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관 Aug 10.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178

8장 3일째

178.

 “어둠은 차장님의 몸을 감쌌고 직원들의 몸을 하나씩 감쌌습니다. 본래 있던 어둠이 축축하게 몸을 덮쳐왔다면 이번 어둠은 서서히 그리고 완벽하게 감싼다고 하는 게 제가 느낀 바였습니다. 직원들은 어둠이 자신의 몸을 먹는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들은 몸을 떨며 출구를 찾았지만 이미 출구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질적인 어둠은 나의 몸에 와서 달라붙었습니다. 그 냄새를 아직도 기억합니다. 이 세계에서 맡을 수 없는 압도적인 어둠의 냄새. 곰팡이의 몇 배에 달하는 퀴퀴하고 푸석하고 어두운 냄새. 이질적인 어둠이 우리의 몸을 전부 감싼 후 우리는 몸에서 기가 몽땅 빠져나간 것처럼 전부 자리에 앉아 버렸습니다.” 마동은 숨을 헐떡거렸다. 의사의 눈빛은 천천히 이야기를 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회사에서 시간이 많이 흐르면 우리를 찾아오리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원 중에 한 명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한 명은 몸을 떨었고 다른 한 명은 시선을 이리저리 분산시키며 제정신이 아닌 모습이었습니다. 차장님이 땀을 비 오듯 흘리고 저 역시 무서워서 상황 대처 능력은 현저히 저하되어 있었습니다. 한 시간, 또 한 시간이 흘러도 사람들은 우리를 찾으러 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쪼그리고 앉아서 세 시간을 있었습니다. 완벽한 ‘고립’ 속에 우리들은 갇혀 버리게 된 것입니다. 고립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무게를 더해가고 어둠은 외부와의 단절을 더욱 단호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고립되어 죽어가는 것입니다. 차고 있던 손목시계도 모두 멎어버렸습니다. 어둠은 모든 게 싫었던 겁니다. 인공적인 플래시의 빛도 앞으로 나아가는 시간도 시끄럽게 말하는 인간도 자신의 공간에 침투한 외부세력이 싫었던 것이죠.


 몇 시간이 흘렀을까요. 허기가 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둠의 냄새처럼 역시 압도적이라 할 수 있는 허기가 몰려왔습니다. 나만 그런가 하고 생각했는데 모두 배를 움켜잡고 공복의 상태를 못 견뎌했습니다. 허기가 마치 천재지변처럼 몰려왔습니다. 고립 속에 허기는 실로 고통스럽습니다. 그 공간 안에서 현실의 바람이라고는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죠. 이 모든 것이 어둠의 계략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한데 주방의 어딘가에서 기적적으로 빵 굽는 냄새가 났습니다. 엄청난 허기가 불러들인 감각의 퇴화가 만들어낸 환각이 아닐까. 하지만 모두가 그 빵 냄새를 맡았고 몸을 사시나무 떨듯 떤 직원이 빵 굽는 냄새가 나는 쪽으로 갔습니다. 저는 그를 제제했지만 모두가 그의 뒤를 따라갔습니다.


 눈물을 흘리며, 땀을 흘리며, 몸을 떨며 말이죠. 어두운 실내의 남향 쪽 싱크대 선반 안에 거짓말처럼 잘 구워진 빵이 있었습니다. 손보다 조금 더 큰 방이 우리 사람 수대로 접시 위에 연기를 피워대며 놓여 있었죠. 전 그들을 말렸습니다. 말려야 했어요. 이건 어둠이 한 짓이다. 안 된다! 왜 그런지 빵을 집어 먹는다면 내부의 무엇인가가 망가져 버릴 것만 같은 두려움이 일었습니다. 이미 우리는 어둠에게 고립된 상태였고 이질적인 어둠은 이 방의 어딘가에서 우리의 모습을 낱낱이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어둠의 냄새가 강하게 나는 실내 안에서 빵 냄새라는 것은 허기진 배를 더욱 쥐어짜게 했습니다. 직원이 이미 빵이 담긴 접시를 집어 들었습니다. 빵은 먹어치워야 한다는 관념처럼 빵 냄새를 실내에 가득 풍겼습니다. 빵에서 올라오는 냄새는 나를 먹어라 빨리,라고 말했습니다. 도대체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요. 아마도 다섯 시간은 족히 흐르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직원들은 빵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게걸스럽게 먹어 치웠습니다. 저 역시 너무 허기가 져 빵을 먹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빵 하나 먹는다고 나아지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먹지 않겠다고 했더니 그들은 나의 빵을 나눠서 모두 먹어치웠습니다. 사실 그들은 빵 하나를 두고 싸워가면서 먹었어요. 똑같이 나눠 먹을 수 있는 정신이 아니었지만…….”


 마동은 그때를 생각했다. 고립된 배고픔과 식량은 사람을 무섭게 만들었다. 마동은 숨을 크게 쉬었다. 의사는 성급하지 않게 마동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계속]



작가의 이전글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177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