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이야기
최근 먹방 유튜버들이 논란에 휩싸이고 사과를 하고 고개를 숙이거나 댓글을 삭제하는 등 난리도 아니다. 이전에 한 번 내뱉은 말이 수습이 되지 않아서 숨어 있다가 나오는 유튜버, 대중의 비난의 댓글에 변호사를 대동해서 커뮤니티에 사과글을 올렸다가 다시 비난에 또 사과를 하는 등 흙구덩이 속을 보는 것 같다.
'옛날순대 맛이다' 이런 비슷한 제목의 유튜브 방송이 있었다. 그러니까 옛날 설렁탕, 옛날 백반집, 옛날 돈가스 맛이다.라는 말이 유행처럼 먹방 유튜버들을 흐르고 있었다. 이 말은 곧 그 식당은 맛있다는 말이다. ‘옛날 순대 맛이다'라는 말은 ‘옛날 순대는 맛있다'라는 말로 해석될 수 있다.
외국 친구를 식당에 데리고 가서 ‘손님은 왕이다’라고 말해주면 왓? 하며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외국 친구는 손님이 왕인데, 그런데 그게 뭐? 같은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손님은 왕이다'라는 말은 ‘손님은 언제나 옳다’ 식으로 해석을 해 줘야 어쩌면 외국 친구는 고개를 끄덕할지도 모른다.
옛날 방식을 고수하면 다 맛있다고 개인방송을 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순대만 놓고 보자면 순대 자체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크게 맛이나 방식이나 모양이 달라진 것이 없다. 게다가 기본적인 찹쌀순대가 옛날 순대라고 한다면 카레 순대, 고기순대, 피순대, 같은 여러 순대가 요즘 순대라고 했을 때 요즘 순대도 맛이 아주 좋다.
근래에 80년대로 회귀하고 레트로를 지향하는 문화가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다. 노래가 그렇고 영화가 그렇다. 한 예로 80년대의 영화, 이블데드가 미드로 시리즈 3까지 방영을 했다. 찐 팬들에게는 반가운 영상이었을 것이다. 온통 80년대의 것들로 무장을 했다. 휴대폰은 그저 소품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전기톱도, 촌스러운 애쉬의 자동차도, 억지스러운 오버도, 쉴 새 없이 내뱉는 걸레 문 찰진 욕과 80년대를 수놓았던 음악과 당시의 것들을 오마주한 영상을 쉴 새 없이 선보였다. 물론 잔인하게 잘리고 터지고 갈리는 장면 역시 80년대를 잘 오마주 했다. 범블비 역시 80년대의 문화로 영화를 채웠다.
20대의 유튜버가 오래된 순대집에 들어가서 먹어보고 옛날 순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어찌 생각해보면 좀 웃긴 상황이다. 왜냐하면 그 유튜버는 옛날 순대를 먹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20대가 30년 전의 순대는 못 먹어봤을 것이다. 그래서 옛날 순대는 이런 맛이라며 이야기를 하는데 들어보면 맛에 대해서 설명을 하기보다는 좀 더 맛있다, 좀 덜 맛있다 정도였다.
이런 현상을 보면 예전 양상국의 개그가 떠오른다. 우리도 치킨 시켜 먹거든, 내내 치킨으로 시켜 먹고 교촌으로도 시키 묵는다. 양상국의 개그는 '그럴 것이다'라고 말하는 꼰대들에게 일침을 놓는 개그를 했다. 한 커뮤니티의 재미있는 댓글을 보게 되었는데, 대학교를 서울로 가서 거기서 친구들에게 나 울산 출신이라고 하니, 울산은 광역시인데 지하철이 없어서 어떻게 다녀?라는 말에, 그래 우리는 고래 타고 다닌다 와? 같은 댓글.
군대에 관한 기사가 나오면 많이 달리는 댓글은 '나는 많이 맞았다'는 댓글이다. 옛날 군대에서는 구타가 만행했고 자신은 얼마나 어떻게 맞았는지에 대해서 달아놓은 댓글을 많이 본다. 라떼는 얼마나 맞았냐면 말이야,부터 구타가 심해서 어쩌고 저쩌고. 온통 맞았다는 이야기들 뿐이다. 그렇게 모든 사람들이 맞았는데 때려봤다는 댓글은 단 하나도 없다. 때린 사람은 없고 맞은 사람만 있는 옛날 군대 이야기.
옛날 것이 좋으면 자연스럽게 옛날로 돌아가게 된다. 먹거리로 보자면 삼겹살이 그렇다. 삼겹살은 그동안 와인 삼겹살, 된장 삼겹살, 금 삼겹살, 항아리 삼겹살, 무슨 삼겹살,라고 해서 수 없이 변신을 했다. 하지만 현재 사람들이 찾는 건 그저 삼겹살이다.
몸에 좋고, 어디에 좋고, 맛이 다르다고 해서 가격이 더 비싼 삼겹살이 성행했던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눈뜨고 찾아보려야 찾을 수 없다. 아주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그냥 삼겹살 본연의 맛을 찾아가게 되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옛날 순대가 특별히 맛있다며 난리법석을 떨 필요가 없다.
순대는 옛날이나 현재나 순대는 순대이며, 순대는 예나 지금이나 이렇게도 맛있다. 내가 있는 지방은 깨소금 같은 소금에 찍어(먹는 줄 알았는데 여기는 된장에 찍어 먹는다고 한다. 단순히 내가 어릴 때 가던 시장에서 늘 소금에 찍어 먹어서 죽 그렇게 먹어왔기에) 먹는데 내가 전통시장에서 포장해오는 순대집에서는 늘 된장에 양파와 땡초를 같이 썰어 넣어줘서 거기에 순대를 듬뿍 찍어서 깻잎에 싸 먹는 맛이 정말 좋다. 게다가 양도 많다. 한 번에 다 먹지 못하니 남은 순대는 라면을 끓일 때 넣거나 된장찌개에 넣어서 먹는다. 의외로 사리곰탕면에 넣어서 먹으면 더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