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쓰책파>_책 쓰고, 책 파는 이야기
장자가 말했습니다.
‘저것’이 아닌 것이 없고, 또 ‘이것’이 아닌 것이 없다. 저것의 관점에서 보면 보이지 않는 것도, 이것의 관점에서는 볼 수 있다. 그래서 말하기를 저것은 이것이 있기에 생겼고, 이것은 저것이 있기에 생겼다. 저것과 이것은 서로가 있기에 생겨났다. (장자 제물론, 김정탁, 성균관대학교출판부, 2012.
제 책이 지난주 서점에서 발송을 시작하고 가장 많이 받은 질문 두 가지가 있습니다.
아니요. 아주 맨 처음 저는 출간을 목표로 글을 쓰진 않았습니다.
제가 낸 첫 책 ‘빽 없는 워킹맘의 육아 x 직장 생존비책’의 첫 편은 ‘임신한 직장인’의 내용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편은 ‘육아 전업맘’ 이죠. 돌이켜볼 때 제 임신기는 두통과 입덧으로 점철된 암울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때는 글이고 뭐고, 눈에 들어오지 않았죠.
육아전업맘, 다시 말해 육아휴직기, 때는?
제 책을 보면 알겠지만, 각종 진상을 다 떨었던 시기입니다. 육아 우울증은 없었지만, 육아 조급증은 최고조. 왜 국가에서 ‘육아 가이드라인’을 제정해주지 않느냐고 혼자 외쳤던 때니까요.
그러면 글은 언제 썼을까요? 복직 2개월 전쯤?
한창 브런치 작가에도 두 번의 고배를 마시던 때이니, 출간은 꿈도 못 꿨겠죠?
(네, 저는 브런치 작가만 삼수한 사람입니다)
제가 첫 브런치북의 발행이 2023년 4월 20일입니다.
‘엄마는 신이 아니라서’라는 브런치인데, 첫 글을 실제로 쓴 건 2022년 하반기쯤으로 기억됩니다.
제 아이가 2021년 3월생,
제가 2022년 12월 복직을 했으니,
그러니까 조금 ‘인간으로서의 정신’이 서서히 돌아올 때쯤 쓴 것 같습니다.
"엄마는 신이 아니다"
"나는 엄마다"
"고로 나는 신이 아니다. 엄마도 인간이다.."
제 첫 글의 첫 문단이 이 브런치 북의 정체성을 말해줍니다. 그저 엄마도 신이 아닌, 엄마임을 입증해 내기 위해, 글을 썼었네요.
그러다가 브런치에 서서히 스며들게 됐고, 브런치북 공모전을 알게 됐습니다.
2년 정도 연속해서 공모했는데, 그때부터 ‘출간’에 대한 꿈을 품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브런치 작가모임에서 출간 작가분들을 만나며 ‘나도 출간을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출간을 해야겠다’는 또렷한 목표로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책을 쓴 ‘사람들’을 만나면서요. 그게 삶의 동력이 되어줄 것 같았거든요. 삶의 의미를 조금 더 밀도 있게 만들어 줄 것 같고요. 그리고, 그건 진실이었고요.
그렇게 제가 브런치북에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 썼던 글들을, ‘공모전’에 도전하기 위해 엮었던 글들을, ‘출간’ 하기 위한 글들로 다듬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내용도 더 채워 넣고, 분량도 더 채워 넣었지요. 저는 우선 최소한의 출간 분량인 10포인트 80페이지 이상 분량을 맞췄습니다.
시간으로만 따지자면, 첫 출간까지 약 2년의 시간이 필요했던 거네요.
만약 처음부터 출간만을 목표로 했다면 2년은 너무 긴 시간이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처음엔 글을 통해 제 일상의 노고와 불편함을 고백하는 것만으로도 제게 큰 위로와 응원이 됐기에 첫 1년은 전혀 고단하지 않았어요. 막연한 꿈이 명확한 목표로 변하면서부터는 조금 지난한 시간이었던 듯싶습니다.
