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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르멘 May 08. 2023

34살의 제주

파도타기의 교훈

                                                                                                                                                                                                                                                                                                                                       

#패들보드도전기


#제주도여행



#오만과편견


'지상'에서 요가로 균형잡기 좀 해봤으니깐.(7년차요가인)


그리고 나름 '호수'위에서 스탠딩보드는 너무나 쉬웠으니깐.


호기롭게 바다에서 하는 SUP패들보드도 쉬울줄 알았다.  


그러나, 인간은 얼마나 오만과 편견에 사로잡힌 존재인가.  


바다에서 하는 균형잡기는 전혀 다른 일이었다.  


나는 수영을 못하고, 물에 대한 겁도 많다. 피부도 예민한 탓에 물놀이를 가도 얼굴까지 입수는 절대 안했는데..



바다위에 서다


#유연함이 이긴다


"그냥 바싹 서요. 무릎으로 파도의 출렁임을 같이 타야되요. 뻣뻣하게 서려하면 넘어집니다."  


무릎을 구부리고 보드위에서 일어서질 못하는 날 보던 선생님의 한마디.  


30분~1시간쯤 바다의 출렁이는 파도위에서 무릎꿇고 벌받던(?) 나는 무릎의 피멍을 확신하며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아..내가 미쳤지..바다에 빠지기 싫은데."


하지만 선생님은 "처음에 바닷물 입수는 필수"라고 말했고  


무릎이 아파서 더 이상 무릎을 꿇고 있을수가 없던 나는 눈 딱 감고 일어섰다.  


아니 일어선 건 찰나의 순간, 바로 바닷물에 머리끝까지 잠기는 경험을 세차례 치르고, 바닷물이 짜다는걸 눈코입 모든 오감으로 느낄 때쯤.  


나는 '살아남아야 겠다'는 오기가 생겼다.               이때부턴 가볍게 체험하려던 패들보드가 '생존기'로 변했다.  


선생님의 코치를 동앗줄 삼아 자기설득에 들어갔다.  


'그냥 빳빳하게 서있으려 하면 안돼. 파도가 흔들리는데, 내가 뭐라고 안 흔들려?

같이 천천히 무릎을 유연하게 흔들자.

같이 흔들리면 된다.'  


드디어! 함께 흔들리는 순간이 찾아왔고 나는 출렁이는 바다위에 출렁이고 있었다.  


패들보드 위에서 여유를 찾고, 다리찢기


#파도는 계속온다. 쭉-


마침내 여유를 찾고 망망대해를 바라봤다.  


끊임없이 오고있는 작은물결, 큰물결을 보며 어쩌면 포기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계속 오는군.

나는 계속 흔들리는 수밖에 없군.  


같이 파도와 출렁거려야만 서있을 수 있으니깐.  


다행히 전정기관이 튼튼한 덕에 어지럽지는 않았다.(누군가는 어지럼증을 호소)


종종 큰파도가 왔다.


"큰파도가 올때 무섭다고 뒤로 돌아서면 보드가 머리위로 덮쳐요. 큰일납니다. 정면을 보고 파도를 맞아야 안전해요. "  


무섭다고 꽁무니를 보이는 순간 보드가 고꾸라진다.  


큰파도에 나혼자 꼿꼿이 서있겠다고 힘을 줘도 고꾸라진다. 정면으로 큰파도를 바라보고 크게 흔들려야 파도를 탈 수 있다.  


#파도를 탄다는 건


2시간 정도의 도전기지만, 육지에서 떨어져 누구의 도움도 없이 파도를 타니 많은 교훈이 얻어졌다.  


왜 나는 흔들리려고 이 파도 위에 서있는가?  


육지쪽의 얕은 바다로 가면 파도가 더 크게 부서지는데 왜 더 멀리 가려고 않는가?  


오도가도 못하는 망망해에서 오고있는 파도를 보고도 왜 다 받아들이지 못하는가?


나는 흔들리고 싶지도, 고꾸라지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도를 탄다는 건 계속 흔들릴 준비를 한다는 것.  


흔들려야만 비로소 균형을 잡을 수 있다는 것.  


고꾸라지지 않겠다고 힘을 줄수록 고꾸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  



헤르만 헤세 왈


"늘 우리 안에 있고,

우리를 떠나지 않는 평화란 없다.


단지 늘 부단히 매일매일 새롭게 쟁취해야만 하는 평화가 있을뿐이다."


정적인 평화, 고정된 균형은 없다.  


흔들리자, 매일 매순간.


바다위의, 균형잡기. 패들보드.

정말 흔들리는 모든 육지릐 사람들에게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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