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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y 11.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87

4장 1일째 저녁


87.


 마동은 바닷가의 조깅코스를 달리면서 고객에게 받은 꿈의 전반적인 레이어를 여러 개 쫙 펼친 후 그것을 다시 재정비한 것을 머릿속에서 실전처럼 가상 레이어를 만들어냈다. 머릿속에서 꿈의 리모델링을 하는 작업 역시 난생처음 겪는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마동의 뇌는 마치 컴퓨터 홀로그램처럼 정확하게 프로그램을 나타내 주었으며 마동이 생각하는 대로 레이어는 움직여 주었다.


 낮에 모니터 상으로 잠깐 봤던 꿈의 모듈이 이렇게 생생하게 떠오른다고 해도 홀로그램처럼 나타난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레이어 순차 배열이 끝나면 미려하게 머지시켰다. 이 모든 것이 달리면서 머릿속에서만 행해졌다. 기억이 만들어낸 프로그램 형식을 바탕으로 모럴이 형성이 되었다. 집에 가서 그대로 컴퓨터에 적용만 시키면 리모델링 작업의 시간을 단축시킬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생생하고 세세하게 기억이 나는 것일까.

 머릿속에서 떠 올리는, 낮에 본 기억이 정확한 것일까.

 나의 무의식에서 기억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있는 것일까.

 그런데 어째서 고등학교 때 사고에 대한 기억은 전혀 나지 않는 것일까.


 마동은 세밀하고 정밀하게 세공된 공예품의 하나하나까지 기억이 난다는 것이 못내 미덥지 못했다. 어린 시절의 군데군데 구멍 난 기억과 고등학교 시절의 병원에 입원하기 전의 기억이 없기 때문에 마동이 하는 기억을 잘 믿지 못하는 편이었다. 마동은 사람들이 말하는 기억이라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그 때문에 늘 필기하고 메모하고 스케치를 하는 것을 습관을 들였다.


 기억은 자신의 입지에 맞게 구부러져있어서 어느 순간 구부러진 촉을 원하는 방향으로 다시 돌리기가 어려웠다. 이미 한 번 구부러진 기억은 철사의 단단함을 지니고 있어서 손으로 힘을 줘도 움직이지 않았다. 기억이란, 하늘에 거대한 구멍이 생겨 그 한 부분이 없어져버리거나 제 몸에 맞지 않는 나사가 들어가서 삐걱대는 모양이 되기도 하고 멀쩡한 도로의 가장자리에 싱크 홀이 뚫려 버려서 검은 안개가 되기 십상인 것이 개념적인 부분에서의 기억이었다.


 하지만 지금 머릿속에서 작업하는 꿈의 리모델링 작업의 기억이라는 것은 대단히 생생했고 정확하게 홀로그램화되어 나타났다. 나타난 레이어를 눈앞에서 모듈화 시키고 홀로그램으로 움직여 1차적인 작업이 그대로 이루어졌다. 마동의 뇌는 작업한 것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정확하게 머릿속에서 스케치를 했다. 보통 마동이 평소에 떠오르는 작업내용이나 아이디어의 대략적인 시안은 휴대전화의 메모장에 활자화시켜 놓거나 간단하게 휴대전화의 스케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 스케치를 해 놓는 편이었다. 그래서 늘 휴대전화는 조깅을 하면서도 가지고 다녀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휴대전화를 꺼내서 꿈의 리모델링 디자인 작업을 옮겨 놓지 않아도 되었다.


 나는 얼마나 달렸을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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