그렇게 출간을 위한 글들이 준비됐습니다.
아니, 어쩌면 준비된 것이라는 쪽이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우리 모두의 글은 우리 모두의 일상을 담고 있고, 우리의 일상은 좋든 싫든 매일 이어지기에 사실 우리에겐 많은 글과 글감이 있는 셈입니다. 그걸 세상에 출생신고를 할지 말지가, 출간을 위한 작업을 할지 말지라고 봐야겠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받은 질문입니다.
글쎄요. 한마디로 할 수 없는 벅찬 기분이지만. 제입으로 하는 말보다는 제귀로 들은 말들이 제 기분을 나타내줄 것 같아요.
“수면 컨설팅을 세 번이나 받았다니, 놀랐어. 그때 내가 너의 상황을 알았다면 조언을 해줬을 텐데 한편 짠하더라고...”
“가족돌봄휴가라는 게 있는 줄 네 책 보고 처음 알았어. 난 그것도 모르고 월급에서 까서 휴가 쓰고 있었는데.. 일하는 엄마들은 늘 휴가가 부족하잖아... 암튼, 나도 회사에 말해봐야겠다. 고마워!”
“나 여기 밑줄 그었어. ‘워킹맘이 힘든 이유는 타인으로 둘러싸인 회사에서 사적인 사유를 들춰내 남과 다른 길을 개척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네 글... 울컥했다... 나도 그랬는데..”
그리고 시어머니로부터 톡이 왔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멋진 분이라, 제 책을 무려 10권이나 사주셨어요. 주위에 돌리신다고요.. ㅎ
"오늘 책 도착했다. 네 마음 잘 알지. 현실에서 버티고 이겨내야 하는 네맘 책을 읽어보니 더 공감 간다. 너무 애쓰고 안쓰러운 생각이 든다. 기댈 언덕이 없어서 막막할 때가 많았을 거란걸.. 잘 이겨내며 현실 직시해서 사는 너의 모습 고맙고 대단하다"
고지식하게 나 혼자 서있기도 버거운 날들 중,
쨍쨍한 해에 타 죽겠고, 끝없는 장마에 쓸려내려 갈 것 같고, 그리고 그게 나 홀로의 일인 줄 알았는데..
바람 싸대기 맞고 돌아간 고개 끝에
나 같은 나무가 열댓 그루 서있는 거예요.
설마? 하고 돌아보니 내 뒤에 백 그루는 더 있는 걸 알게 되는. 그런 벅찬 길 위에 서있음을 알게 되는 일이랄까요?
그래서 저는 출간은 추천합니다.
꼭 출간을 위해 글을 쓰는 게 시작은 아니더라도 말이죠.
독자의 반응을 통해 작가의 시간이 다른 사람의 시간과 이어지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으니까요.
작가의 지나온 시간이 결코 죽은 시간이 아님을. 여전히 살아있는 시간임을 느끼게 됩니다.
그렇게 제 첫 책이 세상에 출생신고를 마치고, 두 번째 출간작업을 준비 중입니다.
이 두 번째 책 ‘엄마의 유산 프로젝트(가제)’는 철저히 ‘출간’을 목표로 시작된 작업입니다.
약 6개월의 시간을 두고 공저 책을 만드는 중인데, 새가 알을 깨고 걷고 나는 과정을 한꺼번에 배워야 하는 시간이었기에 또 전혀 다른 경험이었죠. 출간을 목표로 하다 보니, 조금 더 치열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아마 이 브런치북을 통해 7월 이후 소개될 것 같습니다.
이제 막 출생 7일 차, 제 첫 책을 소개하며 오늘 글을 마칩니다.
쓴소리, 단 소리, 짠 소리 모두 저에게 앞으로 나아갈 파도가 되어준답니다.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 24 책 수령 후 리뷰 한 줄 부탁드려요!)
<빽 없는 워킹맘의 육아 x직장 생존비책>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6716618
https://youtu.be/0xt_4zpF9RE?feature=sha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