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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y 27.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103

5장 2일째

103.

 마동은 택시를 잡아타고 회사로 갔다. 사무실에 들어서니 직원들이 전부 마동에게 시선을 돌렸고 수척해진 마동에게 괜찮으냐고 한 마디씩 했다. 마동은 괜찮지 않았다. 그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저, 실은 몸이 너무 안 좋습니다. 쓰러지기 일보직전입니다.라고 말하고 싶었다.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까.


 마동은 시골의 아침 마당에서 평온하게 노니는 닭처럼 애써 직원들에게 괜찮다며 감기 기운 때문에 그런 것이라 말하고 오너의 방으로 건너갔다. 오너는 마동의 모습을 보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마동을 맞이했다.


 “최부장에게 들었네만, 이렇게 심각하게 보일 정도라니.”


 “감기 기운인데요. 좀 지나면 괜찮아지겠죠.”


 마동은 움직여지지 않는 얼굴 근육을 겨우 움직여 미소를 지을 수 있다는 걸 오너에게 억지스럽게 보여주었다.


 “내 입장이 난처하군. 자네를 쉬게 해야 하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으니 말이네.”


 “오늘 프레젠테이션은 금방 끝날 테니 일찍 들어가 보겠습니다. 병원에도 들러야겠어요.”


 “그래, 알겠네. 그렇게 하게.”


 오너는 마동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직원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마동은 하루 만에 말라빠진 손가락으로 노트북의 화면을 켰다. 오너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마동과 노트북의 화면을 번갈아 보더니 이내 노트북의 화면에 시선을 고정했다. 오너는 곧 짧은 신음소리를 한줄기 흘려보냈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완벽하리만치 첫 작업을 끝낼 수가 있지.”


 마동은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오너는 그런 마동의 미소를 보더니 몸 상태를 한 번 더 물어보고 프레젠테이션 내용을 체크했다. 마동은 어제보다 몸살 기운이 좀 더 심해진 것 같다고 오너에게 말했고 프레젠테이션만 마치면 곧바로 병원에 가보면 된다고 오너를 안심시켰다. 리모델링의 전반적인 프레젠테이션의 체크를 끝낸 오너가 조용히 마동에게 말했다.


 “자네 내 말이 귀에 잘 들어오진 않겠지만 들어주게. 5분 정도면 되니까 말이네. 자네는 그동안 꾸준하게 규칙적으로 움직이고 운동을 해왔네. 나뿐만 아니라 자네를 대하는 많은 사람들은, 그러니까 직원들은 어느 정도 알고 있네. 자네가 회식자리에서도, 잔업을 하는 모습에서도 어느 정도의 선을 넘어가면서까지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야. 인플루엔자는 이제 무서운 바이러스가 되었지. 성인이면 누구나 알게 된 사실이네. 인간은 전부 제각각인 신체를 지니고 있어서 바이러스가 몸에 들러붙어도 그 증상이 천차만별이지. 앞으로 더 강력한 바이러스로 변모할지도 모르는 게 인플루엔자야. 그렇지만 자네처럼 좀 심각하다 싶을 정도로 꾸준하고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의 인체에는 인플루엔자는 침투하지 않아. 그건 말이네 반드시 의사가 아니라도 감지할 수 있네. 혹시 자네가 지금으로부터 40년이 지난 나이를 먹은 사람이면 또 모르겠네. 노인들에겐 모든 바이러스가 무서운 질병의 근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최악의 운반자지. 어떤 틈이 보이면 바이러스는 몰려들어 세력을 키우고 확장시킨다네. 마치 권력과 자본에는 무식하리만치 단결을 잘하는 집단처럼 말이네. 군중이 안심을 하는 순간 이미 정부는 군중 속에 선동을 미리 심어 놓은 것처럼 말이야. 어쩐지 자네는 어떤 무엇인가로 인해 그 틈이 생겨버린 것 같단 말이네.”


 잠깐 시간을 두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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