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의 프랙탈
이 글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5장 '붉은 행성을 위한 블루스'를 읽고 요약하여 제 생각을 정리한 글입니다.
인류는 왜 화성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가? 다른 행성도 아닌 왜 화성이었을까? 그것은 화성이 지구와 유사해 보였기 때문이다. 화성은 얼음으로 뒤덮인 극관, 구름과 모래 폭풍, 계절에 따라 변하는 지표면의 패턴, 하루가 24시간인 것까지 비슷하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화성에도 우리와 같은 지적 수준을 갖춘 생명체가 이룬 문명이 존재하리라고 믿게 되었다.
이러한 믿음은 금세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1897년 허버트 조지 웰스의 작품인 <우주 전쟁>과 같은 소설을 유행하면서 사람들은 더욱 우주에도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고 믿기 시작했다. 이러한 인류의 호기심은 화성 생명체 존재를 입증하기 위한 수많은 과학자들의 연구와 관측들로 이어지게 되었다.
명왕성의 발견에 큰 공헌을 한 퍼시벌 로웰의 최대 관심사는 화성이었다. 그는 애리조나에 천문대를 건축하고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했다. 사실 1800년 대 관측 기술로써는 쉽지 않은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로웰은 약 15년 간 화성 표면을 관측하며 자신의 노트에 극관, 운하와 같은 특징들을 기록했다.
로웰은 극관에서 녹아내린 물은 용수로를 통해서 적도 지방에 존재하는 문명에 수송된다고 믿었다. 이에 따라 그는 화성에 오래되고 현명한 생명체가 문명을 이루고 살아가고 있다고 믿게 되었다. 이것은 창세기와 같은 신화적 분위기를 풍기며 화성에 생명체가 있을 수 있다는 당시 사람들의 믿음을 더욱 키우게 되었다.
차후 기술의 발전으로 인공위성을 통해 화성의 궤도를 선회하며 화성의 세세한 모습을 관측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로써 그동안 로웰의 관측하고 기록해 온 사실이 잘못된 것으로 밝혀지게 된다. 로웰이 15년 동안 무엇을 보았는지 모르겠지만 화성의 실제 모습은 로웰의 관측과는 달랐던 것이다. 화성에 지적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더욱 낮아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화성에 대한 탐구 욕구는 더욱 강해졌다.
이제 인류는 인공위성을 통해서 화성 전역의 지도를 손에 넣었을 뿐만 아니라, 화성 표면에 자동 실험실을 배치하여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하는지 더 깊이 연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성과를 내기까지는 대단히 어려운 도전들이 여러 번 실패에 직면하게 됐었다.
금성 탐사에 성공했던 소련은 이번엔 화성을 탐사하기 위해 우주선 착륙을 여러 번 시도했으나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이러한 실패는 천문학적인 비용의 손실을 초래하기 때문에 미국의 과학자들은 화성 탐사 성공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게 되었다.
궤도선을 화성 지표면에 성공적으로 착륙시키기 위해 필요한 수많은 조건들. 가령 토양의 상태, 착륙 지역의 바람의 세기, 착륙 지역의 고도와 같은 것들이 중요했다. 이를 위해 여러 분야의 과학자들이 참여해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통해 검증하며 착륙 실패의 확률을 최소화했다. 레이더와 같은 기술의 등장은 화성 착륙을 성공시키기 위한 답을 찾는데 도움을 주었다.
'코스모스' 5장에는 여러 과학자들이 화성 탐사를 위해 온 열정을 쏟아 연구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 가령 화성에 미생물 존재 여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키트를 개발하여, 이를 화성과 비슷한 환경인 남극에서 테스트하다가 얼음 절벽에 추락하여 목숨을 잃은 울프 블라디미르 바시니액이 있다.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서 과학자들의 연구에 대한 열정을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열정이 인류 문명의 발전을 이끌어 왔다는 사실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인간의 지적 호기심은 문명을 지속적으로 발전하도록 만들었다. 더 알고자 하는 욕구가, 더 나은 미래에 대한 상상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써 작용해 왔다. 인간은 이러한 본능을 갖는다. 그리고 이것을 더욱 확장시켜 나갈 때 우리는 더 인간다워질 수 있다.
우주에 존재하는 다양한 세계를 이해함으로써 우리 자신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다. 다양성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관점과 기회를 제공한다. 따라서 우주와 외계 생명에 대한 탐구는 곧 인류 문명의 지속적인 발전으로 이어진다. 이를 위해 과학자들은 여전히 우주를 상상하며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하기 위해 자신의 연구에 열정을 쏟는 삶을 살아간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칼 세이건이 자신만의 코스모스를 발견하고 연구하여 책으로 냄으로써 새로운 세계를 소개했듯이, 우리도 각자의 코스모스를 발견하고, 상상을 통해 다양한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며 꾸준히 인사이트를 쌓아가면 된다. 이로써 모두가 자신만의 세계관으로써 세상에 영향을 미치며,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발전시켜 갈 수 있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이것은 하나의 프랙탈로서 인류 문명의 발전을 이끌어 온 핵심이 우리 개인의 삶에서 또다시 반복되는 것이다. 인류 문명이라는 하나의 세계관은 결국 지구의 80억 인구가 갖는 세계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개개인이 갖는 세계관의 변화를 통해서 전체의 변화를 더 훌륭하게 이끌어 낼 수 있다. 이로써 우리는 더 나은 문명을 만들어 갈 수 있게 된다.
과학자들이 인류 문명의 발전을 위해 사용해 왔던 상상, 가설, 연구, 실험, 검증과 같은 방식을 통해서 이룰 수 있다. 이것은 곧 화성 탐사와 같은 인류 역사상 엄청난 성과가 개개인의 세계에서 나타나기 시작할 것을 의미하며, 곧 문명의 더 큰 혁신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