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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l 01. 2024

7번 국도 4

단편소설


4.


“전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게 돼. 심지어는 자식이 다섯 명이면 두 명만 데리고 폭격이 터지는 곳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지. 그리고 피난을 갔다가 나머지 아이들을 찾으러 가면 건물의 잔해 속에서 하얗게 먼지를 덮어쓰고 눈동자가 이미 사라져 죽어버린 자신의 아이를 보는 거야. 그 엄마의 심정을 누가 알겠어. 살아남은 사람들은 언제나 라디오방송에 귀를 기울이고 있어. 라디오에서는 사망자명단과 생존자 명단을 매시간 흘려보내고 있어. 사망자명단에 자신의 가족이 있으면 오열과 함께 확인하러 가는 거야. 반대로 생존자명단에 가족의 이름이 있다면 기쁨의 오열을 하며 떨어져 있던 가족을 찾아서 난민 수용소를 가는 거야. 하지만 생존자명단에 가족의 이름이 있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어. 난민수용소에 가보면 처참해. 다리가 없어졌거나 두 눈을 전부 붕대로 가리고 있는데  앞을 보지 못한다거나 정신이 나가버린 사람도 있어. 사망자 명단에 있는 경우보다 낫다고는 말할 형편이 못 되는 거야. 그럼에도 살아남은 사람들은 라디오에 귀를 매시간 기울여야 해.” 나는 또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강이나 호수를 연결해 주던 다리는 모두 무너지거나 주저앉아있고 그 사이사이에 시체의 팔다리가 보이는 거야. 하늘을 날아다니던 독수리들이 내려와서 그것을 뜯어먹는 장면을 봐야 한다고 생각해 보면 아마 지옥이 따로 없을 거야. 아이를 잃은 엄마는 잠을 자다가 꿈을 꿔. 매일 꿈을 꾸는 거야. 아이가 바로 앞에 있어서 엄마는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아이를 안으려 하는데 아이의 눈이 갑자기 움푹 꺼지면서 울부짖는 거야. 왜 나를 구하지 않았냐고 하면서 말이야. 그런 꿈을 매일꾸지.”


그녀는 이야기를 듣고 많은 생각을 했다.


“당신은 전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을 해요?”라고 그녀가 물었다. 그녀는 마트에서 사 들고 나온 버드와이즈의 병을 땄다. 시원하지 않을 텐데 그녀는 상관없다는 듯 한 모금 마셨다.


“재미있다고 해야 할까. 전쟁이 발생하고 나면 살아남은 아이들은 새로운 놀이터가 생긴 것처럼 그 건물의 잔해 속을 헤집고 다니며 너무 천진스럽게 노는 거야. 아이들의 얼굴에서 전쟁의 참상 같은 것은 느낄 수가 없어. 아이들은 새로운 놀이터가 생겨 버린 거지. 벽돌이 무너져있고 집의 내부가 그대로 노출이 되어 있으면 아이들은 신나 하거든. 왜 아이들은 재건축하는 집이나 건물 속에서 놀기를 재미있어하잖아. 어딘가 좁은 공간으로 끊임없이 들어가려고 하고 조금이라도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려 하고 맨발로 땅바닥을 달리고 하찮아. 아이들에게 전쟁 후 풍경은 새롭게 비치는 하나의 놀이터처럼 여기지는 거야. 그런데 아이들이 폭격 후 건물 속에서 놀다가 미사일의 잔해라든가 터지지 않는 부비트랩 같은 것들을 잘못 건드려 그대로 몸이 산산조각 나서 죽어버리는 경우도 허다해. 전쟁은 전쟁이 끝났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거든. 죽어버린 아이의 엄마는 폭격 속에서 남편을 잃고 폭격이 끝나고 아이를 잃는 거야. 그리고 친구가 산산조각 나서 흩뿌려지는 모습을 본 아이는 평생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되는 거야. 자신도 모르게 오줌을 싼다든가, 하며 말이지.”


나는 그녀가 마시던 버드와이즈의 병을 들고 한 모금 마셨다. 시원하지 않은 맥주는 맛이 없었다.


“좀비영화가 끊이지 않고 계속 나오는 것은 아마도 전쟁에 대해서 경각심을 일깨워 주려고 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실제 같은 전쟁영화를 만들면 사람들은 잘 보지 않으니까 말이야. 실제로 미국과 영국에서는 좀비를 만나면 대처하는 요령에 대해서 소방서나 국방부에서 알려주고 있다고 하더라고. 나라와 나라 간의 전쟁이 아니라도 우리들, 어쩌면 전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해. 사람을 죽이고 도망가다 경찰에 범죄자들을 보면 대단한 일로 상대방을 죽이는 게 아니거든. 주로 변변찮은 일로 사람을 죽이는 거야. 또 복수 같은 거 말이야, 영화 속에서나 복수가 일어나지. 대부분의 경우 실제로 사소한 것에서 발단을 하는 거야. 전쟁도 마찬가지잖아. 이념이 뭐라고, 그것이 달라서 무고한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다니. 전쟁의 가장 큰 해학은 아마도 폭력이겠지. 폭력이라는 것은 행사하는 쪽과 받는 쪽이 나타나잖아. 사회는 끊임없이 폭력을 조장하고 있어. 전쟁을 부추기는 거야. 폭력을 함으로 해서 그 이외에 얻어지는 게 더 많으니까 말이야. 그리고 그것을 언론은 날조를 하고 보도를 하는 거야. 사람들은 그 보도를 보며 조장된 폭력을 정당하게 받아들이지. 요컨대 은행 강도를 때려잡은 사람을 부추겨 세워 보도를 하는 거야. 명예시민 같은 이름을 부여하면서 말이야. 그 사람이 은행 강고를 때려잡을 때 은행 강도는 안면이 함몰되고 팔을 모 쓰게 되었지만 은행 강도이기 때문에 그렇게 되어도 당연하다고 많은 언론에서 말을 하는 거야. 정당한 폭력은 반복이 되어도 괜찮다는 거지. 전쟁도 마찬가지야. 전쟁에 있어서 정당한 것은 어디에도 없는데 말이지. 사람들은 약을 먹지 않았음에도 점점 증오가 생겨나. 그것이 무섭다는 거야.”


내가 말을 끝냈을 때 카 수리 센터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마시던 버드와이즈 병을 그녀에게 건네주고 차를 받으러 갔다. 커넬 샌더스 같은 수염을 한 카 수리 센터의 주인은 이런저런 설명을 해줬고 나는 그에게 현금으로 수리값을 지불하고 그녀 앞으로 자동차를 몰고 왔다. 소리는 요란했지만 에어컨이 잘 나와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우리는 들고 있던 아이스박스를 뒷자리에 넣고 짐을 차곡차곡 쌓았다. 작은 차의 뒷좌석에 마트에서 구입한 짐으로 가득 찼다. 우리는 그 꼴을 보며 서로 미소를 지었다. 이제 다시 7번 국도를 타고 북쪽으로 서서히 올라가는 것이다. 태양이 거대하고 거역할 수 없는 열기를 뿜어냈다. 비가 한 차례 쏟아지면 좋으련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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