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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n 30. 2024

7번 국도 3

단편소설


3.


"군인들은 한정되어 있고 그들에게는 화력이 있지만 모든 사람들을 지켜내야 할 만한 병력이 부족한 거야. 어떤 군인들은 좀비 때가 몰려오면 총으로 자신의 머리를 쏘아버려. 그럼 좀비가 되지 않아도 되거든."


"가엽군요."


"한 마디로 전쟁이지. 세계대전을 읽어보면 그런 장면이 잘 나타나. 좀비로 인해서 전 세계가 혼란이 오고 건물과 물자가 중단되고 기름이 떨어지고 자동차로 이동이 불가능해지면 어떤 사람들이 그 세계에서 인정을 받는가 하면 지금 현재에 돈을 많이 벌어들이며 상류계층의 사람들과 반대인 사람들이야. 지금 현재에는 기업인수합병을 하는 사람들이나 변호사, 땅을 매입하고 되파는 사람들, 주식을 좌지우지하는 사람이나, 분석가나 컨설턴트나 연예기획사에 종사하는 중역들이 부를 누리며 살고 있지만 좀비가 도래하는 시대가 와 버리면 그들은 전혀 사회에 도움이 되지 못해. 그래서 그들과 반대로 생활을 하던 사람들, 즉 목수나 벽돌공, 기계 제작이나 수리공, 총을 제작하는 사람이나(불법이더라도) 청소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이 필요한 거야. 그래서 후자에 속한 사람들이 좀비가 도래한 시대에 전혀 필요 없는 사람들을 상대로 필요한 지식을 가르치게 되지."


"그렇게까지 복잡하게 흘러 들어가야 해요? 좀비가 나타나면 그냥 죽이거나 도망가면 되잖아요? 이렇게 복잡하게 시대가 흘러가야만 해요?" 그녀는 미간에 인상을 쓰며 말했다.


"전쟁이 나면 그렇게 되는 거야. 전쟁이 그래서 무서운 거지. 실제로 좀비가 나타난다면 좀비가 나타나는 것으로 끝나지는 않을 거야. 후폭풍이 무섭게 되겠지. 건물은 붕괴되고 마실 수 식수는 전부 오염이 되어있고 사람들은 증오와 불신으로 가득 차 있어서 누군가 잘못 건드리면 살인을 하게 되기도 하고 말이야. 살인을 한다고 해서 감옥에 넣을 수도 없잖아. 감옥이라고 하는 자체가 불안정하고 이미 교정의 개념이 사라져 버리니까 사람들은 힘이 있는 사람을 선두로 해서 또 다른 사회를 형성하고 그 속에서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을 치겠지. 정부는 군부를 대동해서 좀비와 정부에 반하는 이들을 제압하는 거야. 그러면 새로운 국면의 전쟁이 시작되는 거지. 또다시 붕괴에 붕괴를 거듭하는 거야."


그녀는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 고작 좀비가 출몰하는 것이라 사람들이 힘을 모아 좀비를 퇴치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나는 그렇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간들이란 욕심이 있고 누군가는 배신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 말에 그녀도 인정을 했다. 전쟁이 벌어지면 일단 군부가 정권을 잡아버리게 되고 시가전에서 보이는 여자들을 군인들이 겁탈한다고 해도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규범이 사라지게 된다.


"전쟁은 아버지와 형이 같은 경우도 생기게 해."


그녀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듯 무척 깊은 생각에 잡혔다.


"영화 그을린 사랑을 보면 그것이 잘 나타나.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 되는 행위이지만 전 세계의 곳곳에서는 지금도 계속 전쟁 중이잖아. 그리고 사라지지도 않지. 앞으로도 전쟁은 계속되니 말이야.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는 대단히 큰 일로 전쟁이 일어나지 않아. 이념이 맞지 않아서 서로 총을 겨누고 목숨을 앗아가는 거야. 그 괴리에 목숨을 잃는 사람은 무고한 시민이고 어린이들이지."


"좀비는 현재에 없지만 좀비가 나타나는 것보다 더 한 전쟁이 계속 일어나고 있어. 2006년도에 이스라엘이 아름다운 지중해도시 레바논을 3일 동안 무차별 폭격했었지. 그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불과 몇 명 되지 않아. 대부분 여자들과 아이들이 죽음으로 가버렸어. 폭탄을 맞고 한 번에 죽음우로 간 사람들은 어쩌면 다행일지도 몰라. 건물의 잔해에 깔려 머리가 으깨지고 고통받다 죽는다던가, 허리가 잘려나가 그 고통에 서서히 심장이 멎어 버린다던가 하는 경우 말이지. 사람들의 도움을 바라지만 어디에도 사람들은 나타나지 않고 밤새도록 울다가 잠든 가이 지나가는 탱크에 깔려 죽어버린 아니라든지...."


나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녀도 크로켓을 먹는 것을 멈추었다. 우리는 칼스버그를 마주치고 한 모금씩 마셨다.


“잘 와닿지 않아요. 전쟁이란 정말 어떤 건가요?”


“나도 전쟁을 겪어보지 못해서 잘 알지는 못하겠지만 여러 가지 책이나 기록이 있으니까 꾸준하게 보다 보면 전쟁이 전달하는 관념에 대해서 조금은 다가갈 수 있게 되는 거지. 전쟁이 일어나면 건물들이 붕괴되고 도로가 파손되며 기존에 누리던 모든 것들이 뒤바뀌거나 사라지게 돼. 마음껏 대소변을 볼 수 없고 커피는 상상할 수도 없어” 라며 나는 다시 그녀에게 맥주 캔을 들어 보였다. 그녀도 맥주 캔을 들었지만 전쟁에 대해서 생각에 빠져 있는 듯 보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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