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3.
얼굴이 기이하게 보였다. 긴 턱과 많이 나온 앞니 때문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아서 더욱 그렇게 보였다. 쳐다보는 눈은 약간 충혈이 되어 있고 검은 동자가 작아서 이상했다. 여자는 정색을 하며 왜 몸에 손을 대냐고 했다. 그도 나를 쏘아보더니 왜 여자의 몸은 건드리냐고 물었다. 당황했다.
[그런 게 아니잖아? 이 여자가 내 바지를 깔고 앉아 있다고]
그는 카메라를 들더니 총처럼 나에게 겨냥했다.
[선배님은 팬티 밖에 입지 않고 있고, 불리합니다]라고 했다. 여자는 방금 전보다 얼굴이 더욱 기괴했다. 턱이 이렇게 길고 뾰족할 수 있나. 앞니는 눈에 띌 정도로 앞으로 튀어나와 다물어지지 않는 입에서 침이 흘렀다. 마치 숲 속에 사는 인육을 먹는 인간을 닮은 생명체 같았다. 도대체 이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 거지?라고 생각할 때, 후배와 여자는 웃으며 장난을 친 것이라며 나에게 바지를 건네주었다.
이 모텔을 나가고 싶었다. 뭔가 여행이 나와 맞지 않는 모양인가. 바지를 주섬주섬 입고 있으니 여자가 [설탕은요?]라고 물었다. 나는 설탕은 됐다고 했다. 이건 방금 전에 한 대화다. 하지만 걸고넘어지기에는 지쳤다.
[요즘 남자들은 커피에 설탕은 넣지 않아요, 왜 그런지 아세요?]
후배는 왜냐고 물었다가 곧바로 예쁜 여자로 다시 불러 주면 안 되냐고 했다. 여자는 기분이 나쁠 만도 한데 호호 웃으며 그 말을 받아 주었다. 이상하고 또 이상했다. 두 사람은 누가 봐도 이상해 보였다.
[설탕이 발기에 문제를 준데요]
[뭐? 진짜?]
[농담이에요]
여자는 나에게 줄 커피를 들더니 그걸 자신이 마셨다. 왜 그걸? 하는 눈으로 보니, 여자가 다른 커피 잔을 나에게 건넸다. 도대체 언제 또 커피를 탄 것일까. 내가 거울을 보며 머리를 다듬고 얼굴에 로션을 바를 때 커피를 탔다는 것이다. 나는 거울을 봤다. 정말 머리가 정돈되어 있고 얼굴도 매끈거렸다.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무슨 시큼한 맛이 났다. 억지로 먹을 수는 있지만 커피가, 커피가 아닌 것 같았다.
[커피에 무엇을 탔어요? 맛이 왜 이래요?] 나는 물었다. 요즘은 다방에서도 예가쳬프니 콜롬비아 같은 맛을 내는 커피가 나간다고 했다. 후배가 그렇게 배달을 시켰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 맛이 나는 게 아니라 시큼한, 약간 상한 맛에 가까운 맛이 났다. 커피 향에서 악취가 났다. 그는 침대에 앉아서 벌써 두 잔이나 마셨다고 했다. 얼굴이 못 생겨서 돌려보내려고 했는데, 커피 맛을 보고 반했다는 것이다. 이런 맛이 나는 커피가 어디가 맛있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커피 잔을 내려놓았다. 그는 내가 마시던 커피까지 마셨다. 후배의 모습에서 피곤 때문에 헤롱거리는 모습은 전혀 볼 수 없었다. 커피에 약을 탄 것일까? 보온병에서는 커피가 계속 나왔다. 커피의 상한 맛은 어디선가 맛보던 맛이다. 찝찝한 맛, 거북한 맛, 분명 언젠가 맛보던 맛이었다. 여자는 우리에게 언제까지 묵을 거냐고 물었다. 우리는 내일 이 동네를 떠날 거라고 했다. 그러자 여자는 여기서 조금 떨어진 곳에 한적한 호숫가 모텔이 있는데, 경치도 좋고 저렴하고 넓어서 묵기에 좋다고 했다. 그리고 거기 306호에 묵게 되면 장롱 같은 가구가 있는데 거기 밑을 잘 보라고 했다. 호기심이 생겼다.
[거기에 뭐가 있어요?] 여자에게 물었다.
