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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ug 11.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179

8장 3일째

179.

 다음 환자는 받지 않을 예정일까.


 이상한 병원의 모호한 의사였다.


 “이후에 어떻게 되었을까요. 우리는 회사에서 올라온 사람들에게 발견되었고 세 시간 동안 어둠 속에서 고립되어 있었습니다. 회사에서 사람들이 올라와서 건물을 샅샅이 뒤졌는데도 우리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우리는 건물 속에 있었고 주방에서 빵을 먹고 있었는데 말이죠. 그런데 우리 모두는 정신을 잃고 있었습니다. 빵을 먹지 않은 저만 간신히 꺼져가는 정신 속에서 우리를 부르는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저는 기력을 다해서 그들을 불렀죠. 벽이 허물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에게 구조가 되었습니다. 여러 불빛이 교차했는데 눈에 들어오는 실내의 풍경은 아주 생경한 곳이었습니다. 주방 같은 곳은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건물 속 어떤 공간에 고립되어 있었습니다. 사방이 막힌 공간에 말입니다. 사람들의 웅성웅성하는 소리 속에서 아주 이질적인 어둠의 소리가 섞여 있었습니다. ‘가락나갈 달데기쓰말로 은쓰고리데’ 같은 음침하고 몹시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렸습니다.” 틈을 두었다. 말을 너무 쏟아냈다. 하지만 이 병원 안에서는 몸이 힘들지 않았다. 아주 기이한 병원이다.


 “그 사고가 있은 후 저를 제외한 그들은 지금까지 복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모두 빵을 먹은 덕분이죠. 때문이라고 해야 할까, 이상한 것은 그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사고를 기억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분명 회사로 와서 사람들에게 무용담처럼 이야기를 하며 지냈는데 일주일이 흐른 후 제가 가서 그때를 돌이키며 이야기하면 모두 간극은 있으나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참을 수 없는 복통에 시달리다가 세 명은 차츰차츰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복통이 심해서 일상생활이 힘든 겁니다. 병원에서는 입원 치료가 필요하거나 요양을 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마동은 조금 생각에 잠겼다. 짧은 순간이지만 깊이 있게 생각을 했다.


 “그들과는 분명 동시적으로 같은 맥락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맥락에 다가가면 맹점이라는 것이 분산되고 모든 것이 뿔뿔이 흩어져 제각각입니다. 동시적인 경험이라는 것이 의미가 없습니다. 경험은 공유가 되는데 의미를 둔다고 하면 경험마저 실존하지 않습니다. 논리성이 변질되어 버립니다. 만약 그때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저 역시 빵을 집어 먹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런 생각을 가끔 해 봅니다. 그런데 아무도 기억을 하지 못하는 그 일에 대한 나의 기억이 확실한 것인지 아니면 내가 기억하고자 하는 부분을 바탕으로 허구로 지어낸 이야기인지 구분이 가지 않습니다. 아직도 코끝에 그 압도적인 어둠의 냄새가 살아 있는데 말입니다.” 마동은 손바닥을 비볐다. 비빈 손으로 마동은 마른세수를 했다. 의사는 마동의 이야기가 끝났음에도 미동 없이 다음 말을 친절하게 기다렸다.


 “실은 기억의 재생이 안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직원들과는 조금 다른 양상이지만 기억과 기억 사이에 공백이 들어차서 그 어떤 것도 떠올릴 수가 없습니다. 공백은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고등학생 때의 일인데 병원에 입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왜, 어째서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전혀 기억이 없습니다. 그 부분만 삽으로 들어낸 구덩이처럼 큰 공백입니다. 잠이 들면 자주 꿈에 나타나는 희뿌연 풍경들에 대해서도 알 수가 없습니다. 늘 같은 꿈의 반복입니다. 패턴이란 무척 중요합니다. 저는 패턴으로 인해서 삶을 완성해가고 있어요. 하지만 그것은 실재로만 가능합니다. 꿈속에서는 뒤죽박죽이며 공상과학처럼 앞뒤의 구분도 없습니다. 현실의 패턴은 꿈에서 무화되어서 소용이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꾸는 꿈은 늘 같은 패턴입니다. 현실과 꿈에서 마저 패턴의 반복이 이루어집니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새로운 제재가 가해집니다. 제재를 강요하는 존재는 무엇이며 나는 왜 늘 같은 꿈을 꾸는 것일까요. 제가 지금 앓고 있는 감기와 같은 꿈의 반복과 고등학생 때의 일이 전부 연관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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