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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y 17.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93

4장 1일째 저녁

93.

 그 속에서 마동은 가설을 세워봤다. 군대에서 2년 동안 먹은 음식물에 대해서 신체가 반응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전적 형질이 소년에서 청년의 신체로 넘어가면서 변이 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가설을 세워봤다. 군대는 집단주의가 우선시되어야 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나오는 음식이 먹기 싫다고 하여 먹지 않을 수 없다. 마동이 입대해서 자대를 배치받은 곳에서 점심을 먹을 때였다. 이등병 시절이었다. 식판에 받은 그 날의 점심메뉴 중에 생선 튀김이 있었다. 생선 대가리가 적나라하게 보이며 튀겨진 음식이었다. 된장국과 김이 나왔고 밥과 김치가 조금 있었다. 생선 튀김은 3등분으로 나뉘어 한 사람이 밥과 함께 먹을 수 있는 양으로 나온다. 마동이 식판 위의 생선 튀김을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이 튀김을 튀긴 기름에 대해서 의문이 들었다. 군대에서 취사는 장병들의 위생과 건강을 위해 깨끗한 식단으로 조리되어야 하는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생선을 튀긴 기름은 좋지 못한 기름으로, 그것도 규산마그네슘을 많이 넣어서 몇 번이나 다시 묽게 보이도록 만든 기름에 튀겼다는 것을 알았다.


 군대에서 가능한 일일까. 비리가 이런 곳까지 마수를 펼쳐야 가능한 일이다. 마동은 나중에야 알았지만 비리가 가장 많은 곳이 군부였다. 비리의 온상이었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장병들이 짊어지고 있었다. 마동은 이런 군대의 현실에 충격을 받았다. 생선 튀김은 도저히 먹을 수 없었다. 그대로 놔두고 나머지 반찬으로 밥을 먹고 식판을 들고일어나는 도중 선임에게 지적을 받았다. 왜, 생선 튀김을 남기는 것이냐, 여기가 사회인 줄 아느냐, 너 하고 싶은 대로 먹고 싶은 대로 먹는 곳이냐, 다른 장병들은 모두 없어서 먹지 못하는데 너는 졸병 주제에 왜 그런 것이냐며 그 자리에서 기합을 받았고 일어 선 상태로 식판을 들고 나머지 생선 튀김을 다 먹어야 했다. 기름 맛이 확 느껴졌다. 마동은 무엇인가 생선 튀김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지만 이곳에서 마동의 이야기는 설득력을 잃었고 아무도 마동이 말하는 기름에 관한 이야기는 들어주지 않았다. 마동은 몇몇 선임에게 늘 불려 가서 지적을 받아야 하는 관심 사병이 되었다. 군대는 그런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군대는 검은 비리가 가득하고 그것은 고무처럼 고체화되어 줄어들었다가 늘어났고 군인들은 당연한 듯 받아들이고 있었다. 먹으면 알 수 있을 정도로 더러운 기름을 마동은 꾸준하게 먹어야 했고 신체는 그에 따른 방어를 하고 세포 형질은 구조적 배치를 다시 해야 했다.


 규산마그네슘은 여러 가지 물질과 어울려 찌든 기름을 정제하는 것처럼 보이는 역할을 했다. 이 규산마그네슘을 꾸준하게 먹인 쥐들의 실험에서 폐암과 피부암 그리고 난소암을 일으킨다는 연구가 보고되었지만 식약청에서는 그 사용을 허가했다. 이 화학물질을 가지고 정제한 기름으로 요리한 음식이 마동을 이루고 있는 세포에 영향을 준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그러다 보니 체내의 어느 한 곳에서 분열이 일어난 것이다. 다른 하나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열성 유전형질이 청소년기에서 청년기로 넘어가는 시기인 군대에서 몸의 움직임이 많은, 과격한 훈련으로 인해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땡볕 아래에서 총을 들고 혹서기 훈련을 하며 각종 바이러스에 무방비상태인 피부는 내추럴 바이러스의 침투를 막기 위해서 세포조직을 나열하던 중 열성 유전자의 변이 유전형질이 그 나열 속에 끼게 된 것이다. 또 열성 유전형질이 군대에서 2년 동안 먹은 음식과 마찰을 일으키면서 혈액의 상태를 조작하고 세포의 조직 배열도 흩뜨려 놓은 것이다. 그동안 나타나지 않았던 열성인자가 변이를 일으키는 것이다.


 마동은 제대를 하고 가을을 맞이할 때면 늘 이런 고민에 빠지곤 했다. 세포와 정신적인 분야를 문서화시켜 놓은 책자를 탐독하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할 정도였다. 중요한 것은 부정한다고 해서, 심각하게 성찰한다고 해서 사실이 바뀌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피부의 알레르기는 남들과 다른 증상으로 나타났고 지금은 어제 이후의 감기 증상도 타인과는 분명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낮에는 감기 증상 때문에 얼굴이 민망할 정도로 이상했지만 밤이 되니 평상시보다 더 혈색이 좋고 몇 배로 빠르게 조깅을 하고 들어왔다. 제대 후 가려움증과 비슷한 패턴으로 가고 있다. 그리고 평발이었던 발바닥이 오목하게 바뀌어 있었다. 세포의 형질이 변한 것이다. 이것 역시 부정한다고 해서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제대 후 했던 고민을 이제 마동은 다시 하게 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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