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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수필

행복한 악몽

일상 이모저모

by 교관

행복한 악몽

내가 독립영화를 찍는 다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주인공 두 명이 가장 고통스러웠던 지난날을 이야기하는 영화를 찍고 싶다. 한강 작가의 말처럼 세상은 이토록 아름다운데 인간은 고통스럽기만 한 이야기. 가장 아름다운 곳에서 가장 아픈 이야기를 한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영화처럼 계속 이야기만 해도 좋고, 과거의 회상이 등장해도 좋고. 인간은 늘 양가감정을 지니고 있어서, 그 상반되는 감정이 자주 부딪친다. 나와 잘 맞지 않는 사람과의 시작은 오히려 감각이 괜찮은데, 나와 잘 맞는다고 생각한 사람과의 시작이 어긋났을 때 오는 고통은 힘들다. 이병헌의 대사처럼 슬퍼하는 건 괜찮지만, 슬퍼만 하는 건 안 되는 이야기. 꼭 힘내라고 할 필요는 없지만 힘낼 시간은 필요한 이야기.



여름 시계

시계를 여름 내내 한 번도 빼지 않았다. 샤워할 때에도, 조깅할 때에도, 화장실 갈 때에도, 마트에 갈 때에도, 심지어 잠잘 때에도 빼지 않았다. 거의 10년이 지났는데, 시계를 막 사용하는데 아직 새것 같다. 요즘 누가 시계를 시간 보려고 착용하나?라고 하는데, 나는 시간을 보려고 착용한다. 한 개인의 삶 속에 들어온 조촐한 시계. 요즘의 똑똑한 스마트워치가 아닌 시간이나 보여주는 디지털시계. 덜 똑똑한 것보다 더 똑똑한 것이 낫겠지만 똑똑함이 생활의 전부를 차지하지는 않기에, 배터리가 떨어지기 전까지는 열심히 앞으로 가는 시간만을 보여주는 시계가 친밀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커플을 응원해

https://youtu.be/qWNuUg2LTpY?si=0IMsN915pkBMbrXv

미치니까 사랑을 하는 게 아니라 사랑을 하니까 미치는 거다. 사랑이라는 게 그렇다. 미치게 만든다. 사랑을 하면 덜 불행하거나 덜 행복하거나 덜 보고 싶지 않다. 더 보고 싶고, 더 행복하고, 더 불행하다. 그게 사랑이니까. 사랑이란 언제나 어렵고 예측 불가능하며 힘들고 짜증 나지만, 그 모든 것들이 다 필요 없을 정도로 미치게 만든다. 그래서 중년의 사랑이 무섭게 타오른다. 다시는 없을 것처럼 사랑을 한다. 사랑을 하기 전에는 몰랐을 아픔과 고통이 동반된다. 불완전하고 불안한 사랑도 사랑이다. 완벽하고 완전한 사랑이란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인간이 완벽하지 않은데 완전한 사랑이 있을까. 사랑을 하는데 미치지 않았다는 건 사랑이 식었다는 말이겠지. 도종환 시인의 [가구]를 보면 식어버린 사랑에 대해서 알 수 있다. 정승환이 부른 [너였다면] 속 가사에 [다 사랑에 빠지면 행복한 거리나 누가 그래]라고 한다. 그래서 민정을 향한 진우의 미친 사랑에 응원을 보내는 거다.



하이퍼 리얼리즘

에셔의 그림처럼 착시와 함께

리얼리즘을 표방하는 조카의 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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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냉국이 당기는 날이었다

오늘은 스레드를 장식하는 인물이 김정민과 남경민이다. 국민을 스트레스로 죽이려는 자들이 나날이 바뀌고 늘어난다. 판새 새끼들이 신처럼 법을 지 맘대로 하는 것도 화가 나고 짜증 나는데, 어디서 이런 담당 수사관이라는 것들이 나타나서 분노하게 된다. 언제나 그렇듯이 나는 모른다는 그 뻥 진 표정. 그런 표정을 짓고 모른다고 하면 빠져나간다는 걸 알고 있다. 표정이 정말 사람을 무력하게 만든다. 열받아서 미역냉국에 얼음 팍팍 넣어 밥 말아먹었다. 얼음을 넣은 이유는 열받기도 했지만, 식초를 때려 붓다시피 넣어서 얼음으로 중화시키기 위함이다. 곁들여 도토리묵도 먹었다. 좀 더 쌉싸름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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