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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날도 사라질 날도 4

소설

by 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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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승섭이는 내 말에 인상을 썼다. 승섭이는 우리 조원이지만 우리 조를 아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모델링에 집중하는 아이들이 거의 없었다. 나 역시 모델링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승섭이가 너무 열심히 해서 나도 그저 하게 되었을 뿐이었다.


“물론 네 녀석을 포함해서 말이다. 너는 어쩌다가 건축에 발을 들여놓고 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보여. 그런데 어쩌다가 나는 너와 같은 조에 걸려 버려서 이렇게 전전긍긍하고 말이야.”


나는 승섭이의 말에 미안하다고 했다.


“하지만 뭐 괜찮아. 그래도 이렇게 도로에, 자동차에, 사람을 디테일하게 직접 만들어 버릴 줄은 몰랐다, 굉장하다고 생각해. 나는 건축이 좋아서 건축과에 들어왔지만 도면 그리는 것 빼고는 전부 꽝이야.”


“건축의 시작은 도면으로부터 야”라고 내가 말했다. 승섭이는 내 말에 잠시 미소를 지었다.


“도면마저도 단면도 같은 아주 단순한 것뿐이야. 나는 투시도나 입체적인 스케치를 하고 싶지만 전혀 꽝인 것 같아. 그런 의미에서 나는 너의 도움을 좀 받아야겠어. 나를 괄시하지 않겠지. 나도 너처럼 대학생활에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 같으니까. 나는 어울리고 싶어도 껴주지 않는 것에 반해서 너는, 너는 네가 싫어서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않는 거 같다.”


나는 승섭이의 말에 잠시 생각했다.


“내가 볼 땐 반대인 거 같은데. 아이들이 너를 껴주지 않는 게 아니라 너가 아이들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자리에는 가지 않으니까. 아마도 아이들이 지레 겁을 먹었을 거야.”


“뭐? 나에게 겁을 먹었다구?”



“응, 벌 한 마리만 윙 하면서 와도 우리는 겁을 먹잖아.”


내 말에 승섭이는 잠시 자신이 벌이 된 것처럼 생각에 잠겼다. 승섭이는 통학을 했다.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야 했다. 마을버스를 한 번 타고 나와서 시내버스를 타야만 학교에 올 수 있었다, 비가 오는 날은 생쥐 같은 모습으로 학교에 나타나기도 했다, 도면 통을 등에 매고 가방도 다 젖고 무엇보다 머리카락이 다 젖어서 앞으로 내려와 안경을 덮었다.


“넌 왜 우산을 쓰지 않지?”


“우산을 써도 어차피 학교에 오면 비를 다 맞더라고.”


승섭이는 늘 버펄로 단화 같은 가죽 구두를 신고 다녔다. 그 신발이 자신만의 스타일이라고 했다.


“난 말이야, 어차피 외모가 되지 않으니 나만의 스타일을 찾아야 했어. 개성이라고 부르지. 그런 의미에서 나의 개성을 존중해 주는 사람과 어울릴 수 있다면 나는 그것으로 그만이라고 생각해. 그런 의미에서 너는 나를 존중해 주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점심은 내가 사지.”


“너를 존중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말해주면 내가 그렇게 할게.”


“네 녀석은 좀 별난 구석이 있구나. 그런 의미에서 나는 너를 친구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 난 그저 어디에나 널려있는 돌처럼 평범하기만 한 놈이야.”


승섭이는 그 말에 또 한참 생각에 잠겼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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