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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y 20.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96

4장 1일째 저녁

96.

 비밀이란 아는 사람이 적기에 그것이 비밀인 것이다. 마동은 소피에게 말함으로 해서 비밀이 이제부터 그 효력을 잃어버릴 것이다.


 디렉트 메시지: 오, 동양의 멋진 친구. 나도 한 번 보고 싶은데.


 마동은 액정 화면 너머의 그녀였지만 부끄러웠다.


 디렉트 메시지: 소피 그건 좀…….


 디렉트 메시지: 동양의 멋진 친구? 무슨 소리야. 당신의 여자 친구 말이야. 어때? 사진을 보여줘. 너무 궁금한데. 그동안 그런 말이 없었기에 더 궁금해. 당신과 사귀었던 여자들은 어떤 여자들일까.


 잠깐 침묵.


 디렉트 메시지: 동양의 멋진 친구, 당신 페니스 주위의 제모 모양을 내가 보고 싶어 한다는 거야? 설마.


 소피는 이모티콘으로 웃음을 만들었다.


 디렉트 메시지: 매일 보는 게 그 모습인데 궁금할 리는 없어. 그래도 동양의 친구가 굳이 보여준다면 보겠지만 말이야.


 또 웃었다. 마동은 더 부끄러웠다. 얼굴이 붉게 변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동이 어색하게 침묵을 지키며 부끄러워한다는 것을 이역만리 떨어진 소피가 눈치채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서 더 창피함이 몰려왔다.


 디렉트 메시지: 소피, 지금은 헤어졌어. 꽤 오래전 일인걸.


 디렉트 메시지: 그렇구나, 어제의 멋진 밤을 보낸 건 걸프렌드는 아니고?


 소피가 말하는 여자는 사라 발렌샤 얀시엔이다. 소피에게 말해볼까. 마동은 생각했다. 우연히 만난 여자와 비가 떨어지는 야외에서 섹스를 했다고. 그리고 이후에 심한 감기에 걸렸는데 지금은 다 나았고 평소보다 더 빠르고 힘차게 조깅을 하고 왔다고. 무엇보다 발바닥의 모양이 바뀌었다고.


 디렉트 메시지: 아니야, 걸프렌드는 아니었어.


 작은 스크린으로 우우 하며 소피의 환호가 이모티콘과 함께 차례차례 올라왔다.


 디렉트 메시지: 여자 친구는 어땠어? 대학교 때면 같이 동거를 한 건가? 그곳은 이곳과는 또 다른 문화일 테지?


 디렉트 메시지: 그래,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어. 하지만 난 동거를 했어. 그땐 그녀가 좋았고 우리는 서로 가난했기에 생활비를 절약해야 했거든. 같이 살면 집세는 절약할 수 있었고 그것만으로도 우리에겐 큰 위안이 되었지.


 디렉트 메시지: 계속해줘. 당신의 여자 친구와의 이야기 말이야.


 소피도 그렇고 여자라는 염색체를 가진 존재는 사소한 연애 이야기를 키우는 강아지만큼 좋아했다. 소피는 아기자기한 연애를 해 보지 못해서인지 마동이 하는 이야기에 집중을 하며 들었다.


 디렉트 메시지: 그녀는 나보다 나이가 많았어. 3살 위였어. 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있었는데 학교의 피아노실에 가면 나를 위해 베토벤 소나타를 들려주곤 했어. 그래서 지금도 난 그 피아노곡을 종종 듣는 편이야. 여름엔 끈적이는 땀을 온몸에 흘리며 섹스를 했어. 작은 선풍기 한 대가 있었지만 30분만 돌리면 뜨거운 바람이 나왔지. 우리는 끈적끈적한 서로의 땀 냄새를 맡아가며 탐닉하는 것에 몰두했어. 겨울엔 너무 추워서 이불을 덮어쓰고 그 안에서 헤어드라이기를 틀어서 몸을 따뜻하게 하고 꼭 끌어안고 있었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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