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 3일째
178.
“어둠은 차장님의 몸을 감쌌고 직원들의 몸을 하나씩 감쌌습니다. 본래 있던 어둠이 축축하게 몸을 덮쳐왔다면 이번 어둠은 서서히 그리고 완벽하게 감싼다고 하는 게 제가 느낀 바였습니다. 직원들은 어둠이 자신의 몸을 먹는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들은 몸을 떨며 출구를 찾았지만 이미 출구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질적인 어둠은 나의 몸에 와서 달라붙었습니다. 그 냄새를 아직도 기억합니다. 이 세계에서 맡을 수 없는 압도적인 어둠의 냄새. 곰팡이의 몇 배에 달하는 퀴퀴하고 푸석하고 어두운 냄새. 이질적인 어둠이 우리의 몸을 전부 감싼 후 우리는 몸에서 기가 몽땅 빠져나간 것처럼 전부 자리에 앉아 버렸습니다.” 마동은 숨을 헐떡거렸다. 의사의 눈빛은 천천히 이야기를 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회사에서 시간이 많이 흐르면 우리를 찾아오리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원 중에 한 명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한 명은 몸을 떨었고 다른 한 명은 시선을 이리저리 분산시키며 제정신이 아닌 모습이었습니다. 차장님이 땀을 비 오듯 흘리고 저 역시 무서워서 상황 대처 능력은 현저히 저하되어 있었습니다. 한 시간, 또 한 시간이 흘러도 사람들은 우리를 찾으러 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쪼그리고 앉아서 세 시간을 있었습니다. 완벽한 ‘고립’ 속에 우리들은 갇혀 버리게 된 것입니다. 고립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무게를 더해가고 어둠은 외부와의 단절을 더욱 단호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고립되어 죽어가는 것입니다. 차고 있던 손목시계도 모두 멎어버렸습니다. 어둠은 모든 게 싫었던 겁니다. 인공적인 플래시의 빛도 앞으로 나아가는 시간도 시끄럽게 말하는 인간도 자신의 공간에 침투한 외부세력이 싫었던 것이죠.
몇 시간이 흘렀을까요. 허기가 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둠의 냄새처럼 역시 압도적이라 할 수 있는 허기가 몰려왔습니다. 나만 그런가 하고 생각했는데 모두 배를 움켜잡고 공복의 상태를 못 견뎌했습니다. 허기가 마치 천재지변처럼 몰려왔습니다. 고립 속에 허기는 실로 고통스럽습니다. 그 공간 안에서 현실의 바람이라고는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죠. 이 모든 것이 어둠의 계략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한데 주방의 어딘가에서 기적적으로 빵 굽는 냄새가 났습니다. 엄청난 허기가 불러들인 감각의 퇴화가 만들어낸 환각이 아닐까. 하지만 모두가 그 빵 냄새를 맡았고 몸을 사시나무 떨듯 떤 직원이 빵 굽는 냄새가 나는 쪽으로 갔습니다. 저는 그를 제제했지만 모두가 그의 뒤를 따라갔습니다.
눈물을 흘리며, 땀을 흘리며, 몸을 떨며 말이죠. 어두운 실내의 남향 쪽 싱크대 선반 안에 거짓말처럼 잘 구워진 빵이 있었습니다. 손보다 조금 더 큰 방이 우리 사람 수대로 접시 위에 연기를 피워대며 놓여 있었죠. 전 그들을 말렸습니다. 말려야 했어요. 이건 어둠이 한 짓이다. 안 된다! 왜 그런지 빵을 집어 먹는다면 내부의 무엇인가가 망가져 버릴 것만 같은 두려움이 일었습니다. 이미 우리는 어둠에게 고립된 상태였고 이질적인 어둠은 이 방의 어딘가에서 우리의 모습을 낱낱이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어둠의 냄새가 강하게 나는 실내 안에서 빵 냄새라는 것은 허기진 배를 더욱 쥐어짜게 했습니다. 직원이 이미 빵이 담긴 접시를 집어 들었습니다. 빵은 먹어치워야 한다는 관념처럼 빵 냄새를 실내에 가득 풍겼습니다. 빵에서 올라오는 냄새는 나를 먹어라 빨리,라고 말했습니다. 도대체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요. 아마도 다섯 시간은 족히 흐르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직원들은 빵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게걸스럽게 먹어 치웠습니다. 저 역시 너무 허기가 져 빵을 먹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빵 하나 먹는다고 나아지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먹지 않겠다고 했더니 그들은 나의 빵을 나눠서 모두 먹어치웠습니다. 사실 그들은 빵 하나를 두고 싸워가면서 먹었어요. 똑같이 나눠 먹을 수 있는 정신이 아니었지만…….”
마동은 그때를 생각했다. 고립된 배고픔과 식량은 사람을 무섭게 만들었다. 마동은 숨을 크게 쉬었다. 의사는 성급하지 않게 마동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