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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수필

작가의 꿈

기린의 언어

by 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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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브런치를 통해 꿈 하나를 이뤘다고 할 수 있다. 나의 꿈이 예전부터 전자책을 출간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소설 단행본으로 출간하는 것이 꿈 중의 하나였는데 브런치를 통해 이뤘다. 글을 쓰는 재능은 변변찮았지만 뭔가를 묘사하고, 기록하고, 남겨 놓은 작업을 좋아했다. 일을 하면서도 생각나는 부분이나, 상상하는 어떤 모습은 대부분 기록해 두었다. 그러다 보니 오래전부터 소설을 적고 싶었다. 하지만 글 쓰는 걸 제대로 배운 적이 없어서 독학하기로 했다. 영화를 보고 리뷰를 조금씩 적기 시작했다. 영화는 삼일에 두 편 정도 보게 되었는데, 본 영화 중에 각인된 영화는 길지 않은 리뷰를 인터넷에 남겼다. 영화 [박화영]의 짤막한 후기에는 연출자인 이환 감독이 댓글을 달았다. 그때의 기분은 짜릿했다. 또, 극장에 걸리지 못하고 바로 인터넷으로 풀려 버린 한국 저예산 공포영화 [휴게소]에 대한 후기에는 제작사가 와서 댓글을 달았다. 좋아하는 무명 배우에 대한 글에는 그 배우가 직접 댓글을 달아 주기도 했다. 그 배우는 현재 조연으로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 중이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난 후 매일 소설을 조금씩 적어 올렸다. 매일 똑같이 일들이 반복되는 가운데 조금씩 앞으로 나가는 소설은 일상 속 일탈이었다. 그런 알 수 없는 희열이 있었다. 주위에서는 누구도 알지 못하는 쾌감을 느꼈다. 개인적으로 그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소설만 적어서 올리지는 않았다. 나의 브런치를 보면 매일 한두 편씩 글을 올리고 있고, 그 속에는 소설뿐 아니라 일상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이야기나 영화에 관련된 이야기 등 다양한 글들이 올라간다.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은 인간이 가지는 여러 욕망 중의 최상위에 있는 것 같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언제나 할 수 있고, 일정량을 채우면 괜스레 뿌듯함을 매일 느낄 수 있어서 끊을 수가 없다. 글 속에서 나는 하늘을 날 수 있고, 미워하는 사람을 파리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고, 영화 [오즈의 마법사] 속에 들어가서 주디 갈랜드와 함께 여행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글을 쓰는 재능은 어느 정도까지는 노력으로 가능하지만, 그 임계점을 뛰어넘을 수 있는 건 태어날 때, 가지고 있는 재능이 있어야 한다. 브런치를 시작하기 전에는 적어 놓은 단편소설을 여러 공모전에 보냈지만 탈락하고 말았다. 그런 시간이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하지만 소설을 쓰는 걸 끊을 수 없어서 일과 시간에서 벗어나면 어딘가에 앉아서 등을 구부리고 글을 썼다. 그러다가 한 계간지에서 나의 단편소설을 2년 동안 연재해 주었다. 그때가 2016년 정도 되었을 것이다. 그 후로도 이전과 다름없이 매일 일정량의 글을 적었다. 코로나 시기에는 후원받아서 시와 소설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그때는 5명 이상 모이면 안 되는 때였다. 그래서 홍보를 거의 하지 않았다. 브런치 작가가 되어서 기쁜 마음으로 카테고리를 만들어서 소설과 여러 일상의 이야기를 매일 올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22년에 [밀리의 서재]에서 연락이 왔다. 브런치에 올려놓은 단편소설들을 전자책으로 출간하자고 했다. 그때의 기분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더불어 브런치에 고마운 마음이다. 내가 오래전부터 그토록 바라던 바였다. 그야말로 꿈이 이루어진 순간이었다. 6개월 정도의 교정 작업을 거쳐 [기린의 언어]라는 제목으로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욕심이 하나 더 생겼다. 10년 정도 걸려 쓴 장편소설을 브런치를 통해 올리고 있는데 이 소설을 출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장편소설은 200자 원고지 5,000매가 넘었는데, 여러 번 손을 보면서 4,500매 정도로 줄였다. 브런치를 통해서 또 한 번 꿈을 이루고자 한다. 그날을 위해 이 길 위에서 오늘도 열심히 브런치를 통해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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