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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하늘보다 오늘의 하늘이 10

291

by 교관


291.


보글보글.


그런데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대중목욕탕의 기포가 ‘강’으로 올라오는 탕에서 발바닥을 기포에 대면 시원하지만 따끔거리는 느낌이었다. 목욕탕의 인공적인 기포만큼 발바닥에 바다의 기포가 올라와서 와닿는 만큼 강한 감촉이었다. 나쁘지는 않았다. 바닷물의 수온이 점점 올라갔다. 50대 남자의 얼굴은 땀을 흘리고 있었지만 비가 내려 그 땀을 모두 씻어내주었다. 빗물인지 바닷물인지 비린내가 나기 시작했다.


보글보글 보글보글.


50대 남자의 발바닥이 심하게 따끔거린다는 것이 느껴졌다. 아아 안 되겠다. 이제 바다에서 서서히 나가야겠다. 남자는 몸의 방향을 돌려서 해안 쪽으로 헤엄을 쳤다.


보글보글 부그르르르 부글부글.


50대 남자는 발바닥에 감촉이 없다고 느꼈다. 다리로 헤엄을 쳤지만 남자는 다리가 자신의 몸에 붙어있는지 가늠할 수 없는 정도였다. 다리에 감각이 빠져나갔다. 순간 두려움이 확 밀려와 술이 전부 깨는 기분이었다. 남자가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바닷물은 상상 이상으로 뜨거워졌다. 눈으로 들어오는 바다의 수면은 물을 끓이는 것처럼 보글보글 하는 수증기 방울이 바다의 수면 위로 올라와 터졌다. 비린내가 역하고 심하게 올라왔다. 당황해 버린 50대 남자는 바다에서 허우적대기 시작했다.


심장이 과장되게 뛰었다. 심장이 뜨거워진 체온을 견디지 못하고 팽창하려 했다. 남자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기괴했다. 물고기들이 익어서 바다 위로 둥둥 떠오르고 있었다. 비린내와 함께 양념이 제대로 되지 않은 매운탕을 끓일 때 나는 냄새가 진동했다. 남자는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바다에서 나가려고 헤엄을 쳤지만 손과 발은 아무런 감각이 없었고 허우적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바다는 순식간에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었고 남자는 온몸이 끓는 바닷물에 데어서 비명을 질렀다. 문득 손으로 다리를 만지니 살점이 문드러져 떨어져 나갔다. 남자는 바닷속에서 꼬리 잘린 잠자리처럼 파닥거렸지만 이내 물고기처럼 익어서 바다의 수면 위에 뜨고 말았다.


“으아악, 저기 사람이 보여요.”


누군가 둥둥 떠 있는 물고기들 사이에 사람이 떠 있는 모습을 보고 소리를 질렀다. 해변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비교적 얕은 바다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 밖으로 나왔다. 바다의 모습은 기괴한 풍경이었다. 완전히 익어버린 수천 마리의 물고기들이 수면 위로 둥둥 떠올랐다. 바다는 그야말로 냄비 안에서 끓이는 탕처럼 부글부글하며 끓어오르고 있었다. 바다는 시간이 지날수록 물고기의 익은 냄새가 비릿한 악취로 변하면서 사람들은 모두 코를 막았고 해변을 떠나가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행복하기만 했던 바닷가는 도래하지 않던 지옥의 세계로 일순간 변해버렸다. 멀리 헤엄쳐 나갔던 50대 남자는 바다의 수면에 떠올라 물고기처럼 점점 익어갔다. 시간이 흐를수록 남자의 얼굴은 흐물흐물하게 변했고 남자의 장기에 차 있던 공기가 끓는 물에 부풀어 올라 사람이라는 형체만 알아볼 수 있었다. 바다는 마치 히에로니무스 보쉬의 그림 같은 모습이었다.


정말 지옥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해변에 있던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고 두려움에 떨었다. 우는 사람도 있었고 비린내에 토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 두려움은 본질적인 두려움이었다. 인간의 삶에 닥쳐올 것이라는 예상 가능한 두려움이 아니었다. 손을 뻗을 수 있는 반경 내에서 벗어나버린 두려움이었다. 상대를 알 수 없고 예고도 없고 대비할 수도 없는, 시작을 알 수 없는 무서움이었다. 주의력이나 분석 같은, 머리가 해야 할 논제가 전혀 적용되지 않는 광경이 바다에 펼쳐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끓어오르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비는 떨어져 펄펄 끓어오르는 바다에 음표를 수십 만 개 만들어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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