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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n 29.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136

6장 2일째 저녁

136.

 마동은 집으로 와서 샤워기의 물을 틀어서 물줄기의 흐름을 느꼈다. 되도록 숨을 참아가며 샤워를 했다. 여름의 오후는 긴 실타래처럼 길었다. 마동의 얼굴을 욕실의 거울을 통해 보면서 소피와 분홍 간호사의 말을 상기해 보았다. 어쨌든 프로이트와 그의 제자 카를 융이 살아있다면 아마도 경쟁이 심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세계에 3차 대전이 일어나서 모든 것이 사라진다 해도 무의식의 세계에서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읽었다.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줄기를 손바닥으로 받았다. 물은 마동의 손바닥 위에 떨어져서 바닥으로 흘러 내려갔다. 샤워기에서 나온 수돗물에서는 숨을 쉴 때마다 화학 약품 냄새가 진동했다. 손바닥을 오므려 홈을 만들고 그 홈에 수돗물을 받았다. 그러자 물은 하나의 형상처럼 보였고 물이 지니고 있는 분자의 에테르가 와 닿아 손바닥으로 느껴졌다. 물이 지니는 점성과 물의 흐름이 손바닥을 통해서 느껴졌고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이 전해주는 에너지는 살아 있었다. 물은 바람과 비슷하다. 비슷하지만 다르다. 손으로 만질 수 없는 바람에 비해 물의 존재는 손으로 느낄 수 있었다. 늘 가까이 있어서 그 존재의 소중함을 배척하며 지내기 일수다. 마동은 손바닥을 펼쳐 떨어지는 물을 느꼈다. 물이 떨어져 손바닥에 닿는다. 그 느낌으로 무의식의 세계 속에서 또 다른 에고의 존재를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마동은 긴 시간 동안 샤워를 했다. 비누칠도 하지 않았고 몸을 문지르지도 않았다. 그저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을 뿐이다. 다시 한번 욕조가 있었다면 하고 생각이 들었다. 수도세가 많이 나오면 집주인은 좋아하지 않았다. 독신자들이 사는 집은 다른 집들에 비해서 월세가 낮았고 그에 따라 수도세나 전기요금은 적게 나와야 한다는 게 집주인의 항변이었다. 전기세나 수도세는 쓴 만큼 사는 사람이 내는 것인데 어째서 집주인이 수도세까지 간섭하며 히스테릭 해지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과 교접 후 좁은 공간 속에서 혼자인 시간이 되면 습관적으로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가슴골이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어김없이 페니스가 반응을 했다. 뜬금없지만 사라 발렌샤 얀시엔과 함께 발기부전 치료센터를 운영한다면 자본이 금방 모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라 발렌샤 얀시엔을 다시 한번 만나야 한다. 하지만 사라 발렌샤 얀시엔 이라는 존재를 마동은 쉽게 인정할 수 없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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