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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y 21.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97

4장 1일째 저녁

97.

 디렉트 메시지: 동양의 멋진 친구. 당신은 정말 멋진 남자일 거야. 마치 영화 속을 들여다보는 것만 같아. 그렇게 멋진 섹스를 나도 해 볼 수 있을까.


 디렉트 메시지: 소피는 아직 젊으니까 멋진 사랑을 하게 될 거야.


 디렉트 메시지: 거짓말이라도 들으니 기분이 좋은 걸. 동양의 멋진 친구.


 마동은 애써 아니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결국에는 어덜트 하드코어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보통적인 삶을 살아온 일반인 상대를 만나서 결혼생활을 하는 것은 어쩌면 삶에서 포기해야 하는 부분일지도 모른다. 동종업종의 상대와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들의 결혼생활이 순탄할리는 없었다. 남자 배우에 비해서 생명력이 짧은 여자배우들은 남편이 어린 여자배우와 성행위를 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봐야 하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결코 쉬운 것은 아니다.


 소피에게 신체의 변이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


 마동은 사라 발렌샤 얀시엔과 만난 다음 하루 동안의 신체적 체계가 바뀐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매일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소셜 네트워크 메신저로 알게 된, 만나본적 없는 어덜트 하드코어 여배우에게 털어놓는 이야기가 훨씬 많았고 편했다. 매일 지나치는 사람에게 이런 말을 뱉어 놓는다 한들 누가 믿어줄 것이며 믿어준다고 해도 비밀은 보장될 리 없다. 무엇보다 마동은 인간관계가 아주 협소했다. 소피도 마동에게 편안하게 제모에 대해서 털어놓지 않았는가. 제모뿐만 아니라 가슴이나 신체에 대해서 소피는 마동에게 스스럼없이 깊은 이야기를 종종 털어놓았다.


 디렉트 메시지: 이봐 동양의 멋진 친구. 그래서 걸프렌드가 당신에게 제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거였군.


 디렉트 메시지: 그래, 그녀가 오럴을 해주면서 털이 너무 무성하니 그 이야기를 어렵게 꺼내더라구.


 디렉트 메시지: 샤워를 하고 잘 말려야 하고 말이지. 동양의 멋진 친구.


 소피의 웃음이 보였다. 그렇게 느껴졌다.


 디렉트 메시지: 물론이야, 잘 말리고 있어. 아주 건조하게 말이야.


 태평양 건너에서 한 여인이 크게 웃는 소리가 보였다. 마동도 미세하게 웃음을 보였다. 소피는 제모에 관한 건 소피 자신뿐만 아니라 이쪽 계통의 많은 어덜트 배우들이 짊어지고 가야 할 숙제 같은 것이라고 했다. 제모는 상대방을 생각하는 에티켓이라는 말도 했다. 그리고 꾸준하게 하다 보면 어느새 적응이 되어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고 습관이 되어버려서 이전에 했던 불필요한 생각은 할 필요 없어진다고도 했다. 소피의 말을 들을수록 마동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디렉트 메시지: 동양의 멋진 친구, 그것이 인생인걸. 인간이란 꽤 복잡한 듯 보이지만 그 복잡함은 단순한 구조에서 나오는 거라구. 복잡할 땐 말이야 ‘오컴의 면도날’을 대입하면 조금은 나아질지도 몰라.


 디렉트 메시지: 오컴의 면도날이라면 경제성의 원리?


 디렉트 메시지: 딩동댕. 동양의 친구는 역시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디렉트 메시지: 아니야, 잘 알지는 못해. 그저 책을 읽다가 단락에 나오기에 알고 있는 것뿐이야.


 마동은 어젯밤 사라 발렌샤 얀시엔을 처음 봤을 때 자신보다 앞서서 걸어가는 모습에 오컴의 면도날을 대입해 보았다. 전혀 소용이 없었지만.


 디렉트 메시지: 오컴의 면도날은 말이야 어떤 현상을 설명할 때 불필요한 가설을 하나씩 배제하는 거야. 면도날로 과감하게 싹둑 도려내는 거지. 같은 현실을 설명하는 두 개의 주장이 있으면 간단한 쪽을 선택하는 거야, 멋진 친구.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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