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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상. 적. 인 행동이라고 보이지 않았다. 새아빠라는 사람은 는개의 귀를 만지고 머리를 쓰다듬고 또 귀를 만지고 머리를 끊임없이 쓰다듬었다. 친구의 눈에 들어오는 그 광경은 기이하리만치 이상했다. 는개의 표정도 조금씩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새아빠가 방에서 나가고 두 사람만 남게 되었을 때 친구는 는개와 많은 이야기를 했다. 지금 너의 아빠가 하는 행동은 잘못된 것이다. 친구는 분명하게 말했고 이후에 는개는 새아빠의 쓰다듬는 행동을 피하려 했다. 그것은 확실하게 이상한 행동이었다고 는개는 받아들이게 되었다. 머리를 한 시간 이상 쓰다듬고 귀를 만진다는 것은 ‘정상적인’ 것에서 벗어난 행동이었다. 새아빠의 기이한 점은 머리를 쓰다듬는 행위 그 이상의 행동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될수록 는개는 항상 집에만 머물러 있는 새아빠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새아빠가 접촉을 하려고 손길이 오면 는개는 손길을 뿌리쳤다. 는개의 몸이 자연적으로 새아빠의 음흉한 손길을 거부했다. 이렇게 하는 것이 는개의 생각으로 맞았다. 는개가 초등학교 6학년으로 올라갔을 때 그녀는 어렸지만 여자의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했다. 브래지어를 착용해야 할 만큼 가슴이 나왔고 초경도 했다. 초경이 일어나면 집에서 파티를 열어주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는개의 엄마는 패드를 대고 팬티를 올리며 더욱 조용히 는개의 입단속을 했다.
피 냄새가 진해, 유독 진하단 말이야 너는.라고 하며 는개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게 했다. 는개는 무슨 말을 하지 말라는 건지 알지 못했다. 는개는 새아빠에게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행위를 1분 미만으로 만지게 했다. 더 이상은 싫었다. 어느 날 새아빠가 없는 틈에 엄마는 는개를 방으로 불러서 다그쳤다.
“새아빠가 귀여워서 그러는데 왜 그러는 거야! 어릴 땐 새아빠의 무릎에 앉아서 네가 더 좋아했잖아.”
는개는 엄마의 말을 듣고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어릴 땐 그럴 수 있다. 새아빠는 조금 이상하다. 엄마는 왜 그걸 모르는 척하느냐. 그건 내가 귀여워서 쓰다듬는 게 아니다. 작년부터 한 시간씩 머리를 쓰다듬고 있다. 엄마라면 엄마가 나를 지켜줘야 하는 게 맞는 것이 아닌가. 이건 아니다.라고 는개는 엄마에게 큰 소리를 내며 말을 했다. 는개가 엄마에게 힘 있게 이야기를 했을 때 무엇인가 는개의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엄마는 는개의 뺨을 때렸다.
“새아빠는 그래도 머리만 쓰다듬잖니! 네가 귀여워서 그런 것이니 앞으로 새아빠가 쓰다듬으려 할 때 뿌리치지 마. 새아빠 덕분에 할머니도 집을 얻었고 이 집도 그렇고. 네 앞으로의 학비와 옷도 가방도 모두 새아빠가 사주는 것이니 아빠가 귀여워해 주면 그냥 그대로 있어!”
엄마의 급작스런 완고함과 손찌검에 는개의 눈망울에 눈물이 피처럼 맺혔다. 는개는 자신을 나아준 엄마라도 경멸이라는 감정을 실어서 쳐다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 는개는 학교의 수업이 끝나면 친구를 붙잡아서 놀다가 최대한 늦게 집으로 들어왔다. 엄마는 저녁 7시면 집에 오니까 엄마가 오면 새아빠의 행동은 진척이 없었기 때문에 는개는 학교가 파하면 밖에서 놀다가 집으로 늦게 들어왔다. 하지만 그건 는개의 착각이었다.
엄마가 집에 와서 저녁을 준비할 때 새아빠는 는개의 방에서 머리를 쓰다듬고 귀를 만지작거렸다. 저녁을 먹고 는개가 방으로 들어가면 새아빠는 들어와서 한 시간 동안 머리를 쓰다듬고 귀를 만졌다. 엄마가 집에 있을 때 새아빠는 그동안 는개의 머리를 오랫동안 쓰다듬지 않았지만 언젠가부터 새아빠는 엄마가 집에 있어도 는개의 방에서 는개의 머리를 쓰다듬고 귀를 만지작거렸다.
엄마는 말리려 하지 않았다. 한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는개의 머리를 쓰다듬는 새아빠의 행동을 알고도 모른척했다. 는개는 수치심이 독버섯처럼 피어올랐다. 무릎 위의 작은 두 손은 주먹을 쥐었다. 주먹을 쥔 작은 손은 진동으로 울리는 휴대 전화기처럼 서럽게 떨렸다. 새아빠의 손길을 우호적이라든가 는개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손길이 아니었다. 욕구를 채우려는 움직임이었다. 새아빠의 손놀림이라는 것은 산속을 일주일 헤매다가 어떤 벌레의 유충을 발견해 배가 너무 고파 입에 넣었는데 애벌레가 입 안에서 툭 터진 채로 꾸물꾸물 움직이는 징그러움이 새아빠의 손짓에 서려있었다.
그 손짓이 늘어갈수록 하느님의 가증스러운 개입을 는개는 바랐지만 그런 일은 당연하게도 일어나지 않았다. 절대적인 존재 하느님은 언제나 바빠서 나 같은 사람의 기도 같은 건 들어주지 않았다. 는개는 매일 지속되는 새아빠의 쓰다듬기가 끝이 나면 상상이상의 수치심에 주먹을 쥐고 있는 손바닥은 땀으로 흥건했다. 새아빠는 는개의 머리를 쓰다듬고 귀를 만지는 것 이상은 넘어서지 않았다. 새아빠는 가끔 집에서 자신에게 일을 배우는 사내들을 불러 무엇인가 모종의 이야기를 나눴고 저녁을 먹고 나면 는개는 책상에 인형처럼 꼿꼿하게 앉아 있었고 새아빠의 머리 쓰다듬기는 이어졌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