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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절의 Mar 07. 2024

아 이래서 산부인과 오기가 싫구나

자궁난관조영술 받고 펑펑 울다.

'아~ 이래서 산부인과 오기가 싫다니까~'

질 초음파나 질 쪽으로 검사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리면 자주 듣게 되는 애교 섞인, 그러나 100% 순도의 진심을 듣게 된다. 몇 년째 듣다 보니 '아유~ 그래도 병 키우지 말고 확인해 봐야죠~ 안 아프게 해 드릴게~'라고 너스레를 떨며 환자분을 검진의자에 앉히곤 한다.




난임 시술을 시작하기 전, 호르몬 수치를 보는 피검사와 자궁과 난관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는 '자궁난관조영술 (HSG)'을 받게 된다. 여러 차례 해당 시술을 진행해 본 적은 있지만, 내가 받아보는 건 처음이다. (사실 본인이 하는 시술/수술을 받아본 의사는 오히려 소수일 것이다.) 그래서 사실, 어떤 느낌인지 궁금했다. 더 나아가서는 직접 불편함을 느껴보면 앞으로 내가 시술할 때 최대한 덜 아프게 해 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오히려 약간은 흥분되고 기대되었다. 반쯤 들뜬 마음에, 시술 진통제를 권유하는 친절한 간호사 선생님에게 '괜찮을 것 같습니다'라고 호탕하게 껄껄 웃으며 검사를 받으러 들어갔다.


그런데, 시술을 해주실 원장님께서 앞 시술이 오래 걸려 조금 늦을 것 같다고 하였다. 검사대에 누운 상태에서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고, 어느덧 40분이 경과하자, 처음의 들떴던 마음도 천천히 침잠하여 차분한 상태가 되었다. 시술이 생각보다  난이도가  높아 오래 걸릴 때 시술자의 긴장감과  점점 쌓여가는 대기자 명단이 얼마나 압박감이 심한지 아는 나조차도 대기가 지친다는 생각이 드는데, 환자분들은 이 시간이 더 긴장되고 불안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원장님이 들어오셨고, 그의 몇십 년 동안 해보신 솜씨로 순식간에 검사가 진행됐다.

아니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통증이었다. 아픈 것상대적으로 강하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차갑고 둔탁하면서도 날카롭고, 처음 느껴보는 불쾌한 느낌이 들었다. 다행히도 시술 시간 자체가 2~3분 밖에 되지 않아 감각이 무엇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시술이 끝났다.


그렇게, 2~3분 걸리는 간단한 시술로 생각했던 검사는 놀랍게도 몹시 불편했다. (사람마다 느끼는 통증은 다릅니다.)


아.. 지금까지 내가 시술했을 때 '할 만한데요~'라고 말해준 수많은 여인들이여.

어찌 그녀들은 그토록 강하고 담담한가. 그녀들 덕에 나는 이 검사가 조금은 불편하지만, 그래도 받을만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어서 그때로 돌아가, '너무 아프죠, 고생하셨어요~'라고 말하며 손이라도 한 번 꼭 잡아주고 싶다.


10분 걸린다는 검사를 받으러 들어간 아내가 1시간 후에나 나오자, 토끼 눈을 한 남편이 기다리고 있었다.

통증은 지나간 지 오래고 그저 혼란스러운 마음만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남편이 호들갑스럽게 나의 기분과 상태를 물어보자 눈물이 터져 나왔다. 넘어진 후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멀뚱멀뚱 넘어져 있던 아이가 엄마가 부산스레 안아주고 나서야 울음보가 터지는 것 마냥 나는 서럽게 울었다.


아... 시술 들어가기 전에 엄청 센척하면서 들어갔는데... 머쓱하다.

브런치에도, 남편에게도 '나는 아픈 것 잘 참는다! 이 모든 게 진정한 산부인과 의사가 되기 위한 체험이다!'라고 호언장담했는데... 망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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