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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y 18.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94

4장 1일째 저녁

94.

 세포 형질의 변화.


 샤워를 하고 노트북의 전원을 올렸다. 트위터에 접속을 했다. 마동의 변화에 대해서 누군가에게 말할 자신은 없었지만 누군가에게는 말하고 싶었다. 마동은 소피에게 털어놓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소피는 그곳에서 하루 일과를 알차게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트위터: 안녕 소피, 오늘 컨디션은 어때?


 아침에 태양이 떠오르듯 소피에게 안부를 묻는 것으로 마동은 시작했다. 소피 쪽은 아침 11시경을 맞이하고 있었다.


 트위터: 오, 동양의 멋진 친구, 거긴 꽤 늦은 시간 아니야?/ 여긴 새벽부터 비가 세차게 내리기 시작하더니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온다는군/ 게다가 온도가 너무 내려갔다구.


 소피는 투덜거리는 듯 들렸지만 뜻밖에 우연히 얻은 자유의 시간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어덜트 영화에 출연하면서 소피는 단 하루도 편하게 쉬어 본 적이 없었다. 매 시간, 오 분 대기조 같은 심정으로 대기하며 육체와 의식에 긴장을 주며 시간을 보내야 한다. 소피는 그것이 얼마나 거대한 강박과 스트레스로 다가오는지 잘 알고 있었지만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홍수 때문에 발목까지 차오른 집 안의 물 같은 긴장이 소피의 마음에 늘 비슷하게 깔려있었다. 그런 생활을 하고 있었고 마동은 그런 소피의 생활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이렇게 자연재해로 인해서 시간을 가지게 되면 어떻든 반나절 이상 아무런 할 일 없이 침대에서 뒹굴뒹굴할 수 있어서 그동안은 긴장의 끈을 잠시 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소피는 시간이 비어있다고 해서 마냥 퍼져 있을 수만은 없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혼자서는 성기 근처를 제모하지 못해 돈을 들여서 시술을 받았지만 소피는 노력 끝에 성기 근처의 제모도 혼자 하여 카메라에 예쁘게 나오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했다.


 트위터: 동양의 멋진 친구, 내 제모 한 모습이 보고 싶지 않아? 어때 보여줄까?


 소피의 노골적인 멘트에 먼저 반응을 보이는 이들은 마동보다는 소피의 팔로워들이다. 반응은 대단했다. 그들은 소피의 제모 사진을 보지 않고서는 트위터를 나갈 수 없다는 식으로 맨션을 올려대고 있었다.


 디렉트 메시지: 동양의 친구, 사람들의 맨션 때문에 정신이 없어. 디렉트 메시지로 대화를 할게.


 소피는 자신의 팔로워들에게 이제 가봐야 한다며 사람들에게 안녕을 고하고 디렉트 메시지로 돌아왔다.


 디렉트 메시지: 제모라는 건 말이야 여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 같아. 그것이 직업적으로 필요하던지 그렇지 않던 상관없이 말이야. 남자도 마찬가지야. 역시 직업적으로든 그렇지 않든 말이지. 동양의 멋진 친구도 그곳이 무성하게 자라는 대로 제 멋대로 내버려 두면 걸프렌드가 좋아하지 않을 거야. 어찌 되었던 입으로 털이 들어간다는 건 꽤 불쾌한 일이거든.


 여자의 제모는 오래전부터 행해졌으며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꾸준히 행해질 것이라고 소피는 말했다. 특히 직업적으로 제모를 해야 하는 자신 같은 여자들은 어떻게 하면 카메라에 예쁘게 나올까, 남자들이 보고 반할까 하는 고민을 많이 한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보통의 여자들이 생각하는 제모와는 다른 고민을 하고 있었다. 얼굴보다 더 중요하다는 말도 했다. 얼굴에는 표정이라는 것이 있어서 조금 못났더라도 카메라 앞에서 표정을 찡그린다던가, 야릇하거나 묘한 표정을 하고 있으면 보는 이들은 그것대로 좋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모를 하지 않는 부분은 표정이란 게 없으니까 관리를 해줘야 한다고 소피는 말했다. 직업군이 아닌 여자들도 겨드랑이나 다리와 팔의 제모를 오랫동안 해왔다. 그 부분은 여자기 때문에, 라는 당위성이 도사리고 있어서 안타까웠다. 마동은 자신의 안타까운 생각을 소피에게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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