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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르멘 Apr 29. 2023

발끝까지 의식을 보내세요

#나의 인생요가 수련일지4


요가수련의 반은 호흡,

반은 인지(자극을 받아들이고 인출하는 일련의 정신과정)에 있다.


요가수련 중 종종 듣는 말이 하나 있다.


"발끝까지 의식을 보내라"


내 의식이 어디에 있는지 인지해본 적이 있던가.

그저 화가나면 머리에, 눈이 아프면 눈에, 뒷목이 당기면 뒷목에.

내 신경이 집중돼 있구나 짐작할뿐.


내 발끝에 의식이 있던적이 있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가파른 산길에서 넘어지지 않기 위해 발만 보고 걸었을 때 정도일까?


내 의식이 내몸 어디쯤 가있는지 알수 있는 사람은 없다.

실제로 엑스레이로 찍어볼 수도 없다.

결국, 클리셰 한 말이지만... 의식이 어디에 닿아있는지 정하는 건 나다.

 

신기하게도 가끔, 수련하다보면 발끝에 의식이 닿아있는 느낌이 들때가 있다.

어떤 아사나(pose)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배꼽을 척추로 밀어 당기고

승모근을 내리고

꼬리뼈부터 정수리까지 척추를 펴고

허벅지 사이를 조이며

발가락 하나하나에 내몸의 무게중심을 실어 넣을때


참, 제대로 서는 동작 하나가 이렇게 힘들고 까다로운일인가?

라는 생각이 드는 찰나.


아, 내 의식이 발끝까지 닿아있구나.

느낀다.


세수할때, 샤워할 때 조차 우리는 내몸의 무게,      형태, 관절의 연결 등등에 대해 인지하지 못한다.

그러니 내의식이 내몸의 발끝은 커녕 손가락 끝까지 닿는 느낌도 못받을 수밖에.


내가 요가수련을 좋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내몸에 대한 인지.


내가 40여년 가까이 써왔고 앞으로도 최소한 그만큼은 더 쓰고 살아야 할텐데

내몸을 의식없는, 그저 몸뚱이로 취급하지 않고    내몸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알아차릴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신기하게도 내가 의식을 쓰는 대로, 내몸도 내의식의 흐름을 따라온다.


명치가 답답할때 코브라 자세(사진)를 하면 움츠려졌던 가슴이 펴진다.

닫혀있던 흉곽이 열린다.

쳐내려갔던 고개가 올라간다.

그리고 비로소 제대로 된 한 숨이 쉬어진다.


의식을, 발끝까지 보내는 시간.

그게 바로 요가의 시간이다.

*********

Dear. 나의 인생요가 일기를 읽는 누군가에게..

이 짧은 일기는 28살부터 시작한 요가수련을 잊지 않기 위해 썼습니다.

서른 넘어 어느날, 요가지도자 자격증도 땄지만.  요가를 하는 시간이 그냥 행복한 사람입니다.

요가를 하는 동안 내 몸의 변화는 알수 있어도 의식의 변화는 기억할 수 없기에 기록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다른이들과 함께 그 의미를 공유할 수 있다면 보다더 특별한 수련의 완성이 될 것 같아 발행합니다. 수련에 동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마스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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