[열어보기 전에는 아무도 몰라요. 하지만 굉장한 것이 들어있는 건 확실해요]
나는 후배를 보며 [어때?]라고 물었다. 하지만 그는 신경을 냈다. 하루 동안 그가 운전대를 잡은 걸 보고 느낀 건 점점 신경질적이 되어 간다는 것이다. 그는 출발할 때와 저녁에 마지막 운전을 할 때는 다른 인물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노가다를 하면서 몰고 다니는 봉고차라 그런지 내가 앉은 조수석 밑에는 아이스크림 껍질이나 각종 쓰레기가 가득했다. 내가 치우려고 했을 때 그는 건들지 말라고 했다.
이렇게 차 안이 지저분해야 타지방에 갔을 때 현지 귀신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미신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처음 차를 구매해서 깨끗할 때 차 안에서 차에 들러붙은 악귀를 보고 떼어내느라 고생했다는 것이다. 그 말을 그저 웃으며 넘겼는데, 생활하는 지역을 벗어나니 정말 악귀가 들린 것처럼 보이는 기분이 들었다. 내일 여자가 말 한 그 모텔로 가보자고 했다. 하지만 그는 내켜하지 않았다. 휴대폰을 검색하더니 차가 들어가기에 힘들다는 것이다. 그날 밤 여자는 돌아가고 우리는 티브이를 보다가 잠이 들었다.
새벽 두 시 정도 되었을까. 느닷없이 얼굴이 어딘가에 심하게 부딪친 것처럼 아파서 그대로 벌떡 일어났다. 갑자기 일어나는 바람에 허리에 무리가 갔다. 근육이 놀란 것 같았다. 준비를 받아들이는 과정 없이 반사 신경으로 몸을 일으켰다. 그가 잠꼬대로 주먹을 휘둘렀는데 거기에 맞았다. 얼굴이 욱신거렸다. 너무 아팠다. 후배는 발길질과 주먹을 번갈아가며 휘둘렀고, 소리를 질렀다. 여자이름들이 입에서 계속 나왔는데, 아마도 사귀었던 여자들인 것 같았다.
울먹거리기도 했고, 욕을 하기도 했고, 화를 냈고, 짜증을 부리기도 했다. 겁이 나기 시작했다. 내 아픈 건 잊을 만큼 거대한 공포가 밀려왔다. 후배가 하는 잠꼬대에서 다정한 말투는 없었다. 그에게 보여주고자 카메라 동영상 모드로 잠꼬대를 촬영했다. 거의 한 시간 정도를 잠꼬대를 하더니 잠잠했다. 입을 벌리고 자는데 입에서 아까 마셨던 커피의 시큼한 악취가 났다. 그의 입을 다물게 하려고 다가갔을 때 후배의 입 속에서 뭔가 꿈틀거리는 걸 발견했다.
그건 쥐꼬리처럼 보이기도 했고, 실지렁이처럼 보이기도 했다. 꺼내려고 손을 뻗어 그의 입 안으로 넣었는데 목구멍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때 그가 눈을 번쩍 떴다. 눈이 충혈되어 있고 검은 동자가 작은 것이 다방 레지의 눈동자 같았다. 그는 나의 손을 입으로 물면서 일어났다.
[뭐 하자는 겁니까?]라고 그가 말했다. 나는 설명을 했다.
[너의 잠꼬대로 얼굴을 맞은 것부터 입 안에서 벌레 같은 게 기어 다녀서 그걸 꺼내려고 했다고]
하지만 그는 믿지 않았다. 후배는 자신이 잠꼬대가 심한 건 알지만 주먹을 휘두르고 발길질을 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가 어릴 때는 그랬지만 친형과 한 방을 썼을 때 심한 잠꼬대 때문에 형에게 죽도록 맞은 뒤에는 그러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보여주려고 했다. 카메라에 잠꼬대가 다 녹화되어 있다. 하지만 영상은 녹화되지 않았다.
카메라에 배터리가 다 되었다. 분명 촬영을 했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진짜 겁이 났다. 후배 때문에 점점 무서워졌다. 그는 잠이 온다며 벌렁 누워서 다시 잠이 들었다. 몸속에 벌레 같은 것이 기어 다니고 있는데, 그걸 빼내지 못해서 신경이 쓰였다. 속은 괜찮을 것일까. 바닥에 이불을 깔고 거기서 자려고 했다. 하지만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그는 내가 알고 있던 후배가 맞을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