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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y 12.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88

4장 1일째 저녁


88.

 마동은 30분을 쉬지 않고 달리다가 잠시 멈추니 그제야 약간의 땀이 나는 듯했다. 땀이 물처럼 흘러내려야 했지만 몸이 조금 달아오르는 기분이 들었고 땀은 미세하게 느껴지는 정도였다. 그렇지만 약간의 땀마저도 이내 사라졌다. 피부는 다시 보송한 상태로 되돌아왔다. 마동은 잠시 서서 팔뚝을 내려다봤고 숨이 차지 않아서 곧바로 달려 나가도 될 것 같았다. 머릿속에 떠오른 레이어의 배열작업의 기억을 휴대전화에 옮겨 놓지 않고 머릿속에 하나의 모럴 카테고리를 만들어서 그 안에 집어넣고 또 다른 레이어의 작업을 머릿속에서 하기로 했다. 집에 가서 머릿속의 카테고리를 열어서 작업한 기억을 꺼낼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괜찮았다. 이미 평소에는 할 수 없는 작업을 머릿속에서 했고 이미 기억할 수 없는 부분까지 세세하게 기억이 났다.


 마동은 머릿속에 만들어 놓은 카테고리 안의 작업한 내용을 꺼내 보았다. 머릿속에서 만들어놓은 카테고리가 열리며 그 안에서 작업한 내용이 물결처럼 차르르 흘러나와서 눈앞에 펼쳐졌다. 정말 처음 맛보는 경험이었다. 이번 작업은 꽤 힘들고 견고한 건이다. 사소한 것 하나라도 흘리거나 새어나가서 삐거덕거리게 된다면 심각하게 비틀어지고 만다. 마동은 어쩌면 정부의 감시 속에 있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겼고 안도감까지 들었다. 24시간 감시를 하고 있다지만 머릿속은 들여다보지 못할 것이며 남녀가 만나는 것까지 참견하지는 않을 것이다.


 얼굴에 와 닿은 바다의 바람은 분명 후텁지근한 바람이지만 시원했다. 바다의 저편 밤하늘에 마른번개는 여전히 밝은 빛을 발하며 하늘의 한 지점에서 떨어져 내렸다. 마른번개가 심해지면 사람들은 불안해할 것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 ‘설마’로 바뀌게 되며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것은 초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을 본다면 영화에서처럼 초능력자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불안해하는 경우와 비슷할지도 모른다. 초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은 어떤 무엇에 의해 위험에 처한 누군가를 도와주려고 초능력을 사용하겠지만 사람들은 그럼에도 초능력자를 무서워하고 부조리한 존재로 여기며 그들에게서 공포를 느끼고 만다.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나와 다른 능력을, 나보다 월등한 능력을 지닌 사람을 받아들이지 못하기에 두려운 존재로 낙인찍고 만다. 반드시 이해를 해야 하고 이해가 되지 않으면 무시하거나 애써 외면하고 불안해한다.


 마동은 그동안 인간이 불안에 떠는 모습을 허다하게 봐왔다. 초능력자에 대한 이야기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이야기니 접어두더라도 사람들은 현실에서 불안에 종종 떨고 있다.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가져오는 두려움이 점점 커지게 된다. 그런 암울한 미래를 미지의 세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그 상황 속에서 내리치는 번개가 이틀 동안 지치지 않고 계속되니 인간은 불안해할 것이다. 혹시 번개가? 하는 마음이 반사적으로 인간의 마음에 작용하면 불안함을 느끼게 된다. 자연의 소리에 한없이 나약하기 그지없는 것이 인간이지만 타인에게는 권력을 잔뜩 지닌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하는 것 또한 인간이었다.


 그런데 좀 이상했다. 사람들은 함구하고 있었다. 아니, 인지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뉴스의 날씨는 마른번개를 제외한 일기예보만 내보내고 있다. 지역뉴스와 지역 일기예보를 봐도 그랬다. 저렇게 큰 번개를 보며 건물 안에서 밖으로 나와서 마른번개에 대해서 사람들은 각자 한 마디씩 해야 했지만 어떤 누구도 마른번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들 마른번개를 무시하고 있었다. 마른번개의 존재를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저기 번개가 보이지 않으세요? 마동은 누굴 붙잡고 물어보고 싶었다. 조깅을 하는 사람들, 해안에 모여든 사람들, 길거리를 걸어가는 사람들, 그 누구 하나 저 먼 하늘에 내리치는 마른번개를 바라보지 않았다. 번개를 보며 조급해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몹시 이상했다. 사람들의 시야에 마른번개는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분명 저렇게 번쩍 하며 내리치는 번개를 본다면 불안해할 것이 틀림없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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