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소설
8.
아 난 사람이 아니지. 그렇지만 꼭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술에 취한 인간을 등에 업으면 꼭 오바이트를 했다. 전조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냥 업혀서 마신 술과 안주를 다 토해냈다. 내 등에 말이다.
아무튼 일주일에 하루를 제외하곤 처절하게 일을 했다. 월세라고 모아서 제대로 된 지하가 달린 집에서 관을 들여놓고 친구들과 아주 편안하게 잠이 들고 싶었다. 방음이 잘 되는 관은 3중으로 아주 비쌌지만 난 그것을 구입하고 싶었다.
지금 살고 있는 집도 나쁘지는 않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은 보증금 얼마에 매달 얼마를 내는 반지하방이다. 나는 반지하의 방이 아주 마음에 든다.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은가. 습기가 들어차면 그 기분 좋은 축축한 곰팡이 향과 채광이 되지 않아 내 피부도 아주 매끄럽고 반질반질하게 유지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주인이 아예 내려오지 않아서 밤에는 친구들이 내 집에서 편안하게 지내게 될 수 있어서 괜찮았다.
다만 친구들과 지내기에는 너무 좁다는 것이다. 이렇게 열심히 살던 내가 어느 날, 녹아내리는 눈처럼 모든 것이 부질없다고 느꼈을까. 아니면 사는 게 가슴에 대못이 박혀 재가 되는 것처럼 무섭게 느꼈을까.
그날도 새벽에 집으로 지친 몸으로 날아서 들어왔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죽음을 맞이한다. 그것이 유기체든 무기체든 뭐든 형태를 지니고 있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 소멸한다. 가만히 생각을 해 본다면 난 이제 없어져도 무관하지 않을까.
너무 오래 살아왔고 이렇게 힘이 드는구나, 사는 것이. 하면서 고된 생활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말이지. 죽음이란 그다지 멀리 있는 것도 아니고 불을 밝히는 하나의 스위치가 위에서 아래로 탁 내려가면 그뿐인 것이다. 새벽에 고요하게 내려앉은 하얀 눈처럼 내 의식은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 같은 뱀파이어는 이 세상에서 인간들보다 멋지고 더욱 강하고 무섭게 생존해야 뱀파이어라는 존재가 후세에도 지구상에서 존경을 받아가며 인간들과 공생하며 지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이마저도 부질없는 생각이다.
세월은 끊임없이 변하고 흘러왔다. 내 몸은 지칠 대로 지쳐있었고 나는 친구들에게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새벽에 들어와서 관 뚜껑을 덮지 않고 그대로 누웠다. 반 지하지만 커튼을 쳐 놓지 않으면 볕 좋은 날에는 관으로 한줄기 빛이 타고 들어 올 것이다.
그날이 내일이다. 빛을 받으면 빛을 받아들인 내 몸의 그곳부터 나무껍질처럼 말라버리고 금세 타들어 갈 것이다. 한 번도 그렇게 타 죽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아마 인간들도 그럴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하지만 자신은 그 죽음의 교집합에 집어넣지 않고 있다.
사백 년 전에 반헬싱과 헌터들에게 쫓길 때에도 난 그들을 두려워해 본 적은 없었다. 몸이 재가 되는 순간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시간으로 보면 5초 정도 될 것이다. 5초 동안 극심한 고통을 느끼며 죽어가겠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