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소설
7.
눈동자는 어디를 향해 있는지 알 수 없었고 입을 약간 벌리고 있었는데 혀가 말라 있었고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다. 다행히 못이 뇌에 까지 닿지 않았고 뼈를 살짝 뚫기만 해서 살아날 수 있었다. 그 뒤로 길 고양이들이 정신 나간 인간들에게 피해를 당하면 데리고 와서 치료를 해주다 보니 이렇게 11마리까지 늘어나버렸다. 살 곳을 찾아서 가라고 문을 잠그지 않았는데도 고양이들은 어디로 가지 않았다.
뭐 지금은 나도 편하다. 길고양이들을 생각하면 따뜻하고 이번 크리스마스도 난 그들과 행복하게 보낼 것이다. 난 그들을 위해 생선과 초밥을 구하고 그들이 따뜻하게 밤을 지낼 수 있도록 요즘 뜨개질 중이다.
그런 눈으로 나를 보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 사실을 다른 뱀파이어들이 알면 안 되는데. 음 자꾸 그런 눈빛이면 확 물어버리는 수가 있다.
오래전에 여성들과 밤늦게 두려움에 떨면서 다니던 마부들이 사냥감이었지만 요즘의 마부들은 사냥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일단 마차를 뚫고 마부를 차지하기가 너무 힘이 들었다. 이 자동차라는 것이 창문을 닫아 놓으면 부숴버린다거나 창문을 완력으로 열어 버리기가 너무 벅찼다.
유리주제에 그렇게나 강하게 만들 필요는 없잖은가. 그저 비바람을 막아주고 적당한 힘에는 와장창 깨지는 유리면 이래저래 다 좋은 것이 아닌가.
또 버려진 개들은 왜 그렇게도 많은지 개들을 키우다가 조금이라도 아프면 그냥 버린다. 오래전처럼 그냥 먹어 버리든지. 이 버려진 개들도 더 이상 내몰릴 곳이 없어서 나에게 와서 편안하게 죽여 달라고 한다. 동물들도 극도의 생활고에 스트레스가 쌓이면 자살을 한다지만 하루는 집으로 돌아와 보니 새벽에 여기서 저기까지 줄을 서 있는 게 아닌가. 개들이 말이다.
개들은 주인이라고 불리는 인간에게 선택받기 위해서 경쟁을 끊임없이 해야 했고 설령 인간의 품에 안기더라도 새롭게 치고 올라오는 어린 강아지나 다른 애완동물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했지만 만만찮은 일이었다. 다른 강아지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았다고 해도 인간의 자식이 태어나면 곧 버려지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개라는 동물은 어쩌다 인간으로 인해 인간의 사회에 존속되었지만 동물의 영역에도 사람의 영역에도 속하지 않는 비참한 존재라 인간에게 버림을 받으면 그들은 전혀 쓸모없어져 버린다. 집에 오니 줄을 서서 생명을 끊어 달라고 나에게 애원을 하는 강아지들을 보니 나 역시 점점 희망이 희박해져 갔다.
밤에는 어두워져야 하지만 도시는 밝기만 했다. 마치 밤이 두렵기라도 하듯 인공광원이 태양보다 더 밝게 밤새도록 불 밝혔다. 이 나라의 도시는 전부 그러했다. 결국엔 밤에도 선글라스를 쓰고 사냥을 했고 일주일에 한 번만 사냥을 하면 되는지라 나는 다른 날에는 밤에 아르바이트를 했다. 일정하게 일을 할 수는 없었다.
새벽일이라는 게 해가 뜰 때까지 해야 할 때도 있었기 때문에 그냥 그냥 일을 찾아서 했다. 쓰레기도 치우고 땜빵으로 편의점에서 일도 했다. 나는 원룸 촌에서 소문이 살살 나기 시작했고 나를 찾는 곳이 많았다. 비교적 힘을 쓰는 곳에서 나를 찾았다.
나는 인간의 몇 배의 힘을 낼 수 있었다. 어떤 가라오케에서는 일반인들에 비해 괴력을 지닌 내가 술손님들이 행패를 부리거나 만취한 손님들을 둘러업고 이동하는 것에 나만한 사람이 없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