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당연한 걸 나는 왜 지금 알았을까
반대로, 나에게도 그런 질문은 일상적으로 들어온다. 아마도 출산을 매일같이 보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동료들 사이에서는 출산이 디폴트 값처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도 한몫하는 것 같다. 그저 상대방이 젊고 건강해 보여서, 난임의 가능성을 잊은 채, 상대방을 위한 순수한 마음으로 '하루라도 젊을 때 아기 가져~'라는 얘기를 한다. 하지만 선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그래서 나는 이제 진짜, 정말로 궁금해도 상대가 먼저 본인의 가족계획을 얘기하기 전엔 묻지 않기로 했다.
열심히 노력하면 될 거라는 생각은 어리고 자신만만했던 나의 오만한 생각이었다.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있듯, 노력은 인간의 몫이지만 그 외에 운도 크게 작용한다. 유전적, 환경적, 시대적인 상황이 받쳐줬을 때나 인간의 노력이 비로소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이다. 나의 노력으로 이뤄냈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사실 운이 좋았던 것들이었다. 운 좋게도 안정된 사회에서 태어났고, 운 좋게도 특별히 아픈 데가 없었고, 운 좋게도 나의 선택을 지지해 주시는 부모님 아래에서 태어났다. 이러한 행운들이 있었기에 노력을 할 수라도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러니까, 2세 계획에 있어서는 유전적 운이 따라주지 않았던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인생에서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 오히려 더 많다고 느꼈다. 그럼에도, 할 수 있는 데까지 노력해 볼 것이다. 임신과 건강한 출산은 분명 행운이 따라야 한다. 행운은 내 생각과 의도대로 찾아오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원하고 그리는 미래가 있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노력해보려 한다. 건강한 식단과 운동을 하는 일상적 노력과, 평온한 마음을 연습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배우자에게 의지도 하고 의지처도 되어주고,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같은 상황의 사람이 있다면 기꺼이 도울 수 있는 인격체가 되었으면 한다.
난임만을 생각해 보자면 유전적 로또는 실패했지만, 그래도 난임 시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나라에서 태어난 운으로 노력이라도 해볼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지금의 어려움은 분명 미래의 성장과 같은 의미일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