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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y 28.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104

5장 2일째

104.

 “자네는 내가 가장 아끼는 직원이네. 이렇게 말로 이야기하려니 좀 그 의미가 와 닿지 않을 수 있겠지만 말이네. 자네는 내 입장에서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야. 내 동생 같기도 하고 아들 같은 사람이지. 틸다 스윈튼이 나온 ‘캐빈에 대해서’를 봤는가?”


 그 여배우는 알고 있었다. 틸다 스윈튼의 빼빼 마른 몸과 얼굴이 겹쳤다. 마동은 머리가 아팠다. 모두가 며칠 동안 영화에 대해서 물어왔다.


 이것도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일까. 인생에 있어서 모든 것은 영화 속의 이야기들인가. 대부분 이런 영화를 알고 있나? 식으로 나에게 묻는다.


 마동은 오너에게 배우는 알고 있지만 그 영화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영화 속엔 어머니라는 존재가 당연히 아이를 사랑해야 하는 통념, 아이란 부모의 작품처럼 교육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상식을 떼는 영화였지. 자신의 아이를 사랑하지 못하면 인간이 아니라 폐륜이라는 관념이 우리들에겐 있네. 그렇지만 아이가 처음부터 엄마의 존재를 부정하고 나서면 엄마는 혼란스러워지네. 하지만 엄마는 결정적 모순처럼 그 아이가 살인을 한다든가 범죄를 저질렀을 때 모든 걸 안고 가야 하지. 죽을 때까지 말이야. 난 이미 자네에 대해서 그 엄마보다 더 엄마 같은 모습을 지니고 있다네. 자네에게 어떠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지만 혹시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난 자네를 껴안고 갈 거네. 자네는 그걸 알아줬으면 좋겠네. 그것이 신체의 변화가 되었던 나이면 그 외의 다른 어떤 변화가 되었던 말이네.” 오너는 일정한 톤으로 마동에게 말했다. 오너의 고유한 목소리에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었다. 오너는 마동이 무슨 병에 걸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미로 말을 하는 것 같았다. 마동에게는 그렇게 들렸다.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마동은 오너를 충분히 이해했다.


 “앞으로 개미를 양념해서 별미로 먹고 매미를 기름에 튀겨 밥처럼 먹는 것이 생활화되는 날이 올지도 몰라”라며 오너는 마동의 어깨를 두드리고 먼저 프레젠테이션 방으로 갔다. 마동은 머리가 아파오는 것이 느껴져서 소피에 앉아서 머리를 지그시 눌렀다. 속이 거북했다.


 오너가 말하는 의미처럼 나는 어떤 무엇에 의해 틈이 생겨버린 것인가. 그곳으로 변이가 시작되는 것인가.


 기름 벌레가 마동의 내장을 휘휘 젓고 다니며 배설을 마구 해 놓은 듯 찝찝함이 마동을 괴롭혔다. 몸살 기운이 심해져서 그런지 시야도 흐리고 뿌옇게 보였다. 마동은 손가락으로 눈을 한 번 비빈 다음 소파에서 일어났다. 바윗돌만 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여기서 빠져 버리면 모두를 곤란하게 한다는 것이 마동을 일어서게 만들었다. 다리에 힘이 풀리고 더욱 어지러웠다. 오너의 사무실 밖에는 최원해가 서 있었다. 그의 눈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들여다볼 수가 없었다. 최원해의 눈빛은 어떠한 사실적인 부분을 알아챘다는 눈빛을 띠었지만 이내 숨기고 다른 말을 했다.


 “자네 어떤가? 이 상태로 프레젠테이션은 할 수 있는가? 자네가 빠진다면 당장 내일부터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지?” 최원해는 팔짱을 풀고 마동의 어깨에 한 손을 올리고 다정하게 말했다. 한 손은 볼펜을 들고 자신의 안경테를 톡톡 쳤다. 톡톡 톡톡톡. 두드리다 고개를 돌려 마동의 얼굴을 보았다. 그리고 쓰디쓴 웃음.


 “걱정하지 마세요(저 보다는 회사에 대해서). 프레젠테이션은 준비해온 대로 마칠 겁니다. 저의 계획에 대해서는 보고를 하겠습니다. 오늘도 일단 병원에 한번 가보고 그 이후에 말입니다. 제가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그 타임이 끝이 나면 디자이너들에게 세부적인 오더를 내려야 하기 때문에 아직 조퇴를 한다거나 이후의 계획에 대해서 제가 빠진다는 말을 지금은 확실하게 할 수는 없어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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