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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n 29. 2024

7번 국도 2

단편소설


2.


크로켓은 금방 만들어서 그런지 무척 바싹하고 부드러워서 맛있었다. 나는 맥주를 파는 자판기에서 칼스버그를 두 개 뽑아냈다. 바로 따 버리면 거품이 흘러 넘 칠 것이다.라고 생각하는데 그녀가 먼저 칼스버그의 뚜껑을 열었다. 생각만큼 많은 양의 거품이 뿜어져 나오지 않았다. 조금 흘렀기에 입을 대고 마시면 된다. 맥주는 시원했고 크로켓은 바싹하고 맛있었다.


“그 이야기를 계속해줘요”라고 그녀가 입을 오물거리며 말했다.


“무슨 이야기?”라고 내가 말했다.


“좀비 이야기 말이에요. 좀비이야기.”


“넌 좀비이야기를 무서워하잖아. 어제는 이제 그만하며 끝내자고 하고선 말이야.”


“그건 밤이라서 그랬어요. 밤에 좀비이야기를 들으면 꿈에 어김없이 나타난단 말이에요.”


그녀는 칼스버그를 맛있게 한 모금 마셨다. 우리는 어디로 가는지 목적지가 없었다. 그저 두 달째 바다를 따라서 어딘가로 흘러가고 있었다. 이제 날이 점점 더워져서 조금만 움직이면 땀이 났다. 태양은 점점 열기를 지구의 바닥으로 뿜어내고 있었다.


“좀비가 지구의 인간을 삼분의 일을 먹어버렸지. 세상의 인간들이 좀비로 변해버린 거야. 대공황이 나타난 거지. 혼돈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풍경이었지. 강과 강을 이어주는 다리는 군에서 전부 끊어 버린 거야. 미사일로 말이지. 그러면 좀비들이 건너오지 못하니까. 뒤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어쩔 수가 없는 거야. 그 속에 어린아이가 있던, 노인이 있던, 여자가 있던 그것은 중요하지 않지.”


“그럼 뒤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좀비가 되는 거예요?”


“좀비는 체열이 없기 때문에 밤에 적외선 감지기에도 나타나지 않아. 그리고 부비트랩이나 크레모아 같은 엄청난 화력기기로도 좀비들을 죽이지 못해.”


그녀는 부비트랩과 크레모아에 대해서 물었고 나는 그것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그녀는 그것들에 대해서 들으면서 아, 응, 오, 하는 소리를 냈다. 그녀와 나는 두 달 가까이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옷도 못 갈아입고 다녔는데 그녀에게서는 더러운 냄새가 나지 않았다. 나는 땀 때문에 냄새가 심했는데 그녀는 나의 옆에 꼭 붙어 있었다. 지난번에 냄새가 심할까 봐 옆으로 살짝 피했는데 하루종일 말도 하지 않아서 이제는 피하지 않는다. 우리는 앉아서 칼스버그를 하나씩 더 뽑아와서 마셨다. 크로켓은 세 개씩 먹었고 나는 슬슬 질렸다. 양치질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연약한 허리를 지니고 있던 그녀는 크로켓을 하나 더 꺼내 먹었다. 나에게 권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좀비 한 놈에게 몰리면 인간의 형체를 유지하고 좀비가 되는 거야. 하지만 여러 놈에게 물리면 말이지." 나는 틈을 두고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속에서 크로켓이 춤을 추었다.


"여러 마리의 좀비가 달려들면 물린다는 개념이 아니라 뜯긴다는 의미가 맞을지도 몰라. 사자가 영양의 목을 물어 죽이고 다리를 뜯어먹듯 그렇게 팔다리가 떨어져 나가는 거야."


"그럼 좀비가 된 후에 어떻게 돼요?"


"그 후에 어떻게 되는 것은 없어. 그대로 전부 좀비가 되는 거지. 하지만 팔다리가 없는 상태로 좀비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좀비들보다 어둠이 불편해지는 거야. 허리 밑의 부분이 없어도 썩은 내장기관을 이끌고 인간을 향해 오니까 말이야. 그렇게 해서 북쪽으로 올라가는 사람들과 군인들은 이미 버려야 하는 사람들은 그대로 버리는 거야."


그녀는 사람이 사람들을 버린다는 것에 대해서 조금 생각을 하는 듯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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