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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ug 08.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176

8장 3일째

 176.

 “예전에 회사에서 세미나를 간 적이 있었습니다. 꽤 큰 세미나여서 저희 회사에 적을 두고 있던 인도의 기업에서도 참석하고 저희 회사에서도 오너를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대거 참석했습니다. 1박 2일 코스인데 낮과 저녁에 모든 일정이 끝이 나고 밤이 깊었을 때 단합을 위해 흉가에서 조를 짜서 담력을 키우는 레크리에이션을 했습니다. 미니버스를 타고 약 10분 정도 산속의 흉가가 있는 지역까지 가는 겁니다. 모두 처음 겪는 일이라 소풍을 가는 어린이처럼 들떠있었죠. 회사에서는 대략 60명이 세미나에 참석했고 한 조당 3명에서 5명 정도의 인원으로 나누어서 흉가에서 담력시험을 했습니다. 회사는 덩치가 커 버려서 이렇게 어딘가로 나와서 크게 단합대회를 하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의사는 진지한 표정이었지만 분홍 간호사와는 또 다른 의식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마동은 손목시계를 보았다. 의사는 시간은 충분하니 계속해보라고 했다. 역시 이상한 병원이다.라고 생각했을 때 의사는 대기실에 있는 환자분들은 약만 타면 된다고 했다. 정말 이상한 병원의 이상한 의사다.


 “우리 조는 두 번째로 자정에 투입되었습니다. 저를 비롯해서 5명이 있었습니다. 전부 남자였고 저보다 나이가 위인 차장님이 한 분, 나머지는 저보다 밑의 직원이었죠. 모두 대학교를 졸업하고 면접과 테스트를 거쳐 입사한 인재들이었죠. 회사에서 일을 하려면 판단력이나 상황 대처, 인성의 기분이 되어있고 무엇보다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을 채용합니다. 그들은 체구도 건장하여 저는 그 속에 껴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조원들은 타 조에 비해서 여자가 없다며 투덜거렸죠. 아무래도 담력 시험을 가는데 여직원이 같이 있으면 이런저런 해프닝이 일어날지도 모르고 후에 추억으로 이야기가 되기도 하고 말이죠. 자정에 투입된 우리 조는 흉가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흉가는 오래 전의 요양소 건물이라서 높지는 않았지만 넓고 컸습니다. 어째서 이렇게 큰 건물이 산속에 방치된 채로 흉물스럽게 변해 가는지도 모르겠지만 이곳 주민들은 이 흉가로 몰려들어 담력시험을 거치는 업체들에게 일종의 입장료 같은 것을 받았으며 그 돈이 꽤 많은 수입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죠. 그래서 아직 건물의 처리에 관해서는 쉬쉬 하고 있던 모양입니다. 건물이란 사람의 손이 타지 않으면 퀴퀴하고 흉물스럽게 변합니다. 세상의 수많은 물품은 인간의 손이 닿으면 낡고 못쓰게 되는데 건물만은 예외입니다. 사람의 손이 타지 않은 요양소 건물은 말 그대로 흉물이었습니다. 흉측한 냄새가 압도적이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냄새를 맡지 못했어요. 어쨌든 우리들은 자정의 시간에 맞추어 흉가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산속의 밤은 지금처럼 여름이라도 너무 어둡습니다. 그런데 산속의 어둠보다 요양소 건물 속의 어둠이 더 짙고 깜깜했어요. 짙은 어둠이 등을 덮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동은 잠시 틈을 두었다. 여자들에게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얼굴을 가진 의사도 흥미롭게 듣고 있었다.


 “건물은 4층까지 있었는데 엘리베이터는 없었습니다. 복도는 무척 길었죠. 150미터? 300미터? 잘 모르겠어요. 아무튼 그 정도 되는 것 같았습니다. 꽤 길었습니다. 기억자형의 큰 요양소 건물인데 입구에 들어가면 우리들은 각각 지정해준 곳에서 우리 조 번호가 쓰인 깃발을 찾아서 다시 돌아오면 됩니다. 재미만 생각하고 들어갔던 우리 조는 그 공포스러운 어둠의 침묵에 입을 다물고 말았습니다. 일층을 따라 복도를 걸어가는데 깨진 창문 밖에서 스산한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분위기에 겁이 났고 바람이 불어오면 그 소리가 귀곡성처럼 들렸죠. 전 어린 시절 동화책에서나 나올법한 산골에서 자라서 산속의 어둠은 대체로 무서워하지 않는 편입니다. 전혀 무섭지 않다고 느끼는 편인데 그때의 흉가 속에서 본 어둠은 질이 다른 어둠이었습니다. 한 조에 플래시 두 개가 지급이 되었는데 차장님이 하나, 직원 중에 한 명이 하나를 들었습니다. 어쩌면 플래시를 켜지 않고 그냥 어둠에 녹아든 채 이동을 해야 하는 게 맞았는지도 모릅니다. 뭐랄까 흉가 속에 있는 어둠은, 우리의 등을 덮어 버리는 이불 같은 어둠이었고 이불은 한 번 덮이면 다시는 걷히지 않을 종류의 무서움이었습니다. 어둠은 플래시의 빛 같은 불순물이 섞인 빛을 싫어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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