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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앙하는, 나의 소도

<정오의 필라테스>

by 카르멘

어젯밤 누웠다가 오늘 밤 눈을 뜨니

팔뚝이 저렸다.


어젯밤 이유 모를 불쾌감이 마음속 한구석에 피어났는데

오늘 아침 이유 모를 근육통이 팔뚝에서 느껴졌다.


나는 이 신호를 안다.


에너지를 많이 쓰고 나면 느껴지는 징후다.

덤벨이나 푸시업 운동으로 팔뚝에 젖산이 쌓일 때 느끼는 통증과 비슷하다.

문제는 그런 운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젖산이 쌓인 느낌이 든다는 것.


왜일까?


젖산이 만들어지는 원인들.


01. 고강도 운동

02. 고카페인 및 알코올 섭취

03. 과도한 업무

04. 유산소 운동부족


젖산은 우리 몸에서 생성되는 중요한 대사 물질 중 하나다.

근육활동이나 운동을 할 때 산소 공급이 부족해지므로 근육은 급격한 에너지 공급을 필요로 한다.

이때 근육은 급속하게 포도당을 분해해 에너지를 생성하는데, 이 과정에서 젖산에서 생성된다.

그리고 젖산 누적은 근육통이나 피로감을 불러일으킨다.


운동을 하지 않음에도 휴대전화, 컴퓨터 사용, 장시간 앉거나 서있는 생활 패턴은 근육활동을 부족하게 만들고 이로 인해 젖산이 생성된다고 한다.


또한 그런 생활의 베프인 카페인도 젖산의 누적을 가속화한다.


운동을 한 후에 젖산이 쌓이는 느낌은 좋다.

, 내가 근육에서 일을 하기 위한 에너지를 생성해 냈구나 싶어서.


그런데 운동을 하지 않은 날, 젖산이 쌓인 느낌은 다소 불쾌하다.

고강도 노동과 카페인으로 몸의 에너지를 쥐어짜 내 산소공급이 부족해져 포도당을 분해해 에너지를 생성해 냈다는 말이므로.

사실 내가 의학이나 운동학 전문가는 아니니 그 과정을 정확히는 모른다.


하지만 직관적으로 안다.

내가 원래 갖고 있던 내 에너지 이상을 썼다는 느낌이 올 때, 어김없이 팔뚝에서 젖산이 쌓인 느낌을 받으므로.


하지만, 젖산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젖산은 '적당히 하라'는 신호다.

그리고 적당한 휴식과 스트레칭을 통해 젖산은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환원된다.


오늘은 필라테스를 가는 날이다.

나는 내 생활에서 쌓인 젖산을 풀러 운동을 간다.


필라테스를 통해 내 근육을 풀어내고, 젖산을 해독하며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젖산을 환원시킨다.


생기면 쓰고 쓰고 나면 없어진다.

없어지면 생겨나고 생겨나면 쓰인다.


우리 몸의 원리는 이토록 순환을 바탕으로 한다.


그래서 내게 필라테스는 '소도'다.

소도蘇塗.

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성지(聖地).

죄인이 이곳으로 달아나더라도 잡아가지 못했다고 한다.


죄인이 들어가도 잡아가지 못했다는 성지.

누구에게나 소도는 있어야 한다.


그냥 그 사람 존재 자체로 쉴 수 있는 공간.


그 사람의 시시비비,

그 사람의 희희낙락,

그 사람의 불편부당과 상관없는 존재의 쉼.


나에겐 아무래도 필라테스가 소도인 것 같다.


정오의 소도.


자본의 젖산을 만들어내는 곳으로부터 600걸음쯤 떨어진, 지척에 있는 나의 소도.


어린양을 키우느라 만들어내는 젖산의 터전으로부터 15km 떨어진, 독립적인 나의 소도.


한낮에 그처럼 묵어있는 젖산을 풀어내고 신선한 젖산을 만들어낼 수 있는 소도가 있다니.




당신에게도 당신만의 소도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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