물 또는 풀벌레처럼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고 사람들은 없어진 이들의 행방은 알지 못했다. 가족들은 없어진 사람의 행방에 대해서 소수문 했지만 그들의 존재는 그야말로 완벽하게 부재가 되었다. 연좌제가 폐지된 지금도 관련된 사람들은 기록이 말소되거나 아무 일도 하지 못하게 하는, 보이지는 않지만 거역할 수 없고 무서운 압력이 가해지고 있었다.


 [어이, 이것 봐. 너희가 살고 있는 세계가 유토피아야. 자유를 줬고 그 속에서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살면 돼. 헤테로피아 따위는 만들려 하지 않아도 된단 말이야. 그런 것은 애초에 없어]


 정부는 사회에 반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달콤한 척, 강압을 보이며 그들을 잠식했다. 사람들이 이성에 확실하게 근접하여 믿고 있는 ‘확신’이라는 개념을 정부가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처럼 지식과 객관의 여러 면을 정부는 개개인에게 확립시켜 주었다. 개인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뿐이다. 대체로 정부는 평화를 지향하려면 폭력이 필수가 되어야 한다는 필요악적인 부분을 지니고 있었고 이익이 된다면 악의 축과도 손을 잡기도 했다. 클라이언트의 리모델링 공문이 부처로 들어갔고 정부는 정확히 오후 3시에 정부 쪽 사람을 회사로 보냈다. 그들은 뇌파를 채집하는 개더 룸에 동승했다.


 정부에서 나온 사람들은 두 명이었다. 그들은 주름 하나 없는 깔끔한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었고 둘 다 머리는 포마드로 잘 빗어 넘긴 올백을 하고 한 사람은 숱이 많지 않았고 한 사람은 압도적으로 많았다. 둘 다 자외선 차단을 250% 할 것 같은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서 안경 너머의 눈빛을 볼 수는 없었다. 두 사람 다 키가 178센티미터는 넘어 보였다. 맨 인 블랙의 두 주인공 또는 매트릭스의 스미스 요원처럼 보이는 복장과 비슷한 느낌을 풍기며 두 사람은 표정 없이 마동과 직원들에게 고개를 약간 숙여 인사만 했다. 머리숱이 많은 남자가 들고 온 가방에서 서류를 오너에게 보여주었고 마동과 함께 뇌파 채집실에 동승했다. 겉으로 감도는 분위기는 맨 인 블랙의 케이처럼 옷을 입었지만 얼굴의 표정은 매트릭스의 스미스 요원처럼 돌 같은 모습이었다. 거기에 우울했다. 정부 사람들은 우울한 표정을 시침질로 얼굴에 박은 채 뇌파 채집실로 마동과 같이 들어갔다. 비교적 움직임이 민첩했다. 구두의 밑이 바닥에 닿는 면적과 소리가 일정했고 보폭도 흐트러지지 않게 유지하며 걸었다. 여러 가지로 훈련이 잘 된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특징이었다.


 마동은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뇌파 채집이 평소보다 오래 걸렸다. 실력을 잘 알고 있던 오너는 기본시간을 초과하자 조금은 긴장을 했다. 하지만 오너는 마동을 믿고 있었다. 마동은 기분 나쁜 분위기를 풍기는 선글라스의 두 사내가 꼼짝도 하지 않고 바라보고 있으니 뇌파 채취가 더 어려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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