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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Dec 08. 2024

그리운 날도 사라질 날도 41

소설


41.


 ‘당신은 길을 잃었군요. 이곳은 아무나 올 수 있는 곳은 아니에요’             

  

 나는 손등으로 눈을 비비며 일어나려고 했다.   

            

 ‘당신은 눈이 내리는 곳을 돌아다니느라 상당히 얼어있었군요. 그대로 좀 누워서 몸을 따뜻하게 해요. 올해 들어서 첫눈에 폭설이라고 해요. 아버지는 저녁에나 오실 거예요. 그때까진 편하게 계세요. 여긴 아무도 찾아오진 못해요’       

        

 나는 그녀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분명 말을 하고 있었지만, 입이 움직이는 것 같지 않았다. 그저 살며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눈동자 나를 향해 있었다. 아이의 눈동자 같았다. 그녀가 말하는 목소리는 어딘가 부정확한 감이 있는 음의 울림이었다.


 부정확하게 들리는 목소리는 귀에 익숙한 소리처럼 들렸다. 입을 벌리지 않고 나에게 소리를 전달하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의 생각들이 몇 가지의 모양으로 변형되고 갈라졌지만 결국 하나의 형태를 취했다.            

   

 “아가씨는 말을 할 줄 모르나요?”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내가 하는 말도 왜인지 부정확한 목소리 같았다. 마치 녹음한 내 목소리를 듣는 것 같았다.    

           

 '네, 맞아요. 전 말을 할 수 없어요. 그렇지만 당신에게 내가 하는 이야기가 전해질 수 있어요. 당신은 저와 대화를 할 수 있어요. 전 누구나 다 대화가 가능하지는 않아요. 그래서 저도 지금 신기해요. 당신을 보는 순간 당신은 제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당신은 평소대로 말을 하면 돼요’       

        

 나는 정말 현실과 비현실의 임계점에 서 있는 것일까.     

          

 ‘당신은 마음속의 방향이 갈팡질팡하고 있군요. 그건 사람에게 향한 것일 수도 있고 이물질에 관한 것일 수도 있어요. 그리고 당신 자신에게 향한 것일 수도 있어요’ 그녀가 입을 움직이지 않고 말했다.     

          

 “그런데 이곳에 들어오는 순간 마음이 평안해지고 다른 감정들이 느껴지지 않아요. 그러니까 다른 감정들이라고 하면, 불온한 것들? 미저러블 한 것들에 대해서는 차단이 되었어요. 왜 그런 것입니까?” 내가 물었다.               

 ‘그건 당신이 주체아로서 당신을 느끼고 있어서이기 때문이에요. 이곳에 주체아라고 한다면 주체인 당신은 당신을 바로 본 것입니다. 사람 대부분은 그것을 놓치고 있는데 말이에요’      

         

 “그건 하이데거 아닙니까?” 내 물음에 그녀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맞다, 아니다를 정확하게 인정하지 않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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