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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그렇게 무채색으로

시 이고만 싶은 글귀

by 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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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익숙함이 낯설고

빛의 따사로움이 싫을 때가 있다,

낯익은 서늘함의 그늘 속으로

빛을 피해 몸을 움직여보지만,

빛은 꼬박꼬박 영역을 넓혀가며

악착같이 따라온다,

등으로 빛줄기 한 가닥 떨어질 때

종이 끝이 말려 올라가면서 타들어가는

통증을 동반할 때가 있다,

그늘로 구석으로 슬금슬금 도망가 보지만

레이저 같은 빛은 따라와 나를 파괴한다,

빛에 닿는다면,

저 바짝 마르고 반짝이는 빛에 닿으면

등에서 살아가고 있는 추억이 타버린다,

집이 타는 것도

산이 타는 것도 무섭지만

무엇보다 추억이 새까맣게 타버리는 건,

그저 검은 벽을 마주하고

그을음의 냄새를 맡으며 살아간다는 건,

마음의 모든 부분이 저미는 일이다



무채색이 돼버린 우리는 https://youtu.be/c86ijiD4qlI?si=R3OAGAfW_Ok-s-Lt

안희수 Ahn Hee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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