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이고만 싶은 글귀
이 안전한 생활이 깨지지 않기를 바라지만 내면의 큰 부분은 파멸을 갈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간의 내면이라는 것은 나 자신이라도 다 알지 못하고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일지도 모른다. 아니, 착각이다. 버티고 버텨 꽉 잡고 있는 이 줄을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놓치게 되면 와장창 무너질 것이다. 안전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발바닥이 아니라 발가락을 세우고 걸어 다니는 기분이다. 너무 힘들어 아 하며 발바닥을 땅에 디디는 순간 모든 것이 허물어진다.
그리하여 계획이 비틀어지고 스캔들이 터지고 확대되어서 질척이는 관계자들 모두가 나락으로 떨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하기도 하다.
나는 그렇지 않습니다! 바른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대 놓고 말을 할 수가 없다. 안전한 생활이라고 하지만 겨우 수면 밑으로 꺼지지 않을 뿐이다. 계획 따위는 없지만 인터넷을 할 수 있고 매일 책을 좀 볼 수 있는 생활이 깨지는 건 상상할 수 없다.
그렇지만 알 수 없는 결락감과 평생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불안은 파멸에 대한 바람을 기다리고 있다.
어느 날 인기 연예인 부부의 이혼 소식이 들렸다. 대대적인 보도로 대부분의 언론사에서 다뤘다. 하지만 이것은 그들의 파멸이 아니다. 일주일만 지나면 잠잠해지는 그런 종류의 기사다. 사람들은 그들이 파멸을 맞이했다고 하지만 그저 스쳐가는 일일뿐이다.
인간은 주저앉지만 않는다면 어떻게든 살아간다. 잘 살아가든, 잘못 살아가든 어떻든 시간이 앞으로 갈수록 살아가게 된다. 그들도 불안이 그들의 등을 무겁게 덮었을 것이다. 불안은 사람을 변형시킨다. 외적으로 내적으로, 사람의 모든 부분을 변이 하게 만든다. 불안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나려 하면 할수록 더 강하게 불안은 나를 끌어안는다.
불안에서 벗어나려면 파멸, 파멸하는 일 밖에는 없다.
이렇게 장맛비 소리가 연주처럼 들리는 날에 난데없이 자살 소식이 온 뉴스를 덮었다. 파멸은 때 아닌 곳에서 터졌다. 이렇게 강하게 장맛비가 내리는 날에는 오감을 열어서 빗소리를 듣는 것이다. 자살한 유명인은 저 빗소리에 같이 섞여 버렸다. 더 이상의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파멸되어서 자연이 된 것이다. 안전한 생활을 붙잡고 버티고 있던 발가락의 힘을 빼고 발바닥으로 땅을 디딘 것이다.
최근에 친구의 죽음을 보았다. 그동안 아버지의 죽음도 있었고 친구들의 부모 역시 죽음을 맞이했다. 곁에서 늘 함께 있어주었던 강아지들의 죽음도 보았다. 슬펐고 안타까웠고 아무렇지 않았고 그저 그런 일처럼 느껴진 적도 있었다.
친구는 어? 하는 가운데 사고를 당해 죽음을 맞이했다. 죽음에 대해서 전혀 생각도 하지 않았고 준비도 하지 않은 채 땅이 갈라져 그 속에 떨어지듯 어떠한 무엇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죽음을 맞이했다. 친구에게는 아직 어린 두 아들이 있다. 막내는 죽음이라는 것을 실감하지 못한다.
친구와의 사이를 말하자면 그렇게 친한 것도 아니다. 사진을 하면서 같이 시작을 했다. 그렇기에 몇 년 같이 붙어 있기는 했지만 고등학교 때에도 어울려서 놀곤 하지는 않았다. 같이 어울리는 공간에 함께 있지만 서로가 내뱉는 농담의 결도 다르고 추구하는 바도 다르고 사진이나 삶에 있어서 나보다 한 수 위에 있었던 친구였다.
술을 마셔도 단 둘이 술을 마셔본 적은 없다. 누군가가 있거나 다른 친구가 있어야 같이 술을 마셨다. 친구는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 술이 취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에 비해 나는 친구에게 술을 마시면 술에 취한 모습을 많이도 비추었다. 친구는 아름다운 계절에 아름다운 아이들과 부인을 남겨둔 채 그대로 죽고 말았다.
친구의 죽음은 파멸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하게 만들었다. 죽음을 보면서, 그렇게 친밀한 관계의 친구가 아님에도 내 안의, 내 마음속에 꽉 지키려고 잡고 있던 무엇인가가 금이 가고 조금 깨져 버렸다. 일상의 고단함이 주는 보장된 평온함을 누리는 생활에 대해서 비관하게 되었다.
아니다 나는 비관주의자가 아니다. 낙관하지 않게 되었다. 그것은 분명 내 속의 어떤 부분이 깨져버렸다. 친구의 죽음 때문이다. 장례식장에 앉아 있는데 내내 속이 이상하더니 헛구역질이 나왔다. 가스 같은 것을 잘못 흡입하여 구역질이 나오는 것처럼 구토 직전의 헛구역질이 나왔다.
먹은 것이 없기에 게워내지는 못했지만 뽀얀 노란 액이 나왔다. 그리고 또 헛구역질. 할 수 없이 앉아 있을 수 없어서 나오고 말았다. 그대로 집으로 와버렸다. 그리고 이불을 끌어올려 잠이 들었다. 잠을 자는 내내 몸은 떨리고 머리는 깨질 것처럼 아팠다. 다른 친구들의 전화가 왔다. 심지어는 욕을 하는 친구도 있었다.
평소 연락도 없다가 장례식장에서 본분을 다 하려는 놈들의 말은 들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이 들어 버렸다. 나는 쓰레기니까 그냥 내버려 둬라.
세상에는 인간의 상상으로는 상상 못 할 일들이 일어난다. 그것도 많이.
그럼에도 내일이 되면 우리는 서로를 보며 다시 인사를 하고 시작한다.
처음인 것처럼.
오늘은 누구에게나 언제나 